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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4000억원 소송 오가던 이들이 손 잡은 사연은..?

조회수 2019. 2. 15. 0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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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영원한 동지도 없지만 영원한 적(敵)도 없습니다. 오랜 세월 치고 받으며 적대관계를 이어오던 역사 깊은 기업들도 예외는 아닌데요. 최근 들어 오랜 라이벌 관계를 청산하고 갑작스러운 '적과의 동침'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요? 또, 그들은 왜 갑자기 달라진 선택을 하게 된 걸까요?

올해부터 삼성 스마트 TV 사면 '아이튠즈' 이용할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지난 6일, 삼성전자와 애플이 발표한 협력안에 한동안 세계가 떠들썩했다. 애플이 삼성 스마트 TV에 '애플 아이튠즈 무비&TV 쇼(이하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 2'를 동시 탑재하기로 결정한 것. 아이튠즈는 애플에 등록된 모든 동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핵심 콘텐츠 플랫폼이며, 에어플레이 2는 기존 애플 기기에 저장된 음악, 영상, 사진 등 콘텐츠들을 외부 기기와 연동해 감상할 수 있게 한 기능이다. 애플 핵심 콘텐츠 플랫폼인 아이튠즈가 애플 외 타사 제조 기기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라이벌' 삼성전자의 스마트 TV라 더욱 시선을 끈다. 최근 애플은 LG전자와 소니, 비지오와도 협업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들의 스마트 TV에는 에어플레이 2만 제공할 뿐 아이튠즈는 포함되지 않았다.

출처: 삼성전자 제공
(에어플레이 2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자 IT 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이다. 양사는 '갤럭시'와 '아이폰'으로 오랜 기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2011년부터 2018년 7월까지는 무려 7년간 세계 각국에서 조(兆) 단위 스마트폰 특허 소송전을 벌여오기도 했다. 그랬던 두 기업이 갑자기 손을 맞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말미암은 실적 부진이 서로의 자존심을 접은 '적과의 동침'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형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실적 저하를 겪은 애플 입장에서는 앞으로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콘텐츠' 중심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중국산 '가성비' 스마트 TV 공세에 맞서 기술뿐 아니라 콘텐츠 역량에서도 압도적 우세를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과거 애플은 '애플TV'등 자체 하드웨어를 제작해 셋톱 시장에 진출했던 바 있지만 판매량은 미미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매년 약 3000만 대의 스마트 TV를 꾸준히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TV시장 점유율 1위(34%) 기업이다. 스마트 TV 등 프리미엄급 TV 점유율은 무려 44%로 압도적 1위다. 애플이 앞으로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의 콘텐츠 플랫폼과 경쟁을 이어가려면, 오랜 하드웨어 폐쇄성에서 벗어나 이미 많이 팔리고 있는 하드웨어에 서비스를 심어야 한다는 판단을 새롭게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분기 애플의 콘텐츠와 서비스 매출은 약 108억 달러(약 12조 원)로 분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만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스마트 TV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전 세계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30여 개의 A-VOD(유튜브처럼 광고를 보면 콘텐츠를 무료 시청할 수 있는 형식) 전용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라이브 TV, 디렉티브 나우 등 세계적인 영상 서비스 사와도 협업을 맺은 상태다. 각종 스포츠 매체 및 월트디즈니 등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자와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 세계적으로 높은 수요를 가진 애플 아이튠즈까지 유치시켰으니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출처: 삼성전자 제공
(삼성 스마트 TV에서 아이튠즈를 선택하는 모습)

삼성전자와 애플의 협업에 따라 앞으로 새롭게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 TV는 물론, 2018년 출시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은 모든 삼성 스마트 TV에서 애플 콘텐츠 이용이 가능해졌다. 아이폰, 아이패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각종 애플 콘텐츠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이튠즈 서비스는 오는 2분기부터 개시된다.

BMW와 벤츠가 손잡다... '우버' 무서워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0년 라이벌'도 손을 맞잡았다. 독일 자동차 명가 BMW와 다임러 AG(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가 한 배를 탄다. 양사의 모빌리티 사업 부문은 올해 1월 31일까지 완전히 합병되어 새로운 합작 법인으로 출범한다. 본사는 독일 베를린에 위치하며 BMW와 다임러 AG가 균등하게 50:50의 지분을 갖는 조건이다. 새로운 합작 회사가 다루는 서비스는 차량 공유(카 셰어링), 승차 공유(카풀), 주차(주차 공간 찾기, 예약 및 결제), 전기차 충전(충전소 찾기 및 결제), 경로 제공, 택시 서비스 등이다. 이 모든 기능을 단일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출처: BMW, 위키피디아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사옥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다임러AG 사옥)

BMW와 다임러 AG 간 합작 법인 논의의 시작은 차량 공유 서비스였다. 2018년 3월, 양사는 각 사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합쳐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BMW의 차량 공유 서비스 '드라이브 나우(Drive Now)'와 다임러 AG의 '카투고(Car2Go)'를 합친다는 계획이었다. 두 플랫폼은 모두 합쳐 세계 31개 도시에서 약 2만 대가량의 차량을 운용 중에 있으며 이용 고객 수는 4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합의 이후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합작 법인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EU 반독점 기구가 두 거대 자동차 기업의 연합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EU 반독점 기구의 마음을 돌린 것은 미국/중국 발 '신사업 침공'의 공포였다. 양사는 "미국 우버, 중국 디디와의 경쟁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 합병이 절실하다"라며 공포심을 자극했다. 결국 EU 반독점 기구는 2018년 11월이 되어서야 승인을 허가했다. 연이어 12월, 미국 반독점 규제 당국 역시 합병을 허가하며 양사는 정식으로 합작 회사 설립 과정에 들어서게 됐다. 1월 31일까지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나면 올해 1분기 이내에 다음 단계의 사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처: 우버
자동차 제조 기술 하나 없이 자동차 시장을 휩쓸며 기업가치 1200억 달러(약 134조 5000억 원)를 인정받은 '우버'

두 기업의 동맹은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를 넘어 제조 부문에서도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두 기업은 핵심 자동차 부품과 기술에 관해서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언급된 내용은 기본 자동차 플랫폼과 배터리, 자율 주행 기술 관련 등이다.


빠르게 변하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우버와 웨이모, 디디 등 공장 하나 없는 IT 기술 기업들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기업들에 심각한 압박을 주고 있다. 100년 명성의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 기업 BMW와 다임러 AG의 연합은 이러한 IT 기술 기업들의 거센 진격에 맞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기 위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보인다.

해외 시장 정복을 위해 손잡은 日 토요타 x 스즈키

일본 자동차 업계도 세계 시장으로의 확장을 위해 잠시 경쟁을 접고 협업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세계 1위 자동차 제조 업체 토요타와 소형차 전문 업체 스즈키. 토요타 자동차와 스즈키는 지난해 3월부터 인도 시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자동차를 생산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쉽게 말해 '상표 교환'을 한다는 뜻이다. 토요타는 스즈키가 원하는 하이브리드카를 '스즈키' 상표를 붙여 생산해주고, 스즈키는 소형차를 '토요타' 상표로 생산해주는 거래다. 구체적으로는 스즈키가 자사 소형차 '발레노(baleno)'와 SUV '비타라(Vitara)'에 토요타 상표를 붙여 연간 3만 대에서 5만 대를 생산하고, 토요타는 '코롤라(Corolla)' 하이브리드카와 휘발유 차 1만 대를 '스즈키' 상표로 출품하는 계약이다.

출처: 각 사 홈페이지
스즈키 발레노(좌)와 토요타 코롤라

관련업계는 '윈-윈 계약'으로 본다. 2018년 기준 인도 자동차 시장은 연간 신차 판매량 총 401만 대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위 규모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2020년이 되면 총 510만 대로 일본을 넘어 3위 시장으로 등극할 것이 유력하다. 스즈키는 그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업체다. 점유율 51%로 2위 현대차(17%)를 멀찍이 따돌리는 압도적 1위다. 반면 토요타는 점유율 3.5%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번 협업으로 인해 토요타는 소형차 부문이 약해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스즈키 입장에서도 역시 전기 차나 하이브리드카 같은 친환경 차 생산을 위한 선진 기술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인도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에 맞는 고품질 하이브리드카를 납품할 수 있게 된 것도 이점이다. 인도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비중을 30%로 끌어올린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양사는 추가적으로 추후 개발과 생산, 시장 개척 분야에서도 역시 협업을 합의했다. 전기차 양산과 기술 제공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신차종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도 공동으로 추진한다. 개발 주체는 스즈키이고 토요타가 기술 지원을 하는 형태다. 프로젝트 하에 생산된 신형 자동차는 인도뿐 아니라 아프리카 방면 시장에도 공급된다.

인텔과 AMD가 손잡고 부품을 만들어?

지난 2017년 11월, PC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업계 최대 경쟁관계이자 라이벌로 꼽히던 인텔(Intel)과 AMD가 협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협업 제안은 인텔이 먼저 했다. AMD의 라데온 GPU(Graphic Processing Unit, 그래픽 반도체)를 내장한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공동 설계하자고 AMD 측에 제안했고, AMD가 받아들이며 30여 년 만의 협업이 성사됐다. 관련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입을 모았다. 두 업체는 1980년대 초반 PC가 태동하던 때부터 CPU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던 관계였다. 7~80년대에는 인텔의 주도 하에 간혹 협력을 하기도 했지만, 1991년 있었던 이른바 '386 사건' 이후 둘의 관계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평이었다. 386 사건이란 '386'이란 숫자 모델명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인텔이 AMD에 소송을 걸었던 사건이다. 대기업 인텔의 '예비 경쟁사 죽이기' 작전의 일환이었다. 소송은 당연히 "단순한 숫자 나열을 고유 모델명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로 종결됐지만, 수년간 이어진 소송 중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못한 AMD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후였다. 이후 인텔과 AMD는 서로 간에 몇 번의 법정 다툼을 번갈아가며 싸움과 경쟁을 이어왔다.

출처: 각 사 홈페이지

그랬던 인텔이 대뜸 AMD에 협업을 제안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인텔 내부적인 목표의 문제가 있다. 당시 인텔은 너무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으면서 그래픽 성능도 뛰어난 중간 단계의 게이밍 노트북을 제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노트북 시장은 강력한 외장 GPU를 활용한 게이밍 노트북이 성장 동력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그래픽 능력을 담은 게임용 노트북은 지나치게 무겁고 두껍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가벼운 울트라북에서도 구동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AMD의 GPU 기술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텔이 GPU 분야 압도적 1위 업체인 엔비디아(Nvidia)를 견제하기 위해 2위 AMD와 손을 잡았다는 해석도 있다. 인공지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인공지능 구축 필수 부품인 GPU 수요도 급격히 늘었다. 따라서 이 부문 1위인 엔비디아가 추후 관련 시장에서 인텔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더군다나 인텔은 엔비디아 칩셋에 대한 15억 달러짜리 라이선스 계약이 2018년 3월 종료될 예정에 있었는데, 이에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에 더 이상 힘을 실어주지 않기 위한 견제책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3분기 엔비디아 72.8%, AMD 27.2%였던 세계 GPU 시장 점유율은 인텔과 AMD의 협업 이후인 2018년 2분기 기준 엔비디아가 69.1%, AMD가 30.9%로 격차가 조금 완화됐다.

출처: 인텔
AMD와 협업해 만든 GPU를 엔비디아 제품과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둘의 협력관계는 그리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협업에 대해 AMD 측은 애초부터 "'고객' 인텔의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단발성으로 함께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텔 역시 처음 AMD와 협업을 발표했을 당시, GPU 및 그래픽 쪽은 AMD에 맡기고 자체 내장 그래픽 개발 팀을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현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과 도발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했던 트래비스 커시 AMD 클라이언트 담당 매니저는 인텔의 코어 프로세스에 대해 "과다한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해왔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인터비즈 권성한,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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