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밖에 못 해?.. 성과급 받기 싫나?".. 착한 직원 다 떠난다

조회수 2019. 2. 10. 0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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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 통치하던 시절, 프랑스인들은 베트남 곳곳에 출몰하는 쥐 퇴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고민 끝에 프랑스인들은 베트남인이 쥐를 잡아 가죽을 벗겨오면 그 수에 맞춰 돈을 주겠다는 묘안을 떠올렸다. 돈으로 쥐잡기 경쟁을 조장해 쥐를 박멸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해당 정책이 시행된 이후 베트남에는 오히려 쥐가 더 들끓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쥐를 잡아오면 돈을 준다는 소식을 들은 베트남인들이 오히려 쥐를 사육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내부 경쟁을 강화하면 개인은 물론 조직 성과도 향상될 것으로 믿는다. 조직원의 집중력을 높이며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위 베트남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경쟁은 오히려 부정행위를 키우거나 비용을 늘리고 성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오히려 과도한 경쟁보다 적당한 협력이 성과를 더욱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도한 경쟁은 부정행위를 키우며 '이타적인 직원'을 내쫓는다

1990년대 초,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시어즈(Sears)는 18건이나 되는 집단소송에 연달아 휘말렸다. 당시 시어즈는 시어즈오토센터(Sears Auto Centers)라는 자동차 정비 체인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소속 정비사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수리하고서 고객에게 과도하게 많은 수수료를 청구했다는 이유였다. 시어즈는 소송에서 패해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보상금을 지불했다. 그럼에도 정비사들의 사기 행각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시어즈의 정비사들이 특별히 다른 회사 정비사보다 탐욕스럽고 사악해서였을까? 그럴 리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당시 시어즈가 기업 철학으로 삼고 있던 '성과주의'에 있다.


환경이 급변하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본급을 줄이고 업무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을 확대하는 일이 당연시된다. 다른 직원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직장인의 미덕으로 삼고, 외부 경쟁 격화를 내부 경쟁 강화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성과주의와 내부 경쟁 강화는 잦은 부정으로 이어진다. 불필요한 수리비를 청구하는 일 정도의 '작은 부정'은 생계를 유지하고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한 정당한 방편이라고 합리화하기에 이른다.

하이델베르크대의 크리스티아네 시비에렌(Christiane Schiwieren) 교수와 린즈대 도리스 바이히셀바우머(Doris Weichselbaumer)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경쟁이 강화될수록 자기 체면을 지키기 위해 부정행위나 속임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경쟁 참여자 간 실력이 엇비슷할 경우에도 조그만 부정행위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에 역시 부정행위로 손을 뻗게 된다. 특히나 요즘은 직원들의 역량이 워낙 상향 평준화되어 크게 구분하기 힘들다 보니, 심지어는 '발각되지 않는 속임수는 능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처럼 경쟁은 이기기 위해 양심을 버리는 행위를 합리화한다는 부작용을 낳고 만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시어즈와 같은 기업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내부 경쟁은 조직에 기여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키고 공정한 룰을 준수하려는 의지도 희석시킨다. 조직보다는 개인의 노력과 성공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조직 충성도와 헌신은 일단 남을 이기고 보자는 경쟁의식에 의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버린다. 이 과정에서 '이타적'인 직원은 오히려 배척당한다. 내부 경쟁이 강한 조직에 속한 직원들은 이타적으로 행동하면 평가와 연봉에 불리하다는 사실이 뇌리에 박혀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타적인 직원은 비록 고맙긴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기가 왠지 꺼려지게 된다. 은연중 이타적인 직원이 나 자신의 입지를 흔드는 위험한 인물로 여겨져 그들이 조직에서 사라져 줬으면 한다. 실제로 워싱턴주립대 심리학자 크레이그 파크스(Craig D. Parks)의 연구에 따르면, '이타적인 팀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기적인 팀원'과 함께 조직에서 가장 떠나줬으면 하는 종류의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쟁은 비용을 늘리고 성과를 떨어뜨린다

내부 경쟁의 강화는 생산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 저명한 사회학자 피터 블라우(Peter M. Blau)가 1940년대 말에 수행했던 '경쟁적인 조직과 협력적 조직 중 어느 곳의 생산성이 더 높은가'에 관한 연구를 보자. 연구는 어느 공공 취업 센터에 근무하는 인터뷰어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센터는 A와 B 두 개의 팀(섹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는데, 섹션 A가 섹션 B에 비해 경쟁적인 분위기였다. 섹션 A의 인터뷰어들은 취업을 성사시키려는 욕망이 다들 커서 동료들과 정보를 공유하려 들지 않았다. 반면 섹션 B는 흥미로운 구인 요청이 들어오면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자 하고 누군가가 정보를 독점하려 들면 그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개인별 취업 성사 건수는 섹션 A가 훨씬 많았다. 섹션 A는 1인당 84건, 섹션 B는 1인당 58건이었다. 하지만 생산성은 달랐다. 취업 성사 건수를 구인 요청 건수로 나누어 생산성을 계산해 본 결과, 섹션 A는 구인 요청 건의 59%를 성사시킨 반면 섹션 B는 구인 요청 건의 67%를 성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위 연구는 경쟁으로 말미암아 산출된 성과가 사실은 꽤 큰 비용을 치르고 얻은 결실임을 시사한다. 경쟁으로 인해 직원들 간 정보 공유가 단절되면 특정 개인의 성과는 높아질지 몰라도, 조직 전체로 보면 보이지 않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내부 경쟁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직원들이 최대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직접적인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한 연구진은 74명의 대학생들에게 시간제한이 있는 8개의 간단한 퀴즈를 풀도록 했다. 이때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다른 참가자가 10명 더 있으며, 이들과 경쟁해 문제를 모두 푸는 데 걸린 시간이 상위 20%에 해당하면 5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도 같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경쟁자가 100명이라고 말했다. 실험 결과, 경쟁자가 10명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100명 조건’의 학생들에 비해 퀴즈를 빨리 풀었다(28.94초 대 33.15초). 이처럼 같은 과제나 게임을 수행하는 사람의 수가 많다고 인식하거나 실제로 많을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켜 'N 효과'라고 한다.


N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에 답이 있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N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의 성과를 높일 목적으로 경쟁을 강조하는 방법은 사회적 비교를 자극해 오히려 직원들의 동기와 성과를 저하시킬 뿐이다.

믿을 수 있는 동료의 존재만으로도 업무 성과 높일 수 있어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하면 어떻게 될까? 협력적인 조직은 개인이 자기 성과 달성에 몰두하려는 이기심을 완화시키고 협력을 권장한다. 그에 따라 조직 내에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며, 이는 조직의 성과로 이어진다. 위에서 언급한 블라우의 연구 이외에도 이 논리를 지지하는 연구는 많다. 정치경제학자인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M. Axelrod)의 '죄수의 딜레마'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최대의 이익을 얻으며 윈-윈(Win-Win) 하는 방법은 서로 협력하는 것임을 증명했다. 액설로드는 “성공은 상대방을 눌러 이기는 데 있지 않고 상대방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라고 말한다.

('죄수의 딜레마'로 유명세를 떨친 로버트 액설로드 미시간대 공공 정치학 교수 / 출처 본인 홈페이지)

협력은 동물의 본능이기도 하다. 흔히 우리는 '적자생존'이라며 동물의 세계를 경쟁과 투쟁의 장으로만 보지만, 실상 면밀히 들여다보면 협력의 양상이 더 많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부터가 그렇다. 아메바는 단독 생활을 하다가 먹이가 부족해지면 근처에 있는 다른 아메바에게 신호를 보내 결집하기 시작한다. 아메바가 하나둘 모여 수천, 수만 마리에 이르면 끈적끈적한 모양의 집합체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집합체를 형성한 아메바 중 약 20% 정도가 자살을 한다. 왜일까? 죽은 아메바들은 딱딱하게 굳어서 2㎜의 줄기를 형성한다. 그러면 살아 있는 아메바들이 이 줄기를 타고 올라가, 여러 곤충들의 몸에 들러붙는다. 아메바들은 곤충들의 몸을 타고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이주한다. 죽은 아메바들은 동료 아메바들이 곤충이라는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날 수 있도록 스스로 ‘플랫폼’이 돼주는 셈이다.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한 놀라운 협력임이 분명하다.

출처: (현미경으로 촬영한 아메바 / 출처 위키피디아)

본능으로서의 협력은 보다 고등 생물에게서도 나타난다. 딱새들은 근처 둥지가 적의 습격을 받으면 함께 몰려가 침입자를 공격해 습격 당한 딱새를 도와준다. 이때 도와주는 정도와 강도는 적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개똥지빠귀 같은 새들이 둥지 근처로 날아올 때는 굳이 도와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포식자인 올빼미가 나타났을 때는 함께 모여 공격한다.


외부 경쟁이 심화되고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할 때 직원 간 내부 경쟁을 강화하는 조치는 협력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고자 하는 생명의 본성에 반할뿐더러, 생존력을 떨어뜨리는 악성 요소가 된다는 점이 아메바와 딱새의 생태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교훈이다. 조직에 위협이 가해져 오면 구성원들은 합심하고 공동 대응하려 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경쟁의 강화가 외부 경쟁력을 높인다는 발상이 왜 여전히 경영자들에게 먹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이유는 진정한 경쟁력(이 용어는 경쟁을 당연시하는 말이기에 부적절하다. ‘생존력’ 혹은 ‘적응력’이란 말로 바뀌어야 한다)을 형성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로버트 크로(Robert Crow)의 말처럼 경영자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는 동안 경쟁을 통해 수많은 후보들을 물리쳤다는 경험에 매몰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경쟁 자체가 악(惡)은 아니다. 경쟁을 통해 세상은 분명 예전보다 더욱 활기차고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경쟁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처럼 기업 정의와 직업윤리를 뺑소니치고 달아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생존이 지금까지의 최우선 목표였다면, 이제는 ‘좋은 성과’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 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오일 갈러 갔다가 쓸데없이 엔진을 수리하는 일, 그런 부정으로 얻은 ‘나쁜 성과’는 단기간 만족스러울 수는 있으나, 끝내 기업을 거짓말과 부정행위가 창궐하는 곳으로 만들어 몰락시켜 버릴 가능성이 높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33호
필자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인터비즈 권성한,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미표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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