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끝난 기념 회식이나 할까?" 회사에 '하지말라' 규칙을 적용하라

조회수 2019. 2. 5. 22: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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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잠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친한 친구가 남의 물건을 자기 가방에 넣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 모범생을 자처하던 당신은 '정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① 그 친구가 안 볼 때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② 더 실수하지 않게 선생님께 말씀드린다

③ 조용히 친구를 불러 설득한다

④ 왜 그랬을까 생각해본다. 여러분의 선택은?

출처: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캡처

'비정상회담'이라는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1번을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번은 미국 대표만, 4번은 중국 대표만 손을 들었다. 한국 대표를 포함한 나머지 10명 모두 3번을 선택했다. 이른바 '소수 의견'을 제시한 중국 대표는 3번이 많은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눈으로 본 것이 모두 사실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자기 눈을 의심하고 객관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토록 배우기 때문이란다. 4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신이 본 것에 기준해 친구의 행동을 섣불리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옳지 않다는 얘기였다.


반면 미국 대표는 학생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학생이 경찰도 아닌데 돌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학생들 사이에 생긴 일은 선생님의 책임이라는 것. 만약 친구가 진짜 물건을 훔친 것이라면 질서에 어긋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선생님을 통해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였다. 이러한 미국 대표의 주장에 벨기에 대표는 '벨기에에서는 친구를 지켜주지 않으면 나쁜 사람'으로 지탄받을 수 있다고 되받았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레지스탕스를 경험한 벨기에는 동료를 지키는 것을 최선의 미덕으로 여긴다는 설명이었다.


일반적으로 도덕적 판단에 대한 문제에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와 같이 정의를 묻는 문제에조차 반드시 명쾌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차이는 갈등을 일으킨다

모든 기업에는 핵심 가치(Core Value)라는 것이 있다.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즉 개개인이 공동체로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공통의 가치관이다. 그런데 핵심 가치가 정해졌다고 해서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사라질까? 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핵심 가치에 대한 해석이 구성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경우가 있다. A사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배려'다. 그런데 자료를 넘기는 쪽은 데이터를 꼼꼼히 확인해 상대에게 최대한 정확한 자료를 넘겨주는 것을 배려라고 여기는 반면, 자료를 받는 쪽은 자신이 자료를 검토하고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료를 주고받는 타이밍과 관련해 갈등의 여지가 생긴다. 어느 한쪽이 옳고 틀린 문제가 아니다. 동일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길 때 생각의 차이가 생겼을 뿐이다.

출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캡처

구성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조직의 핵심 가치를 행동에 옮긴다. 그러나 각자 생각이 다 다르므로 개개인의 방식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주요 업무 상황에서 핵심 가치에 따른 옳은 행동은 무엇인지, 소위 워크 웨이(Work way, 일하는 방식)가 필요한 이유다. 구성원들 간에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약속을 사전에 정해두는 것이다. 이전 사례에서 A사가 금융업이라면 자료에 대한 정확성을, 스타트업 조직이라면 스피드를 우선되는 행동으로 정해놓는 것처럼 말이다.


리더십 전문가 린다 힐(Linda Hill) 하버드대 교수는 조직 구성원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목적의식, 즉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 혹은 정체성이다. 둘째, 공통의 가치관, 즉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합의다. 셋째가 바로 교전규칙(rules of engagements)이다. 생각하는 방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조직 내에서 미리 공유된다면, 구성원들이 중요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므로 비생산적인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조직의 교전규칙, 워크 웨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그렇다면 효과적인 워크 웨이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우리 조직의 주요 업무 상황은 어떤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 조직 내 두 사람 이상이 가장 빈번하게 처하는 상황, 그래서 갈등이 많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찾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공통된 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회의, 지시와 보고, 부서 간 협업 등이 대부분의 조직에서 워크 웨이가 필요한 공통적인 업무 상황이다. 이외에도 피드백, 평가, 목표 수립, 고객 대응 등의 상황에서 구성원 간 오해나 갈등의 소지가 있어 워크 웨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을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워크 웨이가 필요한 업무 상황이 결정됐다면, 그다음은 우리 조직에서 올바른 행동으로 여겨지는 것을 찾아 연결하면 된다.

출처: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여기 배달 앱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의 재치 넘치는 워크 웨이가 있다. 이 회사가 작성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살펴보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면 되겠구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가령 보고와 관련해서는 '보고는 팩트에 기반한다',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는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고 명시돼 있다. '휴가나 퇴근 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라는 항목은 구체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꼭 가야 해? 눈치껏 하자~"와 같은 예시를 들며 흔히 있을 수 있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미묘한 갈등을 방지한다.

출처: 제니퍼소프트 트위터

반대로 소프트웨어 기업 제니퍼소프트의 워크 웨이는 절대 해선 안 되는 행동, 이른바 금기(禁忌) 항목을 정해놓았다. '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33가지'를 보면, 이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 가지 가치가 상황별로 자세하게 드러나있다. 가령 '퇴근 후 일하지 마요. 우리에겐 휴식과 가족과 나눌 사랑이 힘이 돼요'는 삶과 일의 균형을 위한 행동으로, '사무실에서만 일하지 마요. 때론 카페에서도 일해요'는 자율적 환경을, '슬금슬금 돌아앉지 마요. 함께 나눈 이야기 속에 좋은 아이디어도 창의성도 발현되어요'는 창의성을, '사유와 공부를 게을리 말아요. 공동체의 의무예요'는 열정을 구현하는 행동으로 각각 명시돼 있다. '출장 후, 초콜릿 사 오지 마요. 그거 사기 위해 신경 쓰는 누군가에겐 부담되어요'와 같이 사소하지만 애매한 상황에 대해 직설적인 답을 주기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금기 형태 워크 웨이는 '하라'는 것보다 '하지 말라'는 것에 더 집중하는 사람 심리를 이용해 애매모호함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숫자 형태의 워크 웨이 역시 이러한 방법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회의에 먼저 와서 기다리라고 하는 것보다는 시작 시간 10분 전에 오라고 하는 것이 더욱 명쾌하다. 마찬가지로 회의 자료는 간단하게 하라는 것보다 1장으로 하라는 것이 실천하기 쉽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가 과거 회식 상황에서는 119문화(한 가지 술로 일 차만 아홉 시까지), 보고 상황에서는 911문화(구두로 한 장으로 한 번의 보고) 캠페인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칙에 대한 충성심은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워크 웨이라 하더라도 구성원이 실천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워크 웨이가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워크 웨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첫째, 구성원 입장에서는 워크 웨이가 지켜야 할 규칙이 더해져 부담감만 커졌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워크 웨이의 수혜자는 결국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 만약 워크 웨이가 없다면 구성원의 업무는 상사의 취향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워크 웨이가 서 있다면 구성원은 매번 다른 업무 스타일 사이에서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관되게 적용되는, 조직의 공통된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독단적 리더라고 불릴 정도로 괴팍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회사의 워크 웨이에 따라 언제나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렸다. 아이폰4 출시 때의 일화다.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던 잡스는 아이폰4 모델에 태양광을 활용한 무선 충전 기술을 탑재하자고 아이디어를 냈지만, 구성원들로부터 단박에 거절당했다. 당시 기술로 무선 충전 기술을 탑재하면 아이폰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무게가 증가해, 애플의 워크 웨이인 '기업은 세상에 우수한 제품을 전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복잡성을 피해 단순성을 추구하며 이는 시장 진입에까지 적용된다'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워크 웨이는 구성원이 마지못해 지켜야 하는 '의무'가 아닌 당당히 주장해야 할 '권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다.


두 번째, 구성원들은 워크 웨이의 지속 여부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 있다. '한때 이러다 말겠지'와 같은 마음이다. 따라서 조직은 워크 웨이가 진짜 실행되는 것이라는 믿음을 안겨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워크 웨이를 평가 시스템에 활용하는 것이다. 즉 우리 조직에서 일 잘하는 행동은 무엇인지의 기준을 워크 웨이로 하면 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핵심 가치인 열정에 대해 '탁월함을 추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넷플릭스의 성공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성취를 축하한다', '끈기를 갖는다'라는 행동 문구를 워크 웨이로 갖고 있다. 그리고 이 4가지에 대해 각각 점수를 매겨 구성원들을 평가한다.


조직 내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각자 성향도 경험도 다른 만큼 같은 원칙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동상이몽은 많아지고 갈등은 증폭된다. 그러나 갈등의 파괴성은 조직이 이러한 업무 갈등을 어떻게 다루고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리더는 구체적 업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두가 일치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워크 웨이를 정립해야 한다. 그럴 때 갈등은 더 이상 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것으로 거듭날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7호
필자 조미나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문화연구소장, 김미진 HSG휴먼솔루션그룹 연구원

- 조미나 소장은 이화여대에서 경영학 학·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액센추어 컨설턴트, 청와대 업무혁신 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aSSIST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 김미진 연구원은 이화여대에서 영어영문학 학사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 기자를 거쳐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 홍보팀장, 온라인 콘텐츠 R&D팀장을 지냈다.


인터비즈 임유진, 이방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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