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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회와 '양식' 회는 종이 한 장 차이

자연산 vs 양식, 어떤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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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TV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회를 주제로 다룬 적이 있다. 생선 회의 ‘달인(達人)’ 아주머니 한 분이 출연해 살아 움직이는 광어의 색깔만으로 자연산인지, 양식 물고기인지를 척척 맞혔다. 재미있는 것은 회를 먹기 좋게 썰어서 쟁반에 올려놓고 맛을 보고 맞혀보라고 하자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연산과 양식 회의 차이는 무엇일까? 식품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연산이 양식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 10% 정도 육질이 더 쫄깃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차이는 소비자가 지각할 수 없는 수준, 즉 ‘차등적 문턱(differential threshold)’ 이하에 있다. 달인이 구분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인간 지각의 한계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아주 작은 차이'가 상품의 경쟁력을 가른다. 이 아주 작은 차이 때문에 소비자는 실제 효과가 없더라도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 ‘유사 차별화’ 효과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연산과 양식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자연산 회가 더 비싼 이유 

우리는 왜 자연산 회를 더 선호할까? 자연산 회가 양식 생선회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생제 문제 등을 제외한 순수 영양학적 측면에서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사료를 먹여 키운 양식 물고기가 자연산보다 더 우수하다(방송에서는 물고기에게 출하 시점 몇 개월 전부터 항생제를 먹이지 않으면 항생제 잔류량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의 그레고리 카펜터 교수 등이 1993년 JMR(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발표한 ‘의미없는 차별화가 낳은 의미 있는 브랜드(Meaningful Brands from Meaningless Defferentiation: The dependence on irrelevant attributes)’라는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가 구별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차이가 '차별화'를 만들어낸다)

전통적인 차별화 전략은 자사 제품에 경쟁제품에 없는 차별화 속성(attribute)을 추가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benefit)을 제공하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DMB나 MP3 기능을 추가해 전화 통화만 가능한 기존 제품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카펜터 교수의 논문은 소비자 혜택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속성(meaningless attributes)’을 추가할 경우에도 효과적인 제품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전혀 없는 실크 성분을 소량 첨가한 샴푸가 일반 샴푸보다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실질적 혜택과 무관한 속성(irrelevant attribute)을 이용한 차별화를 '유사 차별화(pseudo differentiation)'라고 한다.  


새로운 속성은 참신하고 두드러져 보여


소비자는 왜 기존 제품과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는 제품을 더 선호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속성이 가져다주는 참신성에 있다. 소비자는 동일한 속성보다는 차별적 속성에 더 큰 가중치를 두고 제품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품질, 기능 면에서 경쟁 제품과 큰 차이가 없으면 추가 속성의 효과가 더 커진다.  


이것이 바로 실질적인 혜택이 없더라도 제품과 브랜드를 더 독특하고, 참신하며,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비결이다. 샴푸에 첨가한 소량의 실크도 제품과 브랜드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데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기존 제품에 소량의 '실크'만 함유해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선보일 수 있다)

둘째, 소비자는 제품에 만족할 경우 그 원인을 다른 제품과의 차별적 속성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타 제품에는 없는 무의미한 속성(meaningless attribute)이 자신을 만족시키는 데 중요한 기능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소비자가 실크 샴푸의 향기 등과 같은 다른 요소에서 만족을 느끼더라도 타제품에 없는 ‘실크 함유’에서 만족의 이유를 찾는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유사 차별화 제품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가치 있는 상품’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이 실질적 혜택을 주지는 않지만, 소비자 스스로 그럴듯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낀다는 말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유사 차별화 제품이 제공하는 ‘의미없는 속성(meaningless attribute)’은 소비자가 얻는 혜택에 대해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  

이때 소비자는 추론을 통해 제품의 추가적 속성에 의미를 부여한다. 실크를 함유한 샴푸의 경우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없으면 왜 광고를 하겠느냐’고 추론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소비자가 언론 등을 통해 실크 샴푸가 실제로는 일반 샴푸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여전히 유사 차별화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다(카펜터 교수의 논문에서는 샴푸 대신 오리털과 거위털 파카를 실험 자극으로 사용했다).  


비록 연관성이 없음을 알려줬다 해도 여전히 경쟁 제품에 비해 독특하게 보이는 효과(salient)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험을 진행한 학자들도 이러한 현상에 매우 놀랐다(그림1). 

‘유사 차별화’에 주목하라

이제 자연산과 양식 회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생선 회에서 ‘자연산’이라는 무의미한 속성은 소비자에게 어떠한 차별적인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 유사 차별화의 수단이다. 횟집마다 내건 ‘자연산 회’라는 선전물을 볼 때, 소비자는 자연산이라는 메시지가 주는 정확한 혜택(benefit)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단지 ‘선전을 하니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연산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연산이 더 쫄깃하고 맛있을 거라는 ‘다소 부정확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또 자연산의 가격이 양식보다 더 비싸다는 사실이 자연산이 주는 유사 차별화 효과를 더 크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판단할 경우에는 가격이 높아질수록 유사 차별의 효과는 증가한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무언가 특별한 가치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그림2의 둘째 도표). 

그렇다면 방송이 나간 후에 소비자들의 태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가격이 저렴하고 영양가가 더 높은 양식 회를 선호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 제품의 품질 차이가 없음을 알았을 때 적당히 높은 가격(고가)에서 유사 차별화 효과가 크고,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유사 차별화 효과가 사라진다. 


일정 수준의 가격까지는 소비자의 기대가 자연히 증가하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격 수준 이상(프리미엄)이 되면 소비자는 새롭게 받아들인 정보를 통해 ‘자연산 생선회의 효용’을 검증하려고 한다. ‘도대체 자연산이 뭐기에 이렇게 비싼 거야’라는 생각과 ‘영양과 맛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다(그림2의 셋째 도표). 

(아무리 자연산 회라고 해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유사 차별화' 효과가 사라진다)

오늘날처럼 경쟁 브랜드간 품질 차이가 갈수록 줄어드는 시점에는 유사 차별화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커진다. 소비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 처리 노력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려고 하며 눈에 띄는 특정 속성을 근거로 제품의 품질을 추론해 구매 판단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 차별화는 특별한 비용 증가 없이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가치를 증대시키는 기능을 한다. 앞서 언급했듯 제품을 독특하고 참신하며 두드러져 보이게 함으로써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 행태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유사 차별화의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제품 차별화의 대안이 부족하거나 시장 포화 상태에 처해 있는 기업이라면 유사 차별화를 전통적 차별화 전략의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실제 효과 여부와 소비자가격 사이의 그래프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유사 차별화 효과가 발휘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실제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그보다 훨씬 과다한 가격을 책정할 경우 소비자는 고개를 돌려버릴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7호
필자 김지헌

인터비즈 최한나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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