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님은 갔습니다'.. 망한 것들만 전시하는 '실패박물관'

조회수 2019. 1. 24. 00: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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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케첩? 에이즈 사탕?.. 듣기만 해도 이상해!
출처: 실패박물관 홈페이지

약 100개의 실패작을 모아 전시한 '실패박물관(Museum of Failure)'이 있습니다. 미국의 조직 심리학자 사무엘 웨스트(Samuel West)는 작년 스웨덴 헬싱보리에 이어 올해 미국 할리우드에 '실패박물관'을 열었습니다.


실패박물관을 만든 웨스트씨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의 이유가 있다"라는 구절에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성공한 것들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성공했는데, 실패한 것들에는 각각 너무나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이죠. 웨스트씨는 "기업들은 실수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고 비밀에 부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성공은 분석하지만 실패는 잘 분석하려 하지 않죠. 하지만 웨스트씨는 실패를 분석하고 교훈을 얻어야 진짜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혁신을 위해 사무엘씨가 모은 실패작들, 함께 살펴볼까요?

1. 초록색 케첩

출처: Museum of Failure 공식 인스타그램(좌), 당시 하인즈의 광고 캡처(우)
(하인즈에서 출시한 색깔 케첩 EZ Squirt)

미국의 유명한 식품회사 하인즈(Heinz)는 2000년에 들어서 아이들을 위한 신상품을 출시합니다. 바로 케첩인데요, 왠지 우리가 알던 케첩과는 다릅니다. 마요네즈는 흰색, 머스타드는 노란색, 케첩은 빨간색 아니었던가요? 하인즈가 출시한 케첩은 놀랍게도 초록색이었습니다. 공략대상이었던 아이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고, 하인즈는 오렌지색, 보라색, 파란색, 핑크색 등 더 많은 색의 케첩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관심은 잠깐이었고,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잃었습니다. 냉장고에 어질러진 여러 색깔의 케첩에 질린 사람들은 입맛을 돋구는 빨간색 케첩만을 구매했고, 계속해서 매출이 감소하자 하인즈는 2006년 색깔 케첩 생산을 중단합니다.

2. 바이크 회사의 향수

(할리데이비슨의 핫 로드 향수 광고)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조 회사 할리데이비슨(Harley Davison)에서 만든 향수 '핫 로드(Hot Road)'입니다. 할리데이비슨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바이크 회사입니다. 1903년에 세워져 2000년에는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도산 위기를 겪었는데, 그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향수입니다. 할리데이비슨이 바이크 제조 회사여서 그런 걸까요? 소비자들은 이 향수에서 땀 냄새가 섞인 바이크 냄새가 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바이크뿐만 아니라 브랜드 자체에 애착이 큰 기존 고객들의 호응도 받지 못했습니다. 강하고 거친 것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이 향수를 반겼을리 없었죠. 결국 일반 대중들과 기존 고객들 모두가 등을 돌렸습니다. 

3. 에이즈 사탕

출처: 위키피디아
(에이즈 캔디)

70-80년대 출시된 에이즈 사탕(Ayds Candy)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초콜릿, 민트, 캐러멜 등 다양한 맛과, 풍미가 소비자를 사로잡았죠. 하지만 문제는 에이즈(AIDS)였습니다. 80년대 중반에 에이즈라는 병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공포도 확산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무 상관없는 에이즈 캔디는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매출에 영향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이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절반 가까이 매출이 줄었고 이름을 다이어트 에이즈(Diet Ayds)로 바꿨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결국 80년대 후반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됐습니다.

4. 이름 없는 소녀 인형

출처: 실패박물관 공식 페이스북

미국의 장난감 회사 하스브로(Hasbro)에서 1965년에 출시한 '이름 없는 소녀(Little Miss No Name)' 인형입니다. 얼핏 보아도 우리가 아는 인형과 매우 다르게 생겼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인형이 아니라 슬픈 표정에 누더기 옷을 입은 인형 상자 아래에는 "저를 사랑해주세요, 같이 놀아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손을 뻗어 구걸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인형은 기괴하고 으스스 한 느낌을 줘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결국 1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5. 전기 마스크

출처: Rejuvenique

스킨케어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 리쥬베니크(Rejuvenique)가 1999년 출시한 전기 마스크입니다. 마스크 안쪽의 칩이 얼굴 곳곳에 전기 자극을 흘려보내는 방식인데요, 피부 미백과 주름개선을 돕는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보기엔 어떠신가요? 사람들은 공포영화 속 미치광이 살인마가 쓸 법한 마스크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스크의 모습이 섬뜩하기도 하고, 당시엔 전기 자극을 몸에 흘려보낸다는 것이 대중에게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얼굴에 스파크가 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당시 굉장히 인기 있었던 배우 린다 에반스(Linda Evans)가 광고했음에도 사람들의 공포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국내 대기업에서 이와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리쥬베니크의 전기마스크처럼 얼굴 전체에 마스크를 쓰고 붉은색의 LED 빛으로 피부를 케어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리쥬베니크의 마스크와는 반대로 큰 인기를 끌고있습니다. 약 2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피부과 시술이 발달했고, 전기와 LED 등을 이용한 치료는 더이상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쥬베니크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제품이었나봅니다. 


이외에도 1912년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호'와 플라스틱 자전거, 초록색 케첩 등 100여개의 실패작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실패박물관을 만든 사무엘 웨스트의 말대로 실패작들은 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약회사는 건강하고 상쾌한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은 라자냐를 출시해서 실패했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전기마스크는 판매가 중단되었죠. 실패를 마주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성공만큼이나 실패도 많은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사무엘웨스트씨의 말처럼 진짜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를 숨기지 말고 구석구석 살펴야겠습니다.


* 위 글은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Harley Davidson perfume? Trump board game? ‘Museum of Failure’ celebrates legendary product flops.'

테드(TED) '사무엘 웨스트 편(Museum of failure: Turn failure into success | Samuel West)' 

BBC의 'Welcome to the Museum of Failure'을 참고해 작성되었습니다.

인터비즈 최예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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