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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적군이 본 알렉산드로스는 사실 가짜! 진짜는 어디에?

조회수 2019. 1. 12. 16: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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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스페스 전투

전쟁에서 '강'은 공격군 지휘관들에게 골칫덩이였다. 여울목이나 다리를 이용하면 한두 줄로 전진해야 해 적군에게 병력이 쉽게 노출되고, 병력을 분산해 배나 뗏목을 이용하는 것은더 위험하다. 기원전 326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인더스 강을 사이에 두고 같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인도 원정이었다. 인도의 왕 포로스가 이끄는 군대는 인더스 강의 지류를 방어선으로 삼아 마케도니아군을 막아섰다. 지형과 상황에 따라 융통적으로 전술을 구사하는 데 마케도니아군을 따라올 자가 없었지만 수심 깊은 강이 이들의 발을 묶었다. 


천하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인도군을 격파했을까 

인더스 강을 두고 대치한 양군... 천하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무모한 전략은?

당시 알렉산드로스의 병력이 10만 명이 넘었다는 설도 있지만 보병 6000명에 기병 5000명이란 설이 정확한 듯하다. 알렉산드로스의 최강 전력은 5.6m 창을 쓰는 장창 보병대와 그가 직접 지휘하는 엘리트 부대인 컴패니언 기병대였다. 포로스의 군대는 3만 명이었다. 이들은 키만 한 활을 사용하는 궁병과 300대의 전차, 85마리로 구성된 코끼리 부대로 구성됐다.


포로스는 히다스페스라는 인더스 강의 지류를 방어선으로 택했다. 강의 폭은 800m나 되고 수심도 깊었다. 마침 우기라 물도 넘쳐흘렀다. 알렉산드로스는 시험 삼아 강 중간의 작은 하중도에 소규모 장창부대를 보내 인도군과 전투를 벌였다. 백병전은 마케도니아군이 승리했으나 곧 나타난 인도 궁병의 무자비한 화살 공격에 물에서 느리게 움직이던 마케도니아군은 전멸했다.  


전투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희생을 감수하고 강행 돌파를 하느냐. 알렉산드로스에게 포기란 있을 수 없었다. 그는 훗날 이집트의 왕이 되는 프톨레마이오스에게 기병 부대를 맡기고 여울목 앞에서 대기하게 했다. 수심이 얕아지면 여울목을 건너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였다. 건기까지 시간이 남아 거대한 막사도 세웠다. 금빛 갑옷을 입은 그의 모습이 인도군에게 관측됐다. 포로스도 건너편에서 병력을 보강하고 바리케이드를 구축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그러나 인도군이 본 알렉산드로스는 사실 가짜였다. 진짜 그는 여울목 돌파보다 무모한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적군 몰래 강을 조사해 또 다른 하중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프톨레마이오스 기병 부대가 주둔한 곳에서 히다스페스 강을 따라 동쪽으로 약 25km 거슬러 올라간 강 상류 지점이었다. 수심도 얕아 걸어서 건널 수 있었다. 그는 폭풍우 치는 밤에 이곳에 몰래 군대를 집결시키고 기습 공격을 했다.


무모한 작전이었다. 마케도니아군은 잠도 자지 못하고 왕복 50km의 강행군을 해야 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인도군과 대치하고 있는 지점에서 25km를 걸어 강을 건넌 후 다시 그 거리만큼 내려와 인도군과 대적해야 했다. 강을 건너는 지점이 너무 멀어서 후속 부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었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강 건너편에 고립돼 적들과 싸워야 했다.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 전술이다. 거대한 페르시아제국을 지배한 왕이 작은 강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벌인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에겐 가능한 일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진정으로 타고난 전사였다.  

격전... 냉철한 사고로 승기 잡은 알렉산드로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의 가장 큰 장점은 무모함이 아니라 냉철한 사고였다. 알렉산드로스가 강을 건너 포로스의 진영에 도달하자 인도군은 대혼란을 겪었다. 포로스의 군대는 모두 강을 향해, 즉 북쪽을 향해 전투배치가 돼 있었는데 알렉산드로스가 동쪽으로 치고 들어온 것이다. 군대는 궁병, 창병, 기병이 협력해 싸운다. 각 부대는 적절한 간격과 위치로 포진해야 하는데 규모가 큰 부대일수록 부대 간 거리가 상당히 멀다. 인도군이 포진을 동쪽으로 변경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급해진 포로스는 일단 출동할 수 있는 부대부터 전장에 보냈다. 소위 축차적 투입이라는 것인데 이는 전쟁에서 금기 중의 금기다. 병력이 분할되고 병종 간 협력도 어렵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전략이다.  


아니나 다를까 급하게 투입된 부대는 차례차례 전멸했다. 반면 냉철한 알렉산드로스는 효율적으로 전투를 지휘했다. 측면습격을 하는 와중에도 놀란 적의 심리를 이용해 자기에게 유리한 지형을 골라 싸웠다. 부대를 나눠 협공한 점도 돋보였다. 예를 들어 인도의 전차부대를 강변의 진흙탕으로 유인해 꼼짝달싹 못 하게 한 후 경보병을 보내 처리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포로스는 코끼리 부대와 기병을 동원해 직접 지휘에 나섰다. 마케도니아군은 처음 보는 코끼리에 놀라 고전했지만 알렉산드로스는 코끼리의 약점을 재빨리 찾아냈다. 코끼리는 말을 겁주고 동요시키는 데 제격이지만 전투효율은 그리 높지 않다. 부리기가 어렵고 기동력도 말보다 느렸다. 알렉산드로스는 기병을 우회시켜 코끼리의 측면을 공격하고 경보병을 풀어 적을 교란시켰다.


알렉산드로스가 미리 잠복시켜 둔 지원부대가 때마침 합류하며 마케도니아로 승기가 기울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강 하류와 강 상류 중간쯤에 도하가 가능한 지점을 찾아 놓고 그곳에 기병을 몰래 잠복시켰다. 주력 부대가 강 상류에서 내려와 인도군과 전투를 치르고 있을 때 추가로 도하에 나서 협공을 하도록 한 것. 알렉산드로스의 영리한 전략이었다. 전투의 혼란 때문에 인도군은 지원부대의 도하를 알아채지도 저지하지도 못했다. 인도군은 대패했고, 포로스는 부상을 입은 채 포로로 잡혔다. 

최적의 방어진 '강'... 강을 지키는 지휘관들이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

쉬운 전투는 아니었다. 결정적인 승리 요인은 포로스가 일부 부대만 동원해 진형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도군이 완전한 포진하에서 전장을 선점했다면 알렉산드로스는 궁병에 상당한 희생을 치렀을 것이고 기동성 있는 작전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의 전투 이야기엔 그의 투사적 기질, 대담성과 용맹함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장점은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주어진 상황을 언제나 자신에게 최선의 장점이 되도록 응용하고 도전한다.  

출처: 웹뮤지업, © Nicolas Pioch
(샤를 르 브룅이 그린 알렉산드로스의 군대와 포로스의 군대)

논리적으로 강은 분명 최적의 방어 요지다. 그러나 전쟁사를 보면 강을 지켜 대승을 거둔 전투는 사실 별로 없다. 포로스뿐 아니라 수많은 장군이 강을 지키다가 실패했다. 또 세기의 명장들은 강에서 고전은 했지만 대패하거나 좌절을 겪은 적은 거의 없다. 뛰어난 장군들에게 강은 고통스럽긴 하지만 결정적 장애물은 아니었다.


강을 지키는 지휘관의 실수는 주도권을 적에게 양도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생각에 전술과 전장을 고정한다. 그러나 강은 수십, 수백 km까지 이어진다. 도강지점은 무수히 많고 강 전체를 방어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도하지점을 고정하고 그곳만 방어하는 전술은 창의와 역동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지름길이다. 전술을 완전히 노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알렉산드로스처럼 상류로 돌아 들어오는 전술은 무모하다고 단정짓고 안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짜 무모하고 위험한 전술은 단 한 가지 전술에 자신을 고착시키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크고, 쉽고, 편안한 이익을 주는 상품과 전술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강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우리는 절대 무적"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경제상황이라는 강은 무한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 진정한 천재는 강의 저 위편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저히 건널 수 없어 보이는 깊고 빠른 강은 당신을 빠트리는 함정일 뿐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46호
필자 임용한

인터비즈 문채영,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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