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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비난 광고 만들어도 내버려둔 기업

조회수 2019. 1. 11. 1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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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고 싶다면 고객에게 자율성을

마케팅의 목표는 자사 제품을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마케터들은 이를 위해 자사 제품의 특징을 강화하거나 고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해 구매 상황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 구매 상황뿐만 아니라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도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소비자의 '자율성(empowerment)'이 구매 후 경험 공유에 미치는 영향에 학계와 마케팅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의 경험 공유는 마케팅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험의 공유는 빠른 속도로 구전(口傳), 즉 입소문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전은 타인의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경험 공유를 유도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다. 마케팅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험을 마음껏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소비자들에게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할수록 구전은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진다. 자율성을 부여받은 소비자들은 스스로 긍정적인 경험을 찾아 나서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출처: 각 사
(인플루언서(influence + er)란 영향력 있는 개인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인플루언서들은 온라인 구전을 만드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이용하는 상품, 먹는 음식, 자주 찾는 식당 등의 후기가 모두 구전이 되어 또 다른 후기를 낳는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이를 이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이는 구전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구전을 만들고 싶다면, 고객에게 자율성 부여하라

출처: 네이버 자동차
(2006년 당시 쉐보레가 이벤트를 진행했던 모델인 2007 쉐보레 타호)

2006년 자동차 회사 쉐보레는 온라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2007년형 타호(Tahoe) SUV에 관한 고객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했다. 비디오 클립, 그래픽, 음악을 사용자에게 제공한 뒤 원하는 문구를 넣어 자유롭게 광고를 만들어 달라는 캠페인이었다. 쉐보레는 기업과 사용자의 이러한 상호작용이 많은 구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쉐보레의 예상대로 많은 화제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화제가 됐던 이유는 참가자들이 나쁜 연비와 환경문제를 풍자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소비자는 회사를 이라크 전쟁과 연관시켰고, 자동차와 전혀 상관없는 문구를 넣어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광고들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마케팅팀은 부정적인 광고들이 연일 화제가 되자 캠페인 중단을 고민하기도 했으나, 결국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당시 캠페인 대변인이었던 멜리사 테자노스(Melisa Tezanos)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브랜드를 일반에 공개하면 좋은 이야기뿐 아니라 나쁜 이야기도 들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나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캠페인의 일부이고,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캠페인은 약 400편의 부정적 비디오와 그의 50배에 달하는 약 2만 편의 긍정적인 비디오를 얻으면서 끝이 난다. 부정적인 의견까지도 수용해 캠페인을 지속한 결과였다.


출처: Coca-cola sweater generator
(이벤트 사이트에 접속해 직접 스웨터를 디자인해 보았다)

2013년 11월, 연말 휴일을 겨냥해 코카콜라는 독특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소비자로 하여금 못생긴 스웨터를 제작하도록 하고 상품까지 증정하는 '스웨터 전쟁(Sweater battle)' 이벤트였다. 참가자가 색상, 패턴, 아이콘 등을 선택해 스웨터를 만들면 투표를 진행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100개의 스웨터를 실제로 생산해 사용자에게 보내주는 형식이었다. 이 이벤트는 멋지거나 예쁜 스웨터를 뽑는 것이 아니라 못생기고 모자란 것을 찾는 시합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이 한껏 드러나는 스웨터를 제작해 각자의 SNS 등에 공유했고, 이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1888년 설립된 카르멜(Carmel) 와이너리는 이스라엘 최대의 와이너리로 브랜드 노후화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카르멜은 높은 시장점유율과 많은 판매량을 가지고 있었고, 브랜드의 역사도 길었지만 그만큼 낡고 오래된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르멜은 2015년 푸도그라피(Foodography, 음식과 사진의 합성어) 캠페인을 구상했다.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모습에서 착안한 캠페인이었다. 카르멜은 요리사와 음식 사진작가, 도자기 디자인 아티스트까지 초빙해, 고객들이 요리사가 만든 일류 음식을 먹으면서 사진작가가 진행하는 '음식 사진 찍는 법' 워크숍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출처: 카르멜 와이너리
(림보를 사용하는 모습. 음식 사진을 흔들림 없이, 최적의 각도에서 찍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음식은 도자기 디자인 아티스트가 만든 2개의 접시에 담겨 제공됐는데 이 접시가 매우 혁신적이었다. 림보(Limbo)라는 접시는 끝이 구부러져 있고 휴대폰을 세우는 홈이 있어 손 떨림 없이 최적의 각도에서 최적의 음식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또 360이라는 접시는 홈에 휴대폰을 끼운 뒤 동그란 피자 판 같은 접시에 음식을 올리고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음식을 360도로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림보와 360을 이용해 고급 음식을 찍은 소비자들은 캠페인이 끝난 뒤 이를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 프로젝트는 SNS와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서 큰 이슈가 돼 40만 달러 이상의 광고 효과와 함께 카르멘 와인의 매출을 13% 이상 증가시켰다.

출처: 카르멜 와이너리
(360 접시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을 여러 방향에서 찍을 수 있고, 음식을 플레이팅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부정적 의견 두렵다고 자율성 제한하는 일 없어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쉐보레, 코카콜라, 카르멜 와이너리의 이벤트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자율성을 부여받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공유한 직접 만든 광고와 스웨터, 직접 찍은 사진 등이 구전을 만들었다. 물론 소비자가 공유한 모든 경험들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고, 과장된 비난을 퍼붓는 소비자도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 의견이 두렵다고 자율성을 제한하거나 단순히 문제 해결식 공모전을 치러서는 고객의 참여조차 이끌어낼 수 없다. 구전을 원한다면,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야한다. 즉, 소비자 스스로가 자유롭게 문제를 개진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고객은 스스로 긍정적인 경험을 찾고, 온라인 구전은 더욱 널리 퍼질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23호
필자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비즈 최예지, 이방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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