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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 떠는 토스터.. 가전기기가 어린이처럼 행동한다?

조회수 2019. 1. 3. 10: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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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 피우는 新가전기기들

2017년 말,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에 재학 중인 레온 브라운(Leon Brown)은 4가지 콘셉트 토스터 8종을 디자인했다. 브라운은 사람 간 관계를 맺어가는 가운데 벌어질 수 있는 일들 중 4가지를 뽑아 가전제품(토스터)에 대입했다. 그는 이 상상 속 토스터들에 ‘새로움을 관리하다(Managing the newness)’는 제목을 붙였다. 이들은 마치 사람처럼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아양을 떨며 사용자와 관계를 맺어가려 한다.


첫 번째 관계는 공생(Commensalism)이다. 공생은 생물학 관점에서 각기 다른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공생 콘셉트의 토스터는 스스로 사용자에게 더 좋은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생존 기간을 늘린다. 쉽게 말해 토스터가 사용자에게 사용가치를 주어 더 자주, 더 오래 사용되려는 것이다. 

'공짜 빵을 제공하는 토스터(Free Toaster)'의 우측에는 돈을 낼 것인지 아니면 공짜로 빵을 얻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다. 돈을 내야 빵을 구워준다는 설정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짜 빵을 구워주어 사용자의 환심을 산다. 빵 위에는 ‘풍요로움을 즐겨라(Enjoy the Rich)’는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빵 부스러기로 그림을 그리는 토스터(Crumb Toaster)'는 빵을 구운 후 나온 부스러기로 사진 찍기에 좋은 아트워크를 남겨 사용자를 즐겁게 해준다. 기한이 지난 빵을 토스터에 넣으면 그 빵을 태워 전력을 생산해 스마트폰을 충전해주는 그의 상상 속 토스터(Charge Toaster)도 함께 소개됐다.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빵을 계속 넣어야 해 지속적으로 토스터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길들이기(Domestication)란 정서적인 애착을 형성해 서로에게 의지하는 관계다. 이 감정으로 설정된 토스터는 사용자에게 애정을 느끼며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부드럽게 안는 토스터(Cradle Toaster)'를 사용하려면 사용자는 토스터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줘야 한다. 토스터는 본체를 흔들어 아양을 떨어 관심을 촉구한다. 

출처: vimeo(Leon Brown)
(움직이는 토스터. 사람의 손길을 기다린다.)

포식(Predation)이란 동물이 먹잇감이 되는 다른 물을 사냥해 먹는 것을 가리킨다. '포식자 같은 토스터(Detect Toaster)'는 사용자를 향해 몸을 비틀며 빵을 달라고 요구한다. 또는 자기 주변의 스피커를 해킹해 거기서 빵 굽는 소리를 재생함으로써 사용자가 토스터를 찾도록 유혹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대상과 더부살이를 하는 ‘기생(Parasitism)’을 콘셉트로 제작된 토스터도 있다. 전자레인지 상단에 자리 잡은 토스터(Lift Toaster)는 전자레인지의 열을 사용한다. '주방 상판에 기생하는 토스터(Latch toaster)'는 스스로 움직이면서 사용자의 손길이 닿는 곳을 찾아다니고 다른 물건이 자기 주위에 오면 쫓아낸다. '계속 고쳐줘야 하는 토스터(Service Toaster)'는 고장 났다는 것을 빌미로 사용자가 자신을 안쓰럽게 여기도록 유도한다. 더 나아가 다른 전자제품의 부품을 빼서 자신을 수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아이처럼 귀엽게 행동하는 로봇청소기, 쓰레기통, 토스터

출처: hyerimshin.com
출처: hyerimshin.com
(위 그림처럼 막대기로 빵 부스러기를 빼낸다.)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를 졸업한 신혜림 작가는 2년 전 귀여운 콘셉트의 가전제품 컬렉션 ‘Be My Mother’을 선보였다. 그가 디자인한 토스터, 로봇청소기, 쓰레기통은 둥그스름한 모양의 귀여운 디자인과 행동으로 사용자의 시선을 끈다. 알림 문자나 청각 신호 등 딱딱한 의사소통 방식 대신 귀여운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토스터 안에 쌓인 빵 부스러기를 버리려면 받침대 손잡이를 잡아당겨야 한다. 그러면 토스터는 재채기하듯이 빵 부스러기를 뱉어낸다. 쓰레기통은 쓰레기가 가득 차면 스스로 돌아서서 몸을 숨긴다. 마치 눈만 가리면 자신을 사람들이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로봇청소기는 먼지통이 가득 차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듯이 먼지 뭉치를 바닥에 톡 떨궈낸다.

출처: vimeo(Hyerim Shin)
(바닥에 가득 찬 먼지함을 떨군 로봇청소기)

이렇듯 귀여운 디자인과 설정을 통해 무생물이었던 생활 기계들은 생명력을 얻어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면서 기계를 생각하는 사용자의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인간의 소통방식을 기계에 그대로 적용해 사물을 막 대하고 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물건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청소기, 냉장고, 에어컨 등의 전자기기는 인간의 명령이나 작동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인간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자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위의 작품들 역시 작가들의 발칙한 상상으로 제작한 것들이지만 이들을 실제로 만나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 기술들을 활용한다면 인간과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며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전자기기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애완동물처럼 감정을 표출하고 애정을 줄 수 있는 가전기기들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 않을까? 

* 제품 이미지 출처

디자이너 레온 브라운 홈페이지(www.leon-brown.com)

신혜림 작가 홈페이지(hyerimshin.com)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9호
필자 유인오 메타트렌드연구소 대표, 민희 메타트렌드연구소 수석연구원


인터비즈 홍예화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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