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막걸리 마신다며?

조회수 2019. 1. 11. 16: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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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는 낮추고 맛은 다양하게!

"비 오는 날에는 파전과 막걸리"란 관용어구가 있을 정도로 막걸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술이다. 전통 있는 우리 술이기도 하면서, 싼값에 배불리 마실 수 있어 '서민을 위한 술'로 불리기도 한다. 50대 이상 장년층이 즐긴다는 이미지도 강하다. 소비층 확대가 어렵다는 게 늘 숙제였다.


최근엔 이와 같은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시도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막걸리 매출액이 최근 급격히 늘어난 점이 흥미롭다. 연간 1500억 원 안팎이던 소매점 매출액이 상반기에만 2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변화하는 소비층... 부동의 1위 장수 막걸리 지위도 흔들

우선 도수는 낮아지고 가격은 올라간 점이 눈에 띈다. 국순당의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올해 출시된 지 두 달 만에 20만 병 넘게 판매됐다. 한 병에 3200원짜리 막걸리로 1000원 대인 서울장수의 장수 막걸리보다 비싼 프리미엄 술이다. 그런데도 국순당의 신제품은 부동의 1위 장수 막걸리를 꺾고 처음으로 대형마트 막걸리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어떤 마트에서는 한 달 매출액이 격차가 벌어져 두 배 넘게 차이 나기도 했다.

출처: 국순당 공식 페이스북(좌), 지평주조 공식 홈페이지(우)

지평주조는 2015년 알코올 도수를 6%에서 5%로 낮춘 '지평생쌀막걸리'를 출시하며 저도주 시장을 이끌었다. 경쟁사보다 200~300원 비싸지만 젊은 층에서 숙취 없는 술로 입소문이 났다. 지평생쌀막걸리는 올 9월에 이미 지난해 매출액인 110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출처: 국순당 공식 홈페이지
('쌀플레이버 시리즈', 막걸리카노 등 다양한 맛의 막걸리들)

낮은 도수 막걸리 열풍은 취하기 보다는 술을 문화로서 즐기는 젊은층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 다양한 맛 막걸리 또한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창 과일 향을 첨가한 술이 인기를 끌 때 국순당의 바나나, 복숭아, 크림치즈맛 막걸리 등 '쌀플레이버 시리즈'는 출시 후 10개월간 500만 병 이상 판매를 달성했다. 커피와 막걸리를 합한 '막걸리카노' 등 이색 막걸리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2017년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막걸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주요 소비층이었던 40~50대의 소비는 줄고 20대와 30대의 소비가 늘었다. 20대의 매출 비중은 2014년 9.2%에서 2016년 13.9%, 30대는 같은 기간 13.2%에서 17.1%로 늘었다. 반면 40~50대의 비중은 같은 기간 8.6%포인트감소했다. 막걸리의 타깃층이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막걸리는 싸구려 술? 침체 겪었지만...반등 조짐도

막걸리의 판매가격이 올라가면서 지속되는 매출 침체를 벗어날 순 있었지만, 전체 소비량은 여전히 감소 추세다. 높은 가격으로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지, 수요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막걸리 내수량은 호황기였던 2011년 41만 kl를 찍은 후 계속 감소해 2017년 32만kl를 기록했다.


사실 10년 전 막걸리 시장의 전성기는 '한류 열풍'으로 인한 수출 덕분이었다. 특히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시 주요 소비층이었던 일본 20~30대 여성들의 구매 심리가 칵테일이나 무알코올 음료로 옮겨가면서 막걸리 인기는 금세 식었다. 그러나 수출 호황이 계속될 거라 믿고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소비자 취향 분석이나 고급화에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막걸리 제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이 막걸리 시장에 진출할 수 없던 점도 여기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막걸리는 '싸구려 술'이란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 쌀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란 점에서 막걸리는 종종 사케와 비교된다. 사케하면 고급술을 떠올리지만, 막걸리는 그렇게 질 좋은 술로 인식되진 않는다. 싼 가격이 낮은 품질을 연상시켜서다. 그러나 가격이 싼 건 전통주의 세금 혜택 때문이지, 실제 막걸리의 제조원가는 맥주나 소주보다 비싸다. 향을 가미하지 않은 막걸리는 탁주로 분류돼 5%의 주세가 붙는 반면 맥주는 72%(현행 종가세 체계)가 세금으로 붙어 막걸리의 최종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것이다. 또 다른 술보다 배가 쉽게 부르고 숙취가 심하기도 하다. 결국 막걸리 수출 실적은 2012년부터 급격히 떨어졌고, 그 내림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정점을 찍었던 2011년 5273만5000달러(약 595억 원)와 비교할 때 2017년 막걸리 수출액은 1224만 달러(약 138억 원)로 약 76.8%나 감소했다.

(자료 : 닐슨코리아)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침체기를 겪던 막걸리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 흥행 덕분에 반등하는 분위기다. 트렌드에 맞춘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에 소비자들이 반응한 것이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막걸리 소매점 매출액은 2015년 1505억 원, 2016년 1590억 원, 2017년 1681억 원으로 정체기에 있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저도수와 프리미엄 막걸리를 선보이자 매출은 197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7.7% 올랐다.

출처: 서울탁주 공식 홈페이지

추세에 힘입어 업계 1위인 서울장수는 최근 22년 만에 생막걸리 신제품 '인생막걸리'를 출시했다. 5%의 저도수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술이다. 올 초엔 파인애플 막걸리 '드슈'와 카카오 닙스 맛을 가미한 '막카오'를 소용량 캔으로 제작해 젊은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기도 했다.


막걸리 시장의 침체는 취향이 분화되는 시장에서 천편일률적인 제품만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싸구려 술로 인식되던 막걸리 시장에 다양성이 더해지고 분위기가 감지된다. 고급술로 포지셔닝이 완벽히 이뤄질 수 있을까.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중요한 첫 걸음은 이제 내딛은 것으로 보인다.  

인터비즈 문채영,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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