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칸 국제광고제 동상'.. 청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깜찍한 아이디어

조회수 2018. 12. 12. 16:0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초등 4학년 석훈이는 아침마다 세상에서 가장 적막한 스쿨버스에 오른다. 특수학교가 부족한 탓에 석훈이는 청주에서 충주 성심학교까지 62km, 매일 아침 2시간을 버스 위에서 보내야 한다. 한창 활발할 나이의 석훈이 또래 아이들이 버스 안 침묵 속에서 얌전하다. 마주 보기 힘들어 수화조차 어려운 등굣길은 아이들에게 하루 중 가장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이다.


이렇게 지루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입김 서린 창문에 낙서를 하게 된다. 꽃이나, 산이나, '누구누구 바보' 하는 말들을 뽀득뽀득 적어 내려간다. 만약 아이들이 이런 낙서라도 수화를 대신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이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바로 올해 9월, 2018년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광고 축제 '2018 칸 라이언즈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오브 크리에이티비티(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이하 칸 국제광고제)' PR 부문 동상(Bronze Lions, 동사자상)을 수상한 '재잘재잘 스쿨버스(Chatty School Bus)' 프로젝트다. 

입김 서린 창문처럼 그리는 '스케치북 윈도우'

출처: HMG Journal 홈페이지
(스케치북 윈도우 시연 장면 (좌) / 충주성심학교 통학차량에 장착한 스케치북 윈도우 (우))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매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으로부터 시작됐다. 2016년 당시 2년 차 입사 동기였던 연구원 다섯 명이 모여 6개월간 업무 외 시간에 틈틈이 '스케치북 윈도우'를 개발해 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다.


'스케치북 윈도우'는 김 서린 창문에 낙서를 해본 경험에서 모티브를 따온 아이템이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사용자가 창문 모양의 투명 터치스크린에 입김을 분다. 그러면 기압계 센서가 입김을 인식해 마치 자동차 창문에 김이 서린 듯 스크린을 뿌옇게 활성화시킨다. 스크린에 자유롭게 그린 그림과 글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거나 PC, 스마트폰 등에 전송해 공유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터치스크린 기술인 만큼 양산형 차에 적용된다면 입력장치이자 디스플레이 장치로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차로 이동하면서 창문을 통해 이메일 확인, 웹 서핑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개발팀이 이 기술을 활용하고 싶었던 곳은 따로 있었다. 바로 청각장애 아동들의 통학 버스였다. 

청각장애 아동들의 통학길에 웃음을 찾아주다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공식 유튜브

개발팀은 이노션 월드와이드, 충주 성심학교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등하교 길에 보다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기술개발은 이미 마쳤지만 그걸 실제 버스에 적용하는 일도 큰 난관이었다. 투명 터치스크린에 쓰이는 패널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진동이 많은 버스에서 스크린이 버틸 수 있도록 충격을 완화해 줄 장치와 스크린 위에서 동작할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제작해야 했다. 또한 버스에 창문을 달기 위해 내부를 전부 뜯어내는 작업도 필요했다.


설치 과정 동안 우여곡절을 보상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스케치북 윈도우를 통해 그림을 그리고, 스크린 속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고, 친구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사진에 손글씨를 담아 부모님께 편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지루하기만 했던 아이들의 통학길이 소통의 웃음으로 가득 찼다. 영상의 말미에는 장애에도 아이들이 꿈을 이루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응원 메시지가 담기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 동영상은 2017년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현재까지 국내와 해외를 합쳐 조회 수 약 140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2017 대한민국 광고대상' 금상,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에 이어 올 9월 '칸 국제광고제'에서 PR 부문 동상을 수상하며 기술과 스토리를 엮어낸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기술이 사람을 향할 때 감동이 된다

비록 스쿨버스 법규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버스에 스케치북 윈도우를 계속 부착해 운행할 수는 없었다. 대신 떼어낸 창문을 언제라도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 형태로 개조해 학교에 기증하기로 했다. '재잘재잘 스쿨버스' 프로젝트는 기술이 사람을 향해 진심을 담아낼 때 얼마나 커다란 감동을 이끌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또한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nasmedia, <2018 국제광고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글로벌 광고 수상작> 

- HMJ Journal, <김 서린 차창에 끄적거린 낙서를 엄마에게 보내는 방법>, 2017.09.05 

- The PR, <마음으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2017.10.04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