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판매' 방치하던 아마존에 분노한 버켄스탁, 결말은..

조회수 2018. 11. 3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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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Birkenstock)'.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필수 아이템이었던 버켄스탁은 한동안 인기가 수그러들었다 최근 3~4년 전부터 다시 유행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여름이면 버켄스탁 샌들을 신은 사람보다 신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 인기 덕에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채널 모두에서 버켄스탁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출처: 버켄스탁 페이스북
(버켄스탁은 워커, 부츠 등 다양한 제품라인이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여름용 샌들과 슬리퍼다)

더 이상 못 참아! 아마존과 결별한 버켄스탁

출처: 인터비즈

하지만 인기 브랜드 버켄스탁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존재했다. 그동안 버켄스탁은 짝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존에서 모조품을 구매한 사람이 '진짜' 버켄스탁의 고객 서비스센터에 해당 제품을 가져오는 일이 점점 잦아졌다. 고객은 당연히 자신이 정품을 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버켄스탁은 난감해하며 고객을 돌려보내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할 수는 없었다.


초반에 버켄스탁 측은 아마존과 직접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참다 참다 결국 폭발한 독일 버켄스탁은 2017년에 '짝퉁 버켄스탁을 거래하는 판매자들을 제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럽 아마존을 고발했다. 아마존에서 저품질의 복제품이 더 많이 거래될수록 자사의 브랜드 가치가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송은 버켄스탁의 승리였다. 독일 법원의 판결문에는 아마존이 더 이상 구글 검색창에서 온라인 소비자들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버켄스탁 신발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Birkenstock이 아닌 'Brikenstock', 'Birkenstok', 'Bierkenstock' 등 잘못된 철자를 입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아마존은 틀린 검색어를 입력해도 아마존의 버켄스탁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게끔 구글의 '검색 광고'기능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아마존의 이러한 홍보 전략을 금지시켰다. 버켄스탁과 유사한 이름들을 활용한 마케팅은 결국 짝퉁 판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아마존 측은 소송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며 "아마존은 복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라고 강력히 주장할 뿐이었다.  


판결 이후 버켄스탁은 2018년부터 유럽 아마존과 협업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히는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독일 버켄스탁은 7년간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아마존이 짝퉁 판매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신중하게 지켜봤다. 물론 짝퉁 판매자들을 막아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마존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결국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버켄스탁 그룹 CEO는 "복제품 판매자에게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으며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범이나 마찬가지"라며 아마존을 비난했다. 

출처: Convent Kongresse GmbH 공식 유튜브 캡처
(버켄스탁 그룹 CEO 올리버 라이헤르트)

사실 버켄스탁이 이렇게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2016년에도 버켄스탁 미국 지사는 이듬해 1월부터 미국 아마존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역시 넘쳐나는 짝퉁 판매자들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짝퉁 업자들은 버켄스탁과 매우 흡사한 모조품을 만들어 아마존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유통하고 있었다. 또한 버켄스탁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있는 짝퉁 공장을 찾아내기 위해 현지 경찰과 협업하는 탐정을 고용한 적도 있다. 실제로 적발된 공장에는 버켄스탁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의 모조품도 같이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역시나 (유통) '공룡'인 걸까. 독일 잡지 <슈피겔(Der Spiegel)>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해야 아마존을 이길 수 있나?"라는 물음에 CEO는 "개별 판매자와 제조업체는 아마존을 절대 이길 수 없고 그저 일정한 거리를 둘 뿐"이라며 "아마존에 당하면 어차피 전부 날아간다"라는 다소 씁쓸한 말을 남겼다. 

인터비즈 박성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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