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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색 '그' 가글, 원래는 발 세정제였다니?

조회수 2018. 11. 24. 18: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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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테린 가글, 캘로그 시리얼, 예거 마이스터.. 뜻밖에 제 쓸모를 찾은 제품들의 탄생비화

콜라가 원래 소화제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콜라의 역사를 되짚어 보자. 1898년 미국의 약제사 칼렙 브래드햄은 자신의 약국에서 소화를 돕는 효소의 이름을 딴 음료를 판매했다.(실제로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효소의 이름은 ‘펩신(pepsin)’. 이름에서 감을 잡았겠지만, 이 소화제(?)가 오늘날 ‘펩시’콜라의 시작이다. 코카콜라도 마찬가지다. 과거 약사 존 팸버튼이 코카인(페루 원주민 사이에서는 소화제로 쓰였다.)을 비롯한 여러 약재와 탄산수를 섞어 판매하던 음료를 사업가 아서 챈들러가 오늘날의 코카콜라로 바꾸었다.


최초의 탄생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덕에 오히려 소비자들의 더 큰 사랑을 받게 된 제품은 콜라 뿐만이 아니다.   

리스테린: 구강 청결제가 된 소독약·발 세정제

출처: 리스테린 홈페이지
(1870년대의 리스테린(왼쪽)과 오늘 날의 리스테린)

1879년 개발된 리스테린은 원래 외과 수술 및 상처 소독을 위한 소독약이었다. 리스테린이라는 제품명도 현대 외과수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인 의사 조셉 리스터Joseph Lister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수술실을 살균한 뒤 수술을 집도한 최초의 외과의사였다.


외과용 소독·살균제, 임질 치료제, 발 세정제 등으로 판매되던 리스테린이 지금의 구강 청결제로 주목받게 된 건 1895년이다. 당시 치과의사들은 리스테린이 입안 세균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여러 연구 결과에 집중했고, 이후 1914년부터는 구강 청결제로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구강 청결제 제품군 세계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여담으로, 2016년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제 리스테린으로 무좀 치료를 시도한 누리꾼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누리꾼은 무좀 치료 대신 녹색 패디큐어와 발에서 나는 은은한 리스테린 향을 얻었다고 밝혔다.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리스테린이 식약처에서 구강 청결제로 허가를 받았다고 밝히며 “제품을 본래 용도에 맞춰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켈로그: 성욕 억제를 위해 태어난 시리얼

출처: Unsplash
(© nyanastoica)

‘시리얼’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어디일까? 아마 많은 소비자들이 켈로그를 떠올릴 것으로 짐작한다. 켈로그는 1894년 콘플레이크 시리얼을 출시한 이래 가장 대표적인 시리얼 판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판매량 역시 세계 1위다.


이러한 켈로그 시리얼에도 재밌는 탄생 비화가 숨어있다. 바쁜 아침 수많은 현대인들의 ‘공복’을 달래주는 켈로그 시리얼의 태생은 환자들을 위한 간편식이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요양소를 운영하던 존 켈로그와 윌 켈로그 형제는 환자들을 위한 채식 위주의 개발에 힘쓰던 중 시리얼을 만들어냈다. 의사였던 형 존은 종교적 이유로 자극적인 음식이 인간의 육체적 정욕을 부추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를 위해 자극적이지 않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찾고 있었다.(자위행위 등 인간의 성욕을 죄로 여기고 모두를 죄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할까.) 어느 날 형제는 환자를 위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둔 밀 반죽이 말라붙어 있는 걸 발견하고 이를 뜨거운 롤러로 밀어보았다. 얇게 펴지면서 구워진 반죽은 바삭한 시리얼이 되었고, 곧 환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후 퇴원한 환자들도 시리얼을 포장 구매하기 시작했으며, 1906년 켈로그 사가 설립되기에 이른다. (동생 윌의 아이디어로 시리얼에 설탕이라는 ‘죄’가 더해진 것도 재밌는 이야기다.)   

술(酒) 술(酒) 술(酒)… 약(藥)?

출처: 각 사 홈페이지
(예거마이스터(왼쪽)와 앱솔루트 보드카 제품 이미지)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바(Bar)를 찾아 마시는 술 예거마이스터. 하지만 독일에서 예거마이스터는 가정상비약 취급을 받는다. 예거마이스터는 본래 기침, 감기, 위장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그 때문인지 술의 재료 역시 과일, 계피, 인삼, 생강, 감초 등 56가지 순식물성이고, 예부터 독일을 비롯한 주변국에서 약용으로 소비되어 왔다. 더구나 예거마이스터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영락없는 액상 감기약 맛이 난다고 하니… 여전히 약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은 듯 하다.


사실 술이 약용으로 쓰인 경우는 많다. 보드카 역시 과거에는 배탈약으로 쓰였다. 전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웨덴 앱솔루트 보드카의 병 디자인이 과거에 쓰이던 약병 모양을 닮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국의 국민 술이라 불리는 진 역시 17세기 네덜란드 의사 실비우스 드 부베가 만든 해열제에서 유래했다.


서두에 언급한 콜라는 본래 약(藥)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길로 접어든 덕에 오히려 소비자들의 더 큰 사랑을 받게 된 제품이다. 이들은 약에서 음료수로 제품의 존재 의의와 그 용도 자체를 과감하게 바꾸는 창조적 발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제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콜라가 처음의 목적 그대로 소화제로 남아있었다면 지금처럼 전세계인의 큰 사랑을 받기 힘들지 않았을까.

인터비즈 황지혜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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