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유 부활시킨 캠페인의 비결, "어때, 목마르지?"

조회수 2018. 10. 9.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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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merican Milk Processors
(베컴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참여한 '갓 밀크?(Got Milk?)' 캠페인)

해외 유명 모델이나 셀레브리티들이 인중에 (흰 수염처럼 보이는) 우유를 마신 흔적을 묻히고 등장하는 캠페인 화보를 본 적 있는가? 그들의 사진 속에는 하나같이 'Got milk?(이하 갓 밀크)'라는 말이 쓰여 있다. 한국말로 하면 '우유 있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갓 밀크 캠페인은 1993년부터 무려 21년이나 지속될 정도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우유 소비 캠페인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베컴과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화보 속에서 흰 수염을 달고 우리에게 외친다. "우유 있어?" 우유 없냐고 놀리는 것 같은 이 슬로건의 목적은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유를 더 마시게 하기 위함이다. 1990년대 초반, 탄산음료 소비는 급증한 반면 우유 소비량은 급감하고 있었다. 당시 우유가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알려지며 우유 대신 건강 음료나 주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우유 소비량이 줄자 미국 낙농업계는 어려움에 빠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갓 밀크 캠페인이다. 갓 밀크라는 슬로건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마케팅 회사 굿비 실버스타인 앤 파트너스(Goodby, Silverstein & Partners)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왜 하필 갓 밀크일까? '뼈 튼튼 우유'라던가 '단백질 가득 우유'처럼 우유의 효능을 강조한 슬로건을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갓 밀크는 어떻게 탄생했나?

아이디어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당시 굿비 실버스타인 앤 파트너스의 파트너 존 스틸(Jon Steel)이 이끌던 팀은 소비자의 우유 섭취 습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새로운 우유 판매 전략을 모색하고 있던 캘리포니아 우유가공위원회The California Milk Processor Board 을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하면서 소비자들의 우유 소비 습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출처: 픽사베이

연구팀은 연구 참가자들에게 일주일 동안 우유를 섭취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참가자들이 모였을 때, 그들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한 남성 참가자는 "매일 아침 그릇에 시리얼을 담은 다음에서야 우유를 참아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며 "우유를 마시고 연구팀에 거짓말을 해야 하나 할 정도로 우유가 절실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모든 참가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소비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일상 제품에 감정적인 연결 고리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우유 같은 일상 제품이 부족하거나 없을 때, 일종의 결핍과 박탈감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스틸은 연구 결과를 가지고 그의 파트너 제프 굿비(Jeff Goodby), 리치 실버슈타인(Rich Silverstein)과 회의에 들어갔다. 그 가운데 'Got Milk?'라는 새로운 캠페인 접근법이 나왔다. 이른바 박탈 마케팅(deprivation Marketing)이었다. 1980년대 광고 문구는 '우유는 몸에 좋다(Milk does a body good)'였다. 그러나 박탈 마케팅은 정 반대로 가야 했다. 우유가 몸에 좋은 건지는 캠페인에서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유 없는 빵, 우유 없는 시리얼 등을 생각해보자.

출처: 픽사베이

그들은 직접 실험을 통해 우유가 필요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하게 우유가 없는 경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봤다. 사내 냉장고 속 우유 팩을 몰래 비워두고, 출근 시간 커피에 우유를 타려고 냉장고 문을 연 직원들의 모습을 녹화한 것이다. 예상대로 빈 우유 통을 발견한 직원들은 당황한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우유를 찾았다.


직원들의 반응을 본 스틸, 굿비, 실버슈타인은 갓 밀크 캠페인이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캘리포니아에서 갓 밀크 캠페인 광고가 시작됐고, 이후 밀크PEP(Milk Processor Education Program)가 해당 슬로건 사용권을 등록한 뒤 90년대 중반부터 우유 수염을 묻힌 유명인의 포스터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힙'했던 갓 밀크 캠페인... 불편함을 강조한 게 먹혔다

출처: American Milk Processors

갓 밀크 캠페인 광고는 우유의 효능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우유가 없어 아쉬운, 우유가 꼭 필요한 상황을 유쾌하게 전달했다. 소비자들에게 불편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우유가 생각보다 중요하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예를 들어 1993년 10월 시작된 첫 번째 광고에서는 한 남자가 땅콩버터가 가득 들어있는 빵을 먹으며 라디오 퀴즈쇼를 듣는다. 질문을 듣고 라디오 방송국으로 전화를 걸어 답을 외치려는데 입안에 가득한 빵 때문에 목이 막힌다. 옆에 있는 우유팩을 들어 마시려는 찰나, 우유팩이 텅텅 비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후 'Got Milk?'라는 문구가 나온다. (1993년 갓 밀크 광고 영상 유튜브로 보러 가려면 클릭) 이후 방영된 광고 역시 우유가 꼭 절실한 상황을 보여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출처: American Milk Processors

갓 밀크 캠페인이 진행된 20여 년 기간 캘리포니아에선 70개 이상의 광고가 방영되었고, 350개의 우유 수염 광고가 TV와 지면 매체에서 광고됐다. 특정 날짜에는 미국 소비자의 80%가 갓 밀크 문구에 노출됐다는 통계도 있다. UC 버클리 대학원의 저널리즘 학부장인 에드워드 와서만(Edward Wasserman)은 "갓 밀크 슬로건에는 일종의 '힙(hip)'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갓 밀크 슬로건이 패러디화되어 이곳저곳에 사용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21년간 광고대행사와 광고 콘셉트가 바뀔 때에도 갓 밀크라는 슬로건만은 계속됐다. 그만큼 강력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미국 우유 소비는 감소세를 멈추고 20년 만에 늘어났다. 그러자 일본의 ‘에스크 밀크(Ask milk)'나, 케냐의 ‘두 밀크(Do milk)' 등 갓 밀크를 따라 한 캠페인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출처: Courtesy of Milk Processor Education Program
(어린 소녀의 점프 장면이나 비보잉 장면에서 우유는 어린 소녀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비보잉 하는 남자가 움직이는 궤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유 속에 들어있는 8g의 단백질이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2014년 2월 타임지에 따르면 밀크PEP가 오랜 시간 지켜온 ‘갓 밀크’ 대신 ‘밀크 라이프’라는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중장기적 트렌드를 막지 못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밀크 라이프 캠페인은 다시 우유의 성분 및 효능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갓 밀크 캠페인만큼 강력할지는 미지수다.

*이 글은 2018년 6월 18일에 작성된 'FastCompany'의 기사 'Got Milk? How the iconic campaign came to be, 25 years ago' 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인터비즈 홍예화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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