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라이브'로 소통하고 '유튜브'로 정보 찾고? 달라진 영상 소비법

조회수 2018. 9. 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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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출처: 봇노잼 유튜브 채널
(5월 28일 자 봇노잼의 스트리밍 영상. 1154명이 동시 접속해 시청 중이다. 평일 약 6시간씩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중계한다.)

근래 유튜브에서는 공부하는 영상, 나갈 준비하는 영상, 잠 잘 준비하는 영상 등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명 '함께 ~해요' 영상이 인기다. 이 중 최근 화제가 된 인물은 단연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자 유튜버인 '봇노잼'이다. 영상 속 그는 말 한 마디 안 하고 몇 시간씩 묵묵히 공부만 한다. (인기의 비결은 단연 그의 외모) 구독자 수는 27만을 넘어섰고, 영상별 조회수는 최대 43만 회에 이르렀다.

(실시간 댓글창으로 끊임없이 댓글들이 달린다. 영상 속 주인공은 아무런 말이 없지만 정작 보는 사람들은 열광한다. 댓글 자체가 화제가 되어 인기를 끄는 요소가 되기도.)

이러한 '함께 ~해요' 영상은 '브이로그(VLOG)'의 일종이다. 브이로그란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담아낸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평범한 일상 속 보편적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감 콘텐츠'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브이로그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상 공유 영상과 함께 잘 준비해요(Unready With Me)' 영상.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기록과 공유의 방식이 달라진다...글자, 이미지, 영상, 생중계 영상으로

(추억이 되어버린 SNS의 원조 싸이월드. 그럼에도 가수 채연의 해당 싸이월드 글은 계속해서 회자된다.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기록하고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종이나 인화된 사진 대신 온라인상에 기록을 남기며 타인과 일상을 공유해왔다. 과거의 흑역사를 가득 안고 있는 싸이월드를 거쳐 현재는 개인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최근의 브이로그 열풍은 기록의 매개가 영상으로 이전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2016년 CEO 마크 저커버그는 "5년 내에 글과 사진보다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 말했다. 동영상의 장악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오영아 DMC미디어 선임연구원은 "올해 국내 인터넷 트래픽 중 77%가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 소비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만큼 동영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기술 발달이 있다. 고성능의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영상 촬영 및 편집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나오면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제작하는 일도 훨씬 쉬워졌다. 누구나 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다 보니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들도 일상을 더욱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출처: 가수 설현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영상 캡처

실시간 영상 중계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페이스북 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아프리카 TV 등의 실시간 중계 플랫폼을 이용하면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할 필요도 없다. PC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스마트폰을 들고 쉽게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글이나 사진 대신 라이브 플랫폼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의 '2017년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 예상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라이브 영상 콘텐츠 트래픽은 전체 영상 콘텐츠 트래픽 가운데 3%(16억 기가바이트)에 불과하나, 2021년에는 13%(25억 기가바이트)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된다. 

브이로그 보는 이유? 위로받고 싶다거나 훔쳐보고 싶다거나...

난 핸드폰을 놓지 못해. 다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하네

가수 딘(Dean)의 노래 '인스타그램' 속 가사다. 소셜미디어에 빠지는 젊은이들의 심경을 대변해 공감을 샀다. 가사처럼 계속해서 타인의 삶을 알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의 일기장을 궁금해하듯 누구나 다른 이의 생활을 궁금해하는 '관음 욕구'를 갖는데, 이것이 미디어를 만나 해소되는 것"이라 말했다. 


브이로그는 이러한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도 동시에 타인의 일상을 통해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라는 위로와 위안을 준다. 이와 같은 위안과 소통에 대한 욕구는 젊은 층 사이에서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스펙 및 취업 경쟁으로 내몰리며 남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혼자만의 학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 탓이다. 소통을 단절한 채 경쟁이 주는 피로에 억눌려있는 세대다. 


젊은 세대에서 빠르게 브이로그가 인기를 끄는 주 이유도 그렇다. 중앙일보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브이로그 열풍에 대해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의 일상을 관찰함으로써 경쟁 사회의 피로를 위로받고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채널A 하트시그널2 출연자 오영주(좌측)와 김현우. 비드라마 부문 출연자 화제성 2주 연속 1,2위에 올랐다.)

위로받고 공감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는 온라인을 넘어 TV 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인기 있었던 채널A의 '하트시그널2'이나 JTBC의 '효리네민박'을 떠올려보자. 일반인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일명 '썸'을 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선에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일반 여행객들과 나누는 소소한 일상에 '힐링'된다고 말한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낚시하는 채널A의 '도시어부'나 일반인들의 맞선 과정에서 오가는 인생관을 이야기하는 tvN의 '선다방' 등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제 시청자는 공감을 원한다. 영상 콘텐츠에 있어서 '얼마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가 성공의 키워드가 되었다. 

영상을 넘어 실시간 채널로..Z세대의 문법

누구나 영상을 만들고, 영상을 즐기는 시대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엔 네이버의 지식인을 대신해 '~하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부터 시작해 음악, 영화 등 콘텐츠들이 쌓이고 있다. 유튜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시간 방송 채널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빠른 시장 선점 덕분에 유튜브의 점유율은 점차 더 높아지고 있다.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2년간 국내 앱 사용 시간 추이를 분석한 결과 유튜브가 1위에 올랐다. 2016년 3월 총 사용시간이 69억분에 불과했던 유튜브는 지난 2월 257억분을 기록한 것이다. 카카오톡(179억 분)과 네이버(126억분)을 훨씬 앞질렀다.  


이중 주목할 것은 청소년층이다. 그중 10대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페이스북 등 2~6위 앱의 이용 시간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태어날 때부터 글보다는 사진이나 영상에 친숙한 이들, 소위 Z세대(1995년 이후부터 2000년 중반에 태어난 세대)에게 유튜브는 가장 편리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Z세대는 물론 앞으로 성장하는 세대가 얼마나 영상에 친숙할지 생각해보자. 어릴 때부터 엄마가 틀어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자라는 세대다. (참고 기사: 어머니 날 낳으시고, 유튜브 날 기르시고…)

출처: 네이버TV의 '72초TV' 채널 캡처

위기감을 느끼는 카카오와 네이버도 실시간 채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외에도 팟플레이어를 활용한 카카오TV로 PC와 모바일, 메신저를 아우르는 동영상 유통 구조를 넓혀나가고 있다. 카카오TV엔 실시간 방송 기능을 접목해 소통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직접 웹드라마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방송사 콘텐츠를 수급해 VOD를 쌓는 데 주력했다. 이제는 라이브로 서비스하는 네이버 TV와 유명인사가 출연해 팬들과 소통하는 V라이브를 주력으로 확장하고 있다.


영상의 시대를 넘어 포털이 실시간 소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쟁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향후 플랫폼 주도권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브이로그의 인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만큼 근본적인 변화일지도 모른다.  

인터비즈 홍예화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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