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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등"의 아름다운 반전.. 그리고, 대반전?!

조회수 2018. 8. 10. 22: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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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노력합니다

1962년 로버트 타운센드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을 때 미국 자동차 렌털업체인 에이비스(AVIS)는 13년이나 연속 적자에 허덕이며 근근이 버티는 중이었다. 업계의 지배적 사업자 허츠(Hertz)는 2위인 에이비스를 한참 뒤로 따돌리고 렌터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로버트 타운센드는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제공하는 서비스에 크게 차이가 없는데도 시장점유율 격차가 자꾸만 벌어지는 것은 고객의 인식과 브랜드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광고대행사를 새로 선정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전략을 짰다. 

출처: Pixabay
(© mary1826)

이때 선정된 광고대행사가 DDB였다. DDB는 판매에만 집중해서 화려하게 치장한 광고를 만들기보다는 제품이나 회사에 대한 진실을 최대한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으로 이름난 광고 회사였다.


DDB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타운센드와 한 가지 합의를 했다. 광고 제작 책임을 DDB에 일임하고 일체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다. 타운센드는 심지어 광고가 공개되기 전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광고에 대해 어떤 비난도 금지하는 '광고 철학'을 담은 문서를 팀 전원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 대신 타운센드는 DDB에 그들 직원 전체가 지지하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광고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거장을 고용해서 걸작을 뽑아내려고 하지 말고, 교실의 모든 학생이 협력해서 개선점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완성작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DDB의 디렉터 헬무트 크론은 에이비스 직원들을 몇 주 동안이나 계속해서 만나며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데 주력했다. 직원들의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올라가려면 열심히 해야죠", "2등이니까 더 열심해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들의 대답에 착안한 크론은 광고 역사상 손꼽히는 걸작으로 기록되는 광고 문구를 만들어 냈다. 

"We are No.2. 
Therefore we work harder."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

DDB는 새로운 영상과 문구로 광고를 제작한 뒤 에이비스 경영진 앞에서 시사회를 했다. 에이비스 경영진은 하나같이 광고를 못마땅해 했다. 

(에이비스 "We Try Harder" 유튜브 링크)

어떤 회사가 자신들이 2위라는 걸 공개적으로 떠벌리는 마케팅 광고를 하고 싶겠는가? 그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든 1위를 목표로 하지 2위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하지도,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광고 계약을 체결하며 맺었던 약속이 이 도전을 현실화했다. 광고에 특별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에이비스는 DDB가 제작한 대로 광고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광고 메시지는 명확했다. 에이비스는 2위지만 그래도 괜찮다, 오히려 2위이기 때문에 더욱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업계 2등이다. 그런데 왜 고객이 우리를 찾을까?(Avis is only No.2 in rent a cars. So why go with us?)'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심지어 에이비스는 '2등이기 때문에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는 줄이 짧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에이비스의 광고는 그냥 솔직한 것이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솔직했고, 그것은 소비자들에게 인상적인 기억을 남겼다.  


그저 광고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에이비스는 사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새로운 광고 메시지를 알리고 또 믿도록 하기 위해 모든 직원의 월급봉투에 광고 문구를 인쇄해 배포했다. '열심히 하자'는 각오이자 결의였다. 

출처: Pixabay
(© typographyimages)

1년도 지나기 전에 신호가 왔다. 1963년 320만 달러 적자였던 에이비스는 1964년 12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그 뒤 4년에 걸쳐 미국 자동차 렌털 시장에서 에이비스의 점유율이 세 배로 늘어났다. 1962년 11%였던 시장점유율은 1966년 35%로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원래 광고 문구보다는 다소 간결해진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가 에이비스의 브랜드 이미지로 각인되는 효과를 얻었다. 솔직하면서도 과감한 광고와 그것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 그리고 그것을 지렛대로 활용해 직원들의 열정을 최대한 이끌어낸 성과였다. 

출처: Pixabay
(© MichaelGaida)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미국 렌터카 시장은 누가 지배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지배적 사업체는 엔터프라이즈다. 내셔널, 알라모 등을 산하 브랜드로 두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홀딩스는 2016년 1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두며 허츠(61억 달러)와 에이비스(55억 달러)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수익을 거뒀다.


허츠와 에이비스가 기존 시장에 안주하며 서로 경쟁하는 동안 엔터프라이즈는 정비소에 차를 맡긴 고객을 대상으로 렌터카를 권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해 점유율을 높여갔고, 결국 미국 최대 렌터카 업체로 올라섰다. 오늘의 승리가 내일의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현장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참고 서적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로히트 바르가바 지음, 원더박스)

인터비즈 최한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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