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권의 파워, 세계 2위라는데 사실일까?

조회수 2018. 8. 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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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여권 파워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일이 끝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냐는 러시아 친구의 말에 "핀란드 헬싱키에 들러 여행하고 돌아갈 거에요" 했더니 비자를 미리 받아온 거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언뜻 '유럽에 가는데 무슨 비자냐' 싶었다. 하지만 다시 물어보니 러시아인 입장에선 무비자 유럽 여행이 상당히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유럽이 바로 옆에 붙어있음에도 그들은 비싼 돈을 내고 비자를 따로 받아야 했던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모로코를 여행할 때도 일어났다. 모로코가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나라임에 새삼 놀라며 사막 투어를 즐기던 중 어느 중국인 관광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런데 다음 행선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꽤나 충격적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유럽뿐만이 아니라 영국, 아일랜드 등 대부분의 나라를 비자 없이는 여행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쯤되면 모로코가 무비자 입국 가능국인게 신기할 지경)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해마다 수많은 한국인이 외국으로 출장 혹은 여행을 떠난다. 만약 출국 할 때 마다 비자를 받아야된다면 어떨까. 특히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이라면 벌써부터 짜증이 치솟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많은 덕분에 여권만 챙기면 그만이지만, 사실 여권에도 '파워'란게 있다. 


여권 파워란 쉽게 말해 그 나라의 국민이 무비자 혹은 도착비자(현지 도착 후 받는 비자)로 여행 가능한 국가의 수를 의미한다. 측정 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1) 무비자 여행, 2) 국제 세금법, 3) 국가 이미지, 4) 이중국적 가능 여부, 5) 국내 인권보장 및 개인 자유 등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점수가 매겨진다. 점수가 높을수록 이른바 '전 세계 프리패스 여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2018년 5월 현재, 한국은 몇 위일까? 세계 여권 파워 랭킹을 알아보자.

(여러 조사 기관 중 글로벌 금융 자문사 '아톤 캐피털'이 발표한 'Passport Index' 자료를 참고했다. 이는 193개 UN 회원국과 대만, 마카오, 홍콩, 코소보, 팔레스타인, 바티칸 지역 등을 포함하여 총 199개국의 여권 지수를 분석해 발표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변동되며 가장 신뢰성 높은 서비스로 인정받고 있다. 타 조사기관과 비교할 때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4위.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161개국)

출처: Passport Index
(왼쪽부터 차례로 덴마크, 스위스, 핀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여권)

역시 유럽! 유럽 국민들은 웬만한 국가를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사실 공동 5위(160개국)에 오른 나라도 대부분 유럽이다. (미국도 5위다.) 여권을 살펴보니 온통 붉은색인 커버 색깔이 특히 눈에 띈다. 유럽 국가의 여권이 빨간색인 이유는 옛날 유럽의 사회주의 배경에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반대로 캐리비안 국가나 미국, 남미 등 환태평양의 다수 국가는 '신세계'를 상징하는 파란색 커버를 쓴다고.


+a)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녹색에서 짙은 청색으로 여권 색을 바꿀지 모른다고 한다. 녹색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무슬림 국가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여권 색이라, 우리나라와 문화적 맥락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기 때문. 만약 여권 색이 바뀌는 것으로 정책이 확정난다면 약 32년 만에 디자인이 바뀌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도 신세계의 반열에?)

3위.

독일, 일본

(162개국)

출처: Passport Index
(왼쪽부터 독일, 일본 여권)

또 빨간색 커버의 여권이다. 독일과 일본은 162개의 나라를 무비자(혹은 도착비자)로 갈 수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이 아시아권 국가 중에선 꽤 상위를 차지하는 듯 보인다. 괜히 한국인은 비자가 필요한데 일본인은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나라가 궁금해져 찾아보니 볼리비아, 몽골, 나미비아 등의 국가가 나왔다. 의외로(?) 중국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함정은 반대로 중국 사람들이 일본을 갈 때는 비자를 따로 발급 받야야 한다는 것.

2위.

대한민국

(163개국)

출처: Passport Index
(현재 우리나라 여권)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0년 바뀔 가능성이 있는 여권)

지금까지 해외 출장을 나가도 비자 걱정이 거의 없었던 이유. 바로 우리나라의 여권 파워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매해 꾸준히 여권 파워 상위권 국가에 올라있었다. 심지어 올해 2월에는 처음으로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이 무비자 입국 허가를 내주고, 소말리아가 최근 비자 정책을 변경함에 따라 도착비자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근데 소말리아는 허가 해줘도… 덜덜)


최근 다시 2위로 그 순위가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이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나라의 수는 상당하다. 일본과 비교하면 브라질, 러시아, 잠비아 등의 국가를 무비자로 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별다른 서류 심사 없이 편히 오가던 유럽이 2020년부터 번거로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18년 4월, 유럽 연합이 대외적 국경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여행정보허가시스템(ETIAS)를 도입하기로 합의하면서 출국 전 온라인으로 입국 승인을 받아야되는 절차가 추가됐다. 게다가 수수료 7유로(약 9천원)도 내야한다. 2020년이 오기 전까지 유럽을 더욱 가열차게(?) 다녀와야 될 듯 싶다.

1위.

싱가포르

(164개국)

출처: Passport Index
(싱가포르 여권)

지난 2월까지만해도 싱가포르랑 우리나라는 여권 파워 공동 1위국이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싱가포르가 다시 단독 1위 자리에 오르게 됐다. 우리나라와 다른점이라면 중국, 가나, 캄보디아 등 총 8개국의 나라를 무비자로 갈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별도 비자가 필요하다.


세계 여권 파워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Passport Index(https://www.passportindex.org/) 를 방문하면 된다. 그밖에 순위에 없는 이웃국가 중, 러시아는 총 113개국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어 43위에 올랐고, 중국은 66개국에 그쳐 66위에 올랐다. 중국인들은 출국 시 거의 해당국의 비자를 받아야할 정도로 무비자 출입국 수가 적다. (그럼에도 전 세계 인기 관광지엔 늘 중국인이…)

출처: Passport Index
(Passport Index에서 중국을 검색해본 결과 캡처. 무비자로 방문 가능한 나라가 거의 없다)

아톤캐피털(Arton Capital) 설립자 겸 사장인 아만드 아톤은 우리나라와 싱가포르가 여권 파워 공동 1위국이 됐을 당시, "아시아 국가들이 전 세계로부터 더 많은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여권 파워는 곧 국가의 사회적, 경제적 수준을 반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국민이 소지한 여권은 모든 G8 국가와 유럽 국가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소수여권 중 하나인 만큼 우리나라 여권을 소지한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인터비즈 박근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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