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질주 日기업..집중력 10배 뛰어난 초능력 직원들 덕분

조회수 2018. 7.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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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일본의 한 분필 공장. 점심시간이 끝나자 다음 휴식 시간을 앞둔 2시간 동안 공정 직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업무에 집중한다. 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표정이나 몸짓이 약간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이 직원들은 모두 지적장애인이다. 일반적으로 지적장애인은 비장애인의 10배가 되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특별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일본 도쿄 인근 가나가와(神奈川) 현에 위치한 분필 제조업체 니혼리카가쿠공업(日本理化學)이다.

출처: 동아일보
1937년 창업한 이후 가루가 날리지 않는 분필 등 환경친화적인 탄산칼슘 분필 제조로 일본 내 분필 업계 시장점유율 1위(60%)를 달리고 있는 니혼리카가쿠공업. 매출은 연 6억~8억 엔(약 59억~78억 원) 정도이나 매년 증가하고 있다.
출처: 텐바이텐
니혼리카가쿠 공업은 수용성 고형 분필 키트파스(Kitpas)를 개발하는 등 시대 변화에 발맞춰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아 왔다.

니혼리카가쿠 공업의 총 직원은 85명이며, 이 중 장애인은 63명으로 전체 직원 수의 74%를 차지한다. 게다가 제작 라인 직원 15명은 모두 지적장애인으로 이루어진다. 

멀쩡한 사람들이 해도 힘들 일을 지적장애인들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이 기업의 이야기를 들으면 의문을 품는다. 사실 이들 중에는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사람, 글씨를 못 읽는 사람 등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약간의 연구와 배려로 이들의 결점을 메웠다. 예를 들어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직원에게는 모래시계를 주어 주어진 시간 내 업무를 처리하게 했고, 지적장애인이 색상을 잘 구별한다는 점에 착안해 모든 재료와 저울을 색깔로 구분했다. 또한 여러 색으로 칠해진 공정표를 만들어 글을 못 읽거나 표를 읽기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도왔다. 기계에 사람을 맞추기보다, 사람에 공장 라인과 시스템을 맞춰가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회사의 배려에 힘입어 니혼리카가쿠의 지적장애인 직원들은 그들의 '남다른' 집중력을 바탕으로 업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출처: 동아일보
색을 입힌 공정표로 직원들의 업무를 도우는 니혼리카가쿠공업

기업의 존재 가치?...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

출처: 동아일보
15세 때 기업에 입사한 첫 장애인 직원 하야시 씨와 기업의 3대 회장 오야마 야스히로(大山泰弘)의 사진

니혼리카가쿠공업이 처음부터 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1960년 회사 인근 장애인학교 교사의 끊임없는 간청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의 지적장애인은 대부분 장애인학교를 졸업하면 평생을 장애인 시설에서 지냈다. 교사는 니혼리카가쿠공업에 찾아와 곧 졸업을 앞둔 여학생 2명의 취직을 부탁했다. 2번이나 계속해서 거절당하자 "한 번이라도 학생들에게 일하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며 며칠만이라도 실습을 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전무였던 3대 회장 오야마 야스히로(大山泰弘)는 단순히 동정심에 두 여학생을 2주간 실습생으로 받아들였다. 아이큐 70 이하의 소녀들은 상품에 스티커 붙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인 마냥 열심히 일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려도 옆에서 흔들지 않으면 모를 정도 집중했으며, 공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출근해 문 앞에서 기다릴 정도였다.


2주의 실습 시간이 끝나자 실습생들의 열정에 감동한 공장의 직원들은 오히려 회사에 실습생 채용을 건의했다. 그 결과 두 여학생은 정사원으로 채용되었고, 65세로 정년 퇴직할 때까지 무지각·무결근으로 회사를 다녔다.


이 과정에서 당시 오야마 전무는 한 스님을 만나 장애인 고용에 대한 본인의 고민을 나눴다. 그는 스님에게 "고용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실수가 많고, 가르쳐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매일 야단을 맞으면서도 이들은 누구보다 빨리 회사에 출근합니다. 왜 힘들게 회사에 나오는 걸까요"라 물었다. 이에 대한 스님의 대답은 간단했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은 사랑받고, 칭찬을 받고, 다름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일'은 사랑을 받는 것 외에 나머지 모두를 충족해주는 것이죠." 이후 그는 '기업의 존재는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 있다'라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출처: 동아일보
1970년대 사원 여행 사진. 니혼리카가쿠공업은 직원을 채용할 때 5가지를 요구한다. 혼자 힘으로 회사에 출퇴근할 수 있어야 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인사를 잘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며 열심히 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곧 경력이 되는 곳

출처: 동아일보

직원들은 대부분 정년까지 일한다. 18~19세에 대부분 입사하다 보니 직원의 나이가 곧 업무 경력으로 이어진다. 29세의 나카야마 후미아키 씨는 20년간 분필을 프레스로 절단해 건조 공정에 넣는 일을 해왔다. 57세의 하라 나오미 씨 역시 38년 동안 분필을 상자에 넣는 일을 하면서 달인의 경지에 이른 손놀림을 보여준다. 오랜 기간 같은 일을 해왔지만, 이들은 모두 일하면서 즐겁다고 말한다.


이들의 임금은 가나가와현의 최저시급인 시간당 956엔(약 9362원)으로 주 40시간, 한 달 20일 근무시 15만여 엔(약 150만 원)이다. 여기다 일본 정부의 1인당 월 2만1000엔(약 20만5663원)의 보조금이 더해져 직원들은 스스로 땀 흘려 돈을 벌 수 있고, 기업은 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출처: 동아일보
오야마 다카히사(大山隆久) 사장

2008년 4대 회장에 취임한 오야마 다카히사(大山隆久) 역시 수년간 회사에서 근무하며 회사 내 장애인 직원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회사에서 장애인 고용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절대 장애인 직원들처럼 하루 8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하지 못 한다.

사람들은 우리 회사가 장애인을 돕는 사회공헌기업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장애인 직원들 덕분에 회사가 운영되는 것이다.

현실은 아직 장애인들에게 싸늘... 그러나 그들도 기업 인재로 성장 가능해

일본의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2018년 4월 기준 사원수 45.5명 이상의 민간기업의 경우 전체 직원의 2%는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2017년 일본 노동후생성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민간기업의 약 50% 정도만 고용법을 준수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법정 달성률 90%에 비해 저조한 수치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사에 따르면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는 기업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업종 또는 직종이 아니다” 또는 “장애인 근로자를 받아들일 시설이 없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한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민간사업주의 경우 2018년 기준 2.9%의 의무고용률이 존재하지만, 2016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 고용 저조 기관 및 기업’ 현황에 따르면 국가 및 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1056곳 중 고용 실적이 법정 의무 고용률의 50%에도 못 미치는 곳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출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조업의 생산 라인의 대부분을 지적장애인이 맡고 있는 니혼리카가쿠공업의 사례도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니혼리카가쿠공업 역시 장애인 근로자에게 적합한 근무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쳤다. 기업의 입장에서 장애인 채용은 어려울 수 있지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못할 일도 아니다. 니혼리카가쿠공업의 경우 지적 장애인 직원들의 고도의 집중력, 낮은 이직률, 오랜 경력에 따른 업무 숙련도로 비용을 아끼고 생산성을 높였다. 더불어 일본 정부의 장애인 고용 지원금을 받아 인건비 부담도 덜었다. 이처럼 분명 장애인들의 능력을 개발해 비장애인과 대등한 혹은 그보다 더 높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니혼리카가쿠공업의 사례는 장애인 역시 회사에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조기사] 직원 74%가 장애인...그 덕에 업계 1위 달리는 日 기업

글 서영아 동아일보 특파원


인터비즈 홍예화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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