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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촬영까지 한 '前 야후 최연소 CEO'.. 왜 추락했을까

조회수 2018. 7. 1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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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라는 젊은 나이로 2012년에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된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수학 천재'로 불리며 미국 최고 명문 대학을 졸업한 뒤 실리콘 밸리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성장했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이 전부가 아니었다. 메이어의 '불통'과 '꼰대 리더십'은 야후의 조직문화를 망쳤고 결국 메이어는 2017년에 쫓겨나듯 CEO 자리를 내려놨다.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이라는 명예와 '전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CEO'라는 불명예를 차례로 얻은 메이어. 과연 어떤 추락의 길을 걷게 된 걸까?

흔한 ‘엄친딸’의 표본이었던 마리사 메이어

출처: flickr
2011년 구글에서 일할 당시 마리사 메이어의 모습

마리사 메이어는 1975년 5월 30일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환경공학자 아버지와 미술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메이어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 과학뿐 아니라 발레, 수영, 어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위스콘신 주에서 단 2명만 선발되는 전미청소년과학캠프(National Youth Science Camp)에 선발됐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는 철학, 인지심리학, 언어학과 컴퓨터공학 등을 응용하는 학문인 'symbolic system(상징적 시스템)'이라는 분야를 전공했고, 이후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으며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메이어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맥킨지를 포함한 14개의 기업에서 일자리를 제안받았지만 1999년 구글의 20번째 직원으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빠르게 승진했다. 그녀는 초창기 구글 검색엔진의 많은 부분을 개발했고 구글 시작 페이지의 디자인을 개발하는 과정을 이끌었다. 이후 메이어는 구글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구글 애드워즈(Google AdWords)를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천재성과 혁신 역량 덕분에 메이어는 불과 38살의 나이에 '미국 500대 기업 최연소 CEO'란 기록을 세우며 야후의 최고경영자로 스카우트됐다. 당시 메이어는 <포브스(Forbes)>의 ‘올해를 빛낸 가장 매력적인 여성 12명’과 <포천(Fortune)>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16위에 뽑히는 등 언론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출처: Fortune

메이어의 몰락과 야후의 매각

고전하던 야후가 2012년에 메이어를 CEO로 스카우트하자 시장의 기대는 높아졌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메이어는 CEO로 부임하자마자 많은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을 추진해 가면서 메이어는 “나를 따르라”식으로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렸다. 그리고 이를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따르지 않으면 해고를 하는 방식으로 많은 직원의 반발을 샀다. 또한 2013년에는 직원들을 종 모양(bell curve)으로 나열해서 하위 10%로 평가된 직원들을 해고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이런 평가 방식은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해고된 직원들은 캘리포니아 주법과 연방 노동법을 어겼다며 2016년에 야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출처: 야후

문제는 또 있다. 메이어는 30억 달러(약 3조 원)나 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50여 개의 기업을 인수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2013년에는 11억 달러(1조 2000억 원)를 투자해 텀블러(Tumblr,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미국 SNS의 일종)를 인수했지만 그 후 텀블러의 주가는 ‘5분의 1토막’이 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출처: 텀블러
텀블러는 사용자들이 글, 그림, 영상 등의 자료를 각자의 블로그에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젊은이들의 SNS다

야후의 기업가치는 계속 하락했고 2016년 <포천>은 메이어를 '전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CEO'로 선정했다. 메이어가 CEO를 맡았던 5년 동안 50% 이상의 임직원들이 야휴를 떠났고, 결국 회사는 핵심 사업인 인터넷 사업(알리바바와 야후 재팬 지분 제외)을 통신회사인 버라이즌(Verizon)에 48억 달러(약 5조 원)라는 헐값에 매각했다. 이 매각 금액은 야후의 전성기였던 2000년 시가총액의 4%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결국 메이어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7년 6월에 CEO 자리를 사임하고 회사를 떠났다.

혼자 빛나려 했던 '꼰대 리더십'의 상징

야후의 구원투수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메이어. 그녀는 어떻게 5년 만에 쫓겨나다시피 사임을 하고,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을까? 일관된 전략의 부재 등 회사의 전략과 혁신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는 논외로 하고 메이어의 리더십과 관련한 이슈들에만 초점을 맞춰보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첫째, 메이어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메이어는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직원들을 수직적으로 평가해 하위 10%를 해고했다. 이 방식은 직원들의 삶과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었지만 그녀는 이런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실행하는 불통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결국 이는 핵심 직원들의 이탈과 소송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은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무조건 옳고 정답이라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스타일의 ‘꼰대 리더십’으로 이어졌다.


둘째, 메이어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과 외모로 인해 항상 주목받는 ‘스타’ 인생을 살았다. 이런 성향은 구글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점점 더 강해졌으며, 지나친 자기애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구글에서 메이어와 함께 일했던 많은 동료와 부하직원들은 메이어를 ‘똑똑하지만 감정이 없는 로봇’이라고 표현했다. 

출처: CNN 공식 유튜브 캡처
메이어는 패션잡지 보그(Vogue)의 표지 모델이 될 만큼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 사진 속 메이어는 본인의 얼굴이 나온 태블릿 PC를 든 채 긴 의자에 누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똑똑하고 섹시한'이라는 문구를 자막으로 내보내며 해당 사건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꼰대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 능력의 문제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저자인 정문정 작가의 말이다. 메이어는 젊은 CEO였지만 꼰대 리더십의 표본이었고 이로 인해 많은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났다.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 간의 융합이 더욱 활발해지며 새로운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를 따르라”식의 리더십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집단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사 원문 보기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9호
필자 정동일

필자 약력

- 고려대 사학과 졸업

-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 경영학 박사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비즈 박성지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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