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용 침대에서 숙면? 중국에서 고생하는 글로벌 기업들

조회수 2018. 7. 1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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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어마어마한 소비자와 높은 투자 가능성으로 기업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많은 만큼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땅이기도 합니다. 패기롭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끝내 철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름있는 글로벌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이케아(IKEA) - 진상 고객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출처: 차이나위스퍼
이케아 데이트를 즐기는 노인들

이케아의 콘셉트 중 하나는 고객들이 쉬면서 스웨덴 풍의 식사와 간식을 즐길 수 있는 넓고 깨끗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가구를 구경하는 고객들을 가게에 더 오랫동안 머무르도록 만들기 위함이죠. 무료 커피, 저렴한 레스토랑 서비스 등은 이익 창출을 위해 운영되기 보다는 더 많은 고객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마케팅 도구로 이용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많은 사람'의 정의는 이케아의 예상을 빗나가고 맙니다.


매장으로 피서를 온 중국인들은 전시용 침대나 소파에 아예 드러누워 제 집처럼 숙면을 취하고 큰 소리로 라디오를 틀어놓기도 했습니다. 가족 단위 고객들은 응접실 가구 코너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기도 했고요. 게다가 이혼이나 사별한 노인들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이케아를 방문했습니다. 직원들은 '진상 고객'을 내보내기 위해 곤욕을 치르는 빈도가 잦아지게 되었죠.

출처: MBN 뉴스 공식 유튜브 캡처
매장에 진열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중국인

결국 나름의 경영정책을 고수하던 이케아는 공간을 분리하여 데이트 멤버들의 장소를 따로 지정하게 됩니다. 공짜 고객으로 남아 있으려는 사람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 구분된 색의 컵을 제공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중국인들의 이케아 방문 목적이 '가구 구매'보다는 '전시 가구에 앉아 잡담하는 것' 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케아의 대처는 일부 고객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야박하게 군다'는 반응도 피할 수 없었죠. 회사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될까요? 이케아의 고민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버(Uber) - 중국 법률이 불러온 실패

출처: flickr

우버가 경쟁사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거대 자금을 이용한 낮은 가격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우버의 강력한 무기였던 가격 전략은 중국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교통체증을 줄이고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고려하여 차랑 공유 서비스를 합법화하는 법률을 발표합니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 내의 콜택시, 카풀 서비스 업계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우버에도 이 법률은 유리한듯 보였는데요. 문제는 시장의 공평성을 위해 차량 공유 서비스의 가격을 통일하는 규제가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정한 최저 운임보다 더 적은 금액을 제시할 수 없게 된 우버는 발목을 잡히고 말았지요.


여기에 한술 더 떠,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제한하는 법까지 시행해버립니다. 보조금이란 무료 쿠폰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지칭합니다. 초기 고객 유치를 위해 우버에 꼭 필요한 마케팅 전략이었지요. 하지만 우버의 계획은 모두 백지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결제 시스템으로 위챗을 도입하지 않고, 바이두 맵 대신 구글 맵을 쓰던 우버는 결국 중국 진출 3년만에 현지 차량 공유 회사 디디추싱에 합병 당하게 되었습니다. 

롯데마트 - 사드 보복으로 인한 최악의 적자

출처: 동아일보
중국 베이징의 왕징에 있는 텅 빈 롯데마트

국가간의 관계 악화는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과는 상관없이 적자 피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업들이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중 롯데마트의 피해는 특히 엄청났습니다.


롯데마트가 중국에 진출할 당시에는 나름의 저가 정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듯 보였습니다. 까르푸, 월마트 등과 경쟁하며 현지화를 꾸준히 진행했죠. 그러나 사드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 꼬투리를 잡히면서 거의 1여 년에 걸친 노골적인 보복을 당하게 됩니다. 영업정지 행정처분과 중국인들의 보이콧에 버텨보려했지만 결국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매각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국내 기업으로 이마트의 사례 역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마트는 중국 진출 후 약 15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봐야 했던 것이죠. 계속되는 사드 보복으로 결국 작년 9월, 이마트는 중국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텔(Mattel) - 소비자 취향 파악 못해서…

출처: © Iwan Baan
상하이 바비 플래그십 스토어

지난 2009년 3월,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Mattel)은 상하이의 대표 쇼핑가인 '화이하이루'에 화려한 분홍색 건물을 오픈했습니다. 바비 탄생 50주년을 기념하여 무려 3년에 걸친 설계 작업 끝에 야심차게 발을 내딛었죠. 하지만 중국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습니다.


원인은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의 젊은 여성들은 바비인형의 섹시한 스타일보다는 헬로키티처럼 귀여운 디자인을 선호하고 있었던 것이죠. 학습용 장난감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선물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짝퉁' 바비인형을 싸게 구할 수 있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학부모들은 매장에 들러 자녀와 함께 바비인형을 충분히 가지고 놀게 해준 뒤, 돌아가는 길엔 저렴한 가짜 인형을 사갔습니다. 때문에 매장 내 실 구매 빈도는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바비인형은 장식용으로 판매되기도 했지만, 중국에서는 인형을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문화가 없었습니다. 대다수 가정은 바비인형을 놓아둘 충분한 공간 마저 없었죠. 더불어, 가격까지 타 장난감에 비해 비쌌던 바비인형은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매출 부진과 더불어 비싼 임대료까지 지불해야했던 마텔은 결국 설립 2년 만에 문을 닫는 고배를 마셔야만 했습니다.  


마텔은 지난해 2월부터 알리바바와 손을 잡고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재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내리고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게끔 디자인을 손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데요. 바비인형은 실패를 딛고 중국 시장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요?

인터비즈 박근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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