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다버린 껌, 구두 밑창으로 재탄생하다

조회수 2018. 7. 1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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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구두 한 짝. 그러나 사실 구두의 밑창은 '껌'으로 만들어졌다. 201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될 이 신발은 영국 디자이너 안나 불루스(Anna Bullus)가 내놓은 최신 제품이다. 불루스는 2010년 '껌드롭(Gumdrop)'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재활용 껌을 활용해 물건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과연 껌드롭은 지저분했던 영국의 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출처: BBC 방송 캡처

바닥에 붙은 껌을 제거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브라이튼 대학(University of Brighton)에서 3D 디자인을 전공한 불루스는 평소에도 재활용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불루스는 길바닥에 나뒹구는 수많은 쓰레기의 일부는 다행히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껌딱지만은 특별한 대처 방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도시를 청소하는 일에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영국에서는 스팀 청소기를 이용해 길거리에 붙은 껌을 제거하는데, 이는 매년 약 8억2000만 달러(약 8750억 원)의 비용을 발생시킨다. 껌 하나를 제거하는 데에는 약 2달러의 노동비용이 든다. 껌 하나가 4센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안타까운 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세계 몇몇 지역들은 아예 껌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도 했다. 가령 싱가포르에서 껌은 의학적 용도로만 판매된다. 

출처: BBC 방송 캡처
버려진 껌의 재탄생 과정

하지만 런던 같은 대도시에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블루스는 껌이 합성 고무로 만들어졌다는 근본적인 사실에 주목했다. ‘자전거 튜브처럼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고무는 재활용이 가능한데 왜 껌만 안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 블루스는 껌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해답을 찾았다. 씹던 껌을 분해해 특정 재료를 섞으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출처: Gumdrop
도시에 설치된 껌 쓰레기통

껌드롭은 이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씹던 껌을 기반으로 한 재활용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대량의 껌이 필요했다. 불루스는 도시 곳곳에서 껌을 수거하기 위해 동그란 분홍색 쓰레기통을 만들었다. 일명 껌만 버릴 수 있는 '껌 쓰레기통'으로, 그 자체도 씹던 껌을 기반으로 제작된 게 특징이다. 도심과 기차역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 이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영국의 여러 대학들도 적극적으로 껌 쓰레기통을 도입했다.


껌드롭은 이렇게 수거한 껌을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 빗, 연필, 커피 컵, 장화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제작했다. 쓰레기통 자체도 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사이클링 제품이기 때문에 버려진 껌과 함께 공장에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이렇게 재활용 껌으로 재탄생된 제품들은 껌드롭의 캠페인에 참여하는 대학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출처: Gumdrop
재활용 껌을 이용해 만든 고무 제품

현재 껌드롭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은 대학뿐이 아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 역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히드로공항은 처음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당시 약 3개월 정도 시범적으로 껌 쓰레기통을 설치해 약 8000달러(약 850만 원) 정도의 청소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물론 껌드롭 측에 쓰레기통 설치 및 수거 비용을 내야 하긴 하지만 기존의 청소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후 히드로공항은 정식으로 껌 쓰레기통을 설치해 껌드롭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출처: Gumdrop
히드로 공항에 설치된 껌 쓰레기통

더 나아가, 지난 6월에는 네덜란드 도시 마케팅 조직 ‘아이엠스테르담(Iamsterdam)’, 디자인 회사 익스플리시트 웨어(Explicit Wear)와 협업하여 재활용 껌으로 만든 운동화, '검슈(Gumshoe)'를 출시했다. 밑창 소재의 약 20% 정도가 껌으로 이루어졌으며 여기에 사용된 재활용 껌은 실제 암스테르담의 거리에서 긁어낸 것이다. 이 운동화 4컬레를 만드는 데 약 1킬로그램의 껌이 사용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네덜란드에서는 해마다 150만kg의 껌이 거리에 버려지고 있다고 하니 검슈의 출시는 환경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Gumshoe
재활용 껌으로 만든 운동화, 검슈(Gumshoe). 검슈는 199.95유로(약 26만 원)의 가격으로 핑크색, 검은색 두 가지 색깔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재활용 껌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분홍색 쓰레기통 한 개를 만드는 데에도 대략 70개의 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껌드롭은 장기적인 사업을 위해 미국의 껌 제조사인 리글리(Wrigley)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있다. 리글리의 대변인 알렉스 헌터-던(Alex Hunter-Dunn)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껌드롭은 매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은 2018년 3월 13일에 작성된 <FastCompany>의 기사 'The Soles Of These Shoes Are Made From Recycled Gum'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인터비즈 박성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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