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징 버드와이저, 모기업은 벨기에 회사.. 뜻밖의 이 나라 기업들

조회수 2018. 7. 9. 10: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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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간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면서 한 나라의 상징과도 같던 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에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수합병을 통해 최대주주의 국적이 바뀌거나, 경영권을 확보한 모기업의 본사 소재국이 창업지와 달라지는 경우도 숱하다.


물론 이와 관련해 글로벌 사업자의 경우 본사 소재나 소유주 국적 등은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상징적인 기업들은 소유주가 뒤바뀔 때마다 격세지감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오랫동안 그 나라서 성장하면서 그 기업의 이미지가 그 나라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의 사례들처럼 말이다. 

성조기를 닮은 미국의 상징 버드와이저...모기업은 벨기에 회사

출처: 버드와이저 페이스북

흔히 '맥주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버드와이저는 1852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탄생했다. 오랫동안 미국인의 삶과 함께 했기 때문에 리바이스, 맥도날드와 더불어 미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비재로 언급된다. 미국의 3대 기호식품으로 말보로, 코카콜라, 버드와이저를 꼽기도 한다.


현재 모기업은 벨기에에 본사가 있다. 세계 최대 맥주제업체인 벨기에의 인베브(현 AB인베브)가 2008년 버드와이저 생산업체인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한 것. 인수 논의 당시 미국 내에서 "우리의 자존심인 버드와이저를 타국 기업에 팔 수 없다"며 반발이 심하게 일기도 했다. ‘버드와이저 구하기(SaveBudweiser.com)’ 등 온라인에서 합병 반대 서명이 6만 건을 넘겨 화제가 됐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상원의원이 매각 협상 당시 "버드와이저 매각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출처: 버드와이저

인베브는 그해 인수가를 올리면서까지 가까스로 인수에 성공한 뒤로 벨기에 기업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기간엔 제품명 표기를 '아메리카'(위 사진)으로 바꾸고 애국심 마케팅을 호소하기도 했다. 벨기에 회사가 미국인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아이러니라니. 

유럽 경제를 보는 눈 '파이낸셜타임스'...소유주는 일본 신문사

1888년 영국에서 창간한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더불어 세계 3대 경제지로 꼽힌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2015년 일본 미디어그룹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는 현금 8억 4400만 파운드, 약 1조 5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닛케이 연간 순이익으로는 16년치에 해당하는 액수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모회사였던 피어슨은 당시 이를 매각하면서 "교육과 출판사업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수 과정에선 일본 기업 특유의 철두철미함이 발휘됐다. 2012년 FT 매각설이 돌자 닛케이 사장이 당시 피어슨 최고 경영자에게 "지금 당장 FT를 매각하지 않더라도 변화가 생길 경우 협력할 의사가 있다"라고 밝힌 것. 그러나 기자 출신의 마조리 스카디노 피어슨 당시 CEO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FT를 팔 수 없다"며 일축한다. 그럼에도 닛케이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대형은행 쪽엔 M&A를 실시할 경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혀놓으며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닛케이는 우선 피어슨과 접촉면을 넓히자는 생각으로 영어교육 사업 등에서 전반전인 협력관계를 맺는다. 스카디노가 퇴임하고, 새로 취임한 피어슨 CEO가 사업협력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면서 양사간 네트워크가 끈끈해진다.


실제 FT 매각이 추진될 당시 후보군에는 로이터와 불름버그 등이 언급됐다. 그러나 함께 사업을 같이 해온 파트너가 낫다는 판단 덕에 닛케이로 낙점됐다. 2015년 인수 이후 닛케이와 FT의 총 발행부수는 약 300만 부에 수준으로 치솟는다.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 발행부수의 2배를 넘길 정도. 이후 세계 경제시장에서 일본의 입김에 더 강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꼬리가 몸통을 먹다...미국 본사 인수한 일본 지사 세븐일레븐

출처: 세븐일레븐 홈페이지

세븐일레븐은 1927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사우스랜드 얼음회사로 시작했다. 큰 냉장고에 우유·빵·달걀 등 식료품을 담아두고 저녁과 일요일에도 판매하면서 유통기업으로서 규모를 키웠다. 1946년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는 의미에서 7-Elven이라는 표기를 쓰기 시작했다. 1964년부터 연중무휴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세계 최초의 편의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커다란 컵에 직접 얼음과 음료를 담아먹는 탄산음료 빅걸프도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세븐일레븐은 1971년 일본의 슈퍼마켓 체인인 이토요카도를 통해 일본 시장을 진출했다. 글로벌서 영향력을 높여갔지만 정작 미국서는 사업이 쇠퇴기에 접어든다. 직접 조립할 수 있는 햄버거 등을 앞세워 패스트푸드 체인과 경쟁을 선언했으나 처참히 실패한 탓이다. 반면 일본에서 라이센스 사업을 펼치던 이토요카도가 편의점 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가 대조를 이뤘다.


1991년 결국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던 미국 가맹본사인 미국 사우스랜드가 일본 지사인 이토요카도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이후 일본 기업의 경영능력과 사업수완 덕택에 세계 최대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로 위상이 커졌다.   

영국차의 자존심 재규어와 랜드로버...인도 회사 품에

출처: 재규어랜드로버

재규어는 1922년 영국에서 탄생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다. 정글 표범을 본딴듯한 날렵한 곡선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랜드로버도 1946년 영국서 탄생한 4륜 구동차 전문 브랜드다. 탱크처럼 강력한 견고한 차체와 오프로드에 강한 차량으로 명성을 얻었다.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고급SUV 레인지로버의 별명은 '사막의 롤스로이스'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1980년대 이후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인이 수차례 바뀌게 된다. 미국 포드가 1989년 재규어를 브리티시레이랜드에서, 2000년 랜드로버를 인수했다. 이후 경영실적이 나아지지 않자 포드는 두 기업을 묶어서 매각에 나섰다. 이를 인수한 게 인도의 타타그룹이다. 재규어-랜드로버 본사는 모두 영국에 있지만 소유주는 인도계 자본인 셈이다.  

킹스맨 속 영국 스카치위스키도 인도 기업이 인수

앞서 타타그룹은 2007년엔 영국의 철강업체로 당시 해당분야 세계 9위 코러스를 인수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세워 인도를 지배할 당시 철강산업은 영국 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산업이었다. 영국시장에서 인도 자본의 힘이 점차 커지자 영국인들이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뉴스위크)가 나오기도 했다.    

출처: 영화 킹스맨(좌)과 달모어 페이스북

인도계 자본은 영국의 홍차와 스카치위스키 등 전통 기업들을 사들이기도 했다. 영화 킹스맨에 나와 유명해진 위스키 달모어(Dalmore)를 소유한 스카치위스키 제조사 '화이트앤맥케이'와 19세기 초반부터 홍차를 판매해온 테틀리도 인수했다. 영국 식민지로 홍차 생산지였던 인도가 영국의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를 인수한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피렐리, 볼보, 오스람...분야 가리지 않고 무차별 인수에 나선 차이나머니

출처: 피렐리 페이스북과 볼보 홈페이지

중국 자본의 글로벌 기업 인수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기업의 국외 투자는 지난해 1870억 달러(약 209조 원)에 달했을 정도. 매년 막대한 돈을 풀어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2015년 4월엔 중국 합성고무제조회사인 캠차이나가 글로벌 6위 이탈리아 타이어업체인 피렐리를 인수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피렐리는 세계에서 제일 빠르고 인기 높은 자동차 경기 F1(Formula One)에 2011년부터 타이어 공급하는 업체로 인지도가 높다. 중국 지리차는 2010년 '가장 안전한 차'임을 내세운 스웨덴 브랜드 볼보의 지분 100%를 집어삼켰다.

출처: 리그오브레전드(LoL)

패션분야에선 최근 중국자본이 스위스의 명품 브랜드 발리(BALLY)와 프랑스 1세대 명품 랑방(Lanvin)의 과반 지분을 잇따라 사들였다. IT분야의 텐센트 또한 무차별 인수합병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젊은층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개발사인 미국의 라이엇게임즈 인수가 대표적이다.


범 차이나 머니로 분류되는 대만의 혼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디스플레이 명가로서 명성이 높은 일본 기업 샤프를 인수한 것도 큰 화제가 됐다. 샤프는 세계 최초로 전자계산기를 만든 일본 기업이다. 최근엔 미국의 모바일 악세서리 전문업체인 벨킨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중국발 기업 사냥에 마음 돌아선 미국과 독일 "더는 못 팔아"

차이나머니가 이젠 첨단 기술 기업 및 기간산업에도 손을 뻗칠 조짐이 보이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이 전략적 가치가 높은 첨단 기술을 물밑에서 사들이고 탈취하겠다는 목적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오스람

비교적 인수합병에 관대했던 독일조차 EU차원에서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이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 지분을 10% 가까이 확보하고 벤츠 브랜드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는데 독일 정부는 이 사실을 발표 뒤에나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의회를 중심으로 대응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의 조명회사인 오스람이 2017년 중국 자본에 넘어간 뒤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선 것도 뒤늦은 교훈이 됐다. 조명회사 무린썬 등 중국 컨소시엄은 오스람의 가정용 조명사업 자회사 레드번스를 4억 유로에 인수했다.


캐나다도 최근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컴퓨터 업체 레노버의 자국 휴대전화 제조사인 블랙베리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또한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의 미국 퀄컴 인수를 역시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저지했다. 중국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는 자본 유입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사운드를 대표하는 세계 최대 오디오 브랜드 JBL...삼성 계열사로

출처: JBL

세계 최대의 스피커 브랜드 제이비엘(JBL)은 1946년 미국 캘리포니아서 탄생한 기업이다. 재즈와 팝 등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미국식 사운드를 추구한다. JBL은 이어폰 시장부터 최고급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박력있는 사운드 덕분에 공연장용 스피커 분야에서 위상이 높다. 1950~60년대 미국서 록큰롤이 전성기를 맞이했을 당시 일렉트릭 기타의 강렬한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는 견고한 오디오 시스템을 제공한 덕분이다. 미국에서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1969년 8월 우드스톡 락 페스티벌서 초대형 스피커 시스템을 구현한 업체이기도 하다. 

출처: BT 홈페이지
1969년 미국 우드스탁 록 페스티벌에서 설치된 오디오 시스템. JBL이 구축했다.

JBL은 1969년 하만 인터내셔널 계열로 편입됐고 이후로도 오디오 시장의 강자로서의 입지를 지켜왔다. 삼성전자가 2016년 80억 달러(약 9조 원)에 하만 그룹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JBL 등 산하 브랜드들을 거느리게 됐다. 오디오 음향기기 매니아들은 그보다는 "그럼 이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접수가 가능하단 말이냐!"라고 환호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실제로 JBL 서비스 접수를 지원 창구가 삼성전자가 됐다. 삼성 디지털플라자에서 JBL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출처: 두산 밥캣

미국의 소형건설장비 업계 강자인 밥캣(Bobcat)의 최대주주는 한국의 두산인프라코어다. 2007년 미국 모회사로부터 인수 당시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업체 인수로는 사상 최대인 49억 달러(약 5조7000억 원)를 들였다.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북미 건설시장이 침체되면서 경영위기를 맞았다.두산 그룹을 흔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고 자금난의 시발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엔 실적이 좋아지면서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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