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양이 알' 제과점, 믿었던 인기에 발등 찍힌 사연

조회수 2018. 7. 4. 14: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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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했기 때문에 망할 뻔한’ 모순적인 기업이 있다.

출처: 네코노타마고 홈페이지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 시의 지역 특산 먹거리로 이름 난 것 중에 ‘네코노타마고(ねこのたまご, 고양이의 알, 이하 네코타마)’라는 것이 있다. 레어치즈, 딸기우유, 멜론, 초콜릿, 녹차 등 다양한 크림을 넣은 모찌(찹쌀떡)를 얼린 후 살짝 녹여 먹는 제품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찰떡 아이스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다. 일본 내 여행 관련 사이트에는 홋카이도에 가면 먹어볼 먹거리로 네코타마의 이름이 올라있다. 그야말로 지역의 인기 특산품인 이 네코타마가 ‘성공했기 때문에 망할 뻔’했다니,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출처: 네코노타마고 홈페이지

네코타마를 판매하는 쇼우치쿠야제과(松竹屋製菓)는 그 역사가 길다. 1933년 ‘쇼우치쿠의 과자’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이래 홋카이도 쿠시로 시의 장수 제과점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네코타마를 개발·판매하기 시작한 건 1995년으로, 이후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유한회사 쇼우치쿠야제과’로 법인화했다. 이후로도 네코타마의 인기는 이어졌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몇 년간 전국 과자 인기 베스트 1위를 하기도 했다는 소개도 있다.


하지만 네코타마의 인기가 기업의 성공만을 불러온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기업의 ‘파산’을 불러왔다. 2009년 7월 쇼우치쿠야제과는 1억 7000만 엔(약 16억 3042만 원, 2008년 9월 결산 기준)의 부채를 짊어지고 파산했다. 점주인 나미오카(浪岡義靖)는 “사업 확대 노선으로 돌아선 것이 (파산의) 화근”이라고 말한다. 판매처를 늘리고, 새로운 공장을 설립했지만 판매량은 투자금을 쫓아오지 못했다. 과대 설비 투자로 인한 급격한 자금 사정 악화가 원인이 된 것인데, 다르게 말하면 제품의 성공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탓에 도리어 회사가 망하게 된 셈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네코노타마 구입 사진들

다행히도 이듬해인 2010년 거래처의 지원과 네코타마를 그리워하는 고객들의 응원 덕에 나미오카는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사업 실패도 두 번은 반복하지 않았다. 현재에는 쿠시로 시에 위치한 가게와 더불어 인근 기념품 판매처나 공항 판매점 등에 입점해 있으며 온라인 판매도 병행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폐점한 에임스 매장 사진

무리한 사업 확장이 실패로 이어지는 건 대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대기업의 경우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다 역으로 몰락하는 사례들이 많다.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에서는 1958년 창립한 미국의 소매할인점 에임스(Ames Department Stores)를 그 같은 사례로 꼽는다. 한때 월마트, K마트, 타깃의 뒤를 잇는 ‘잘 나가던’ 할인점 에임스는 잘못된 인수합병으로 파산했다. 앞서 언급한 쇼우치쿠야제과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에임스의 경우 한 번이 아닌, 반복적인 무리한 인수합병을 통해 끝내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에임스는 1980년대 할인매장 체인인 G.C. 머피와 제이어의 할인매장사업부 등을 인수했다가 1990년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낭떠러지에서 겨우 살아온 후에도 무리한 확장 욕심은 계속됐다. 1999년 에임스는 힐스 스토어스를 인수하며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2002년 청산 절차를 밟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창업 실패 요인 중 한가지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꼽는다. 2011년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비요른 허먼이 3200개 미국 스타트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실패한 스타트업의 74%가 ‘너무 이른 사업 확장’ 때문에 망했다. DBR 역시 국내외 다양한 기업 실패 관련 연구를 분석한 후 대표적 실패 원인 중 하나를 ‘무리한 확장 전략’으로 정의했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사업 확장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그만큼 그 타이밍과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 사업 확장을 버텨낼 수 있는 안정적인 실적과 재무 구조 등 질적 성장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터비즈 황지혜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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