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 한 번에 11억 원? '억'소리 나는 의약품 TOP 5

조회수 2018. 7. 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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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도 서러운데 치솟고 있는 약 값을 보면 더 서럽습니다. 그래도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어 처방받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됐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비싸 치료받을 수 없다면 얼마나 비참할까요?


최근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잘못된 유전자만 골라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유전자치료제, RNA를 직접 세포 안으로 집어넣어 악성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키는 RNAi가 개발되는 등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치료제들이 등장했습니다. 불치병으로 소문났던 많은 희귀병들도 완치 가능해졌죠. 하지만 이 치료제들은 가격이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는데요. 일반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비싼 건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의약품 TOP5를 소개합니다. 

5위 킴리아(Kymriah)

-급성 림프모구백혈병 치료제-

출처: 노바티스 홈페이지
CAR-T 유전자 치료제

최초로 미국 FDA에서 승인된 유전자치료제 킴리아(Kymriah)는 소아 및 청소년들에게 발생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입니다. 골수에서 미성숙한 백혈구가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져 정상적인 혈액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고 파괴하는 병이죠. 미국에서만 매년 3100명이 진단받는 병이라고 하니 꽤 많은 환자들이 이 병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출처: 노바티스 홈페이지
킴리아 작동 원리

킴리아의 작동 원리는 획기적인데요.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꺼내고 그 안에 인공적으로 악성 물질을 잡는 유전자를 추가한 후 다시 몸에 주입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몸 안에 들어간 새로운 T세포(CAR-T)가 암을 일으키는 B세포만 골라내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임상실험 결과 83%의 환자가 완치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그런데 1회 투약 비용이 47만 5000달러(약 5억 4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4위 스핀라자(Spinraza)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

출처: '스핀라자' 홈페이지
스핀라자

스핀라자(Spinraza)는 1월 초 국내 식약처에서도 승인을 받아 화제가 됐었는데요.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유전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을 치료하는 신약입니다. 척수성 근위축증의 발병률은 신생아 1만명~2만명 당 1명 정도이고, 40명 중 1명은 유전적 보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출생 후 6개월 미만인 영아에게 발병하는 제 1형을 제외하고는 사망률이 높지 않지만 혀 근육이 수축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척추측만증이 생기므로 평생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죠. 근본적인 치료법조차 존재하지 않아 물리치료나 척추 변형에 대한 치료만 진행되던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Youtube 'Business Wire' 캡처
척수성 근위축증을 겪고 있는 한 아이가 보조장치를 하고 보행 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핀라자의 개발 소식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죠. 하지만 그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습니다. 출시가격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인데요. 첫해에는 75만 달러(약 7억 9700만 원), 그 이후부터는 연간 37만 5000달러(약 4억 원)의 유지비용이 소요됩니다. 미국에서는 매출이 시원치 않아 제약사가 난감해 하고 있다고 하네요.

3위 라빅티(Ravicti)

-요소회로질환 치료제-

출처: '라빅티' 홈페이지

우리 몸에서는 단백질, 아미노산대사 과정 중 암모니아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암모니아는 간 내부에 존재하는 요소회로에 의해 요소로 전환, 해독되죠. 하지만 요소회로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요소회로를 구성하는 효소 중 하나가 결핍돼 암모니아를 해독할 수 없게 됩니다. 체내에 잔류하는 암모니아는 독성으로 변해 뇌손상, 혼수상태를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수도 있습니다.

출처: '라빅티' 홈페이지

라빅티는 이 병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하루에 세 번 입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매우 간편합니다. 라빅티의 독성 제거 성분이 몸 안을 돌아다니며 해독되지 않은 암모니아를 요소로 전환시켜준다고 하네요. 미국에는 요소회로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약 2000명 정도 있다고 하는데요. 라빅티는 치료 가격은 매년 79만 달러(약 8억 4000만 원). 라빅티를 처방받을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2위 럭스터나(Luxturna)

-유전 실명 치료제-

출처: '스파크 테라퓨틱스' 홈페이지
실명 치료제 '럭스터나'

럭스터나(Luxturna)는 환자의 망막세포에 정상적인 유전자를 직접 투입해 실명을 유발하는 'RPE65'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망막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라 망막세포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유용한 치료제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번의 시술로 치료효과가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1회 치료에 85만 달러(약 9억652만 원), 한쪽만 투여할 경우 42만 5000달러(약 4억5249만 원)라고 하네요. 회사 측에서는 치료효과가 없으면 치료비 전액을 받지 않는 계약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위 글리베라(Glybera)

-지단백지질분해효소 결핍 치료제-

출처: 위키피디아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 '글리베라'

대망의 1위는 병명도 매우 긴 '지단백지질분해효소 결핍증' 치료제 '글리베라(Glybera)'입니다.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이란 지방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결핍되어 혈액 내의 지방을 체내로 흡수하지 못한 채 혈액에 지방을 쌓아놓게 되는 병인데요. '글리베라'는 바이러스 운반체를 이용해 효소를 직접 세포 핵 안으로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제라고 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격은 무려 110만 달러(약 11억7000만 원). 판매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이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불리며 철저히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출시 후 5년 동안 치료를 받은 사람은 단 1명 밖에 없다고 하네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던 제약사 유니큐어는 판매 5년 만에 EU 집행위원회가 요구하는 내용 갱신을 거절하고 유럽에서의 판매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신약 시장이 갈수록 확대됨에 따라 고가약 논란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2015년 기준 10만 달러(약 1억 665만 원)가 넘는 치료제는 92개나 된다고 하는데요. 최근 나오는 신약들이 이렇게 비싸게 판매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시장의 크기가 작기 때문입니다. 최근 개발되는 신약들은 대부분 희귀병, 유전병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의 수가 매우 제한되어 있죠. 환자들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수요가 어느 정도가 될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조원에 이르는 개발 비용을 일단 빠르게 회수하기 위해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특허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입니다. 의약품은 최대 25년까지 특허가 보장됩니다. 그야말로 독점입니다. 따라서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더라도 환자들은 그 의약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제약사들은 수요가 생각보다 높으면 매년 5% 또는 그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도 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 번째 이유는 개발 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신약 개발 과정은 매우 지식 집약적이고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면 환자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5일 넘는 기간 동안 치료제를 주입한 새로운 줄기세포를 바이러스와 마구 뒤섞습니다. 그리고 다시 환자에게 넣고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 하죠. 판매할 정도로 안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수백 번의 실패를 경험해야 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전문 R&D 인력이 그 과정을 100% 함께해야 하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터프츠 센터(Tufts University Center for the Study of Drug Development)의 연구에 따르면 개발에서부터 FDA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평균 27억 달러(약 2조8700억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하네요.


희귀병과 유전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의약계의 큰 혁신입니다. 하지만 치료제가 상용화되고 지속가능하려면 적정 가격에 출시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죠. 더욱 기술이 발달해 누구든 이런 치료제의 혜택을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비즈 문현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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