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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만 진상? 비매너 관광객의 원조국은..

조회수 2018. 6. 22. 18: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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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해외 여행지를 점령한 중국인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중국 관광객이 세계 각지를 다니며 쓴 돈만 무려 2610억 달러(약 301조 3245억원)에 달한다. 연간 해외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들의 수 역시 일찌감치 1억 명을 돌파했다. 중국 관광객들은 세계 관광산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집트와 터키 등의 경제 활성화에 중국인들이 기여한 몫이 상당하다.

출처: 인터비즈

그러나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세계 호텔 예약업체인 호텔스 닷컴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악의 해외관광객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며 불명예를 샀다. 유적지에서 유물을 훼손하거나 길거리에서 아이들의 소변을 누이는가 하면, 아무데서나 행운을 빌기 위해 동전을 던져 다른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단체로 뭉쳐 시끄럽게 떠들며 여행을 다니는 중국인들을 '어글리 차이니즈'라고 부르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출처: YTN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비매너 관광의 원조?

그런데 이렇게 매너없이 여행하는 사람이 중국인들 뿐일까? 뜻밖에도 1950년대, 미국 관광객들 역시 유럽과 남미 등의 관광지에서 시끄럽고 무례하기로 유명했다. 이들은 외국에서 현지 문화를 무시한 채 영어로 크게 떠들며 거만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어글리'라는 수식어도 이때 등장한다. '품행제로' 미국 관광객에게 붙여진 말이 바로 '어글리 아메리칸'. 원래 어글리 아메리칸은 해외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못된 짓을 해 자국 이미지를 손상시킨 추악한 미국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1960년대에 나온 동일한 제목의 책과 영화까지 나왔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 방문 때 현지 문화를 무시한 채 오만방자하게 영어로 떠들며 거만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미국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출처: 영화 더 어글리 아메리칸(1963), 트레일러 캡처

미국인들의 이미지가 날로 추락하자 심각성을 느낀 미국 국무부는 불과 12년 전인 2006년, 직접 미국인 이미지 개선 작업에 나섰다. 해외로 출장을 가는 임직원들에게 지켜야할 행동지침서를 만들어주며 잘못된 매너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 "목청 높여 말하지 말라", "적어도 얘기하는 것만큼은 들어라" 등의 기본적인 에티켓임에도 잘 지켜지지 않던 품행이 수칙으로 들어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막강한 국력에 대한 자만심과 자유분방한 교육으로 타문화권을 여행할 때 취해야 할 예절 등이 당시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던 탓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일본이 '어글리' 수식어를 달았던 때도 있다. 1980년대, 한창 버블경제가 커나갈 때 해외로 나간 일본인들이 몰지각한 행동으로 민폐를 끼쳤던 것. 특히 '기생관광'으로 불리는 성매매는 아시아 각국에서 반일(反日)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필리핀 외무부은 일본에 성매매 목적으로 국가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고, 마닐라의 호텔들은 일본인 남성이 여자를 동반하고 객실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시키기까지 했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여행객들이 주의해야할 사항을 광고, 캠페인 등으로 내걸며 수습에 나섰다.

출처: 동아일보 DB

한국도 마찬가지다. 1989년부터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자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반공과 해외 예절 등이 포함된 소양교육을 받아야 출국이 가능했지만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예술품을 몰래 찍는 행위는 예삿일이 되었고, 유적지 벽에 낙서를 하거나 큰 소리로 떠들며 공용 공간에서 술판을 벌이는 등 국격을 떨어트리는 '글로벌 진상'이 늘어났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더 부끄러운 일은 2013년에 동남아 성매매 관광객수 1위국으로 한국이 꼽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개설된 한 카페에서는 동남아 성매매 여성의 나체 사진부터 국가별 성매매 가격과 일정, 후기까지 버젓이 올라와 몰지각한 성의식을 홍보하는 꼴이 되었다. 일부 관광객들로 인해 현재의 중국인처럼 한국인을 더 이상 받지 않는 장소까지 생겨나면서 우리의 해외 관광 의식 역시 재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출처: SBS 뉴스 캡처
공용 화장실에서 발을 씻는 중국인들,

문화수준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국가의 국민들이 갑작스런 경제성장으로 해외에 첫 발을 디딜 때 매너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관광 예절이나 의식 등이 체화되지 못한 채 출국하다보니 국내에선 문제 없어보이는 행동을 외국에서도 그대로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을 여행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우월한 나라에서 왔다는 자만심으로 인해 현지인의 문화를 무시하거나 제멋대로 행동하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 

중국인들이 현재 세계 각지에서 부리는 '진상짓'은 과거 일부 미국인과 한국인의 비매너 관광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물론 그들의 추태가 개선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마냥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우리의 과거를 반추해보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포용해 관광산업에 활용하고, 장기적인 국가간 네트워크 비즈니스에 대한 정책을 세우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인터비즈 박근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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