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나는 2021년 대작

조회수 2021. 1. 15. 14: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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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들이 극장 대신 OTT 서비스를 택했다

Writer 정준화 : 디지털 기획자. 틈나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



극장에 영화가 없다. 방심한 순간을 노리는 호러 무비의 빌런처럼 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이 기습했기 때문이다.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등 2020년 12월 공개를 계획했던 작품들은 고민 끝에 개봉 연기를 선택했다. 한지민, 남주혁이 주연을 맡은 <조제>는 어수선한 와중에도 연말 릴리즈를 감행했지만 결국 개봉 첫 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5 단계 격상이라는 악재를 맞고 말았다. 오후 9시 이후로는 극장 영업이 전면 금지됐으니 모래주머니를 잔뜩 차고 마라톤에 출전한 격이었다.


2021년에는 상황이 좀 더 나아질까? 그러기를 기대하지만 영화계는 좀처럼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코로나 19를 완전히 극복하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거다. 극장 산업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2020년 개봉이 무산된 뒤 벤치를 지키고 있던 영화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온다면? 웬만한 규모의 작품은 상영관 확보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변수에 대비해야 하는 극장보다는 OTT 서비스가 훨씬 안전한 해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작비가 240억에 달하는 SF 블록버스터 <승리호>의 넷플릭스 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로서는 극장 개봉이 우주에서의 추격전보다 더 위험 부담이 큰 모험인 걸까? 팬데믹이 세상을 지배하는 동안 OTT 비즈니스는 더 빠르게 덩치를 키워갈 분위기다.


전 세계적인 위기가 넷플릭스에 새로운 기회가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거대 플랫폼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후속 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워너는 <원더우먼 1984>를 시작으로 2021년의 모든 개봉작을 자사 서비스인 HBO 맥스와 극장을 통해 동시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 TV는 아시아를 겨냥한 콘텐츠로 시장을 넓히려고 한다. 물론 세계 최대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사이자 마블 유니버스의 근거지인 디즈니 플러스의 약진도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다. 조만간 공개될 각 플랫폼별 주요 프로젝트를 추려 봤다. 2021년의 진짜 대작들은 극장이 아닌 안방에서 만나야 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지금의 우위를 유지할 것인가, 새로운 경쟁자에게 추격당할 것인가? 

2021년은 넷플릭스에게도 중요한 한 해가 될 듯하다.


<돈트 룩 업>

<빅 쇼트>를 연출한 아담 맥케이의 신작.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할 운석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천문학자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한 줄짜리 시놉시스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그 자체로 은하계를 구성해도 될 만큼 화려한 스타 캐스팅이다. 제니퍼 로렌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크리스 에반스, 그리고 아리아나 그란데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카우보이 비밥>

1990년대에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재패니메이션 시리즈를 실사로 옮기는 프로젝트다. 2070년의 우주를 떠도는 현상금 사냥꾼들의 활극을 그린 원작은 SF와 서부극의 혼종 같은 작품이었다. 칸노 요코가 완성한 재즈풍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지금 들어도 충분히 짜릿하다. 애초 2020년에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주연인 존 조의 부상으로 제작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고요의 바다>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도 동명의 단편을 블로우업한 <고요의 바다>는 특히 눈길은 끈다. 심각한 자원 고갈로 황폐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미스터리다. 배두나, 공유, 이준 등이 폐쇄된 달 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탐사대로 호흡을 맞춘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피노키오>

굳이 줄거리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고전 동화인 <피노키오>를 어두운 분위기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다. 여기까지 듣자마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은 팀 버튼이지만 이번 작품의 수장은 <퍼시픽림> <셰이프 오브 워터>의 기예르모 델 토로다. 투자에 난항을 겪으며 진행이 지지부진하던 프로젝트인데, 넷플릭스가 그린라이트를 보낸 덕분에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이완 맥그리거, 론 펄만,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다.



애플TV플러스


애플TV 플러스가 한국의 감독과 배우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2021년 한국 공식 론칭은 이제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미스터 로빈>(가제)

인기 웹툰인 <닥터 브레인>을 김지운 감독이 6부작 미니시리즈로 각색한다. 죽은 사람의 뇌에 접속해 정보를 읽어내는 천재 뇌과학자로 이선균이 캐스팅된 상태. 독특한 소재와 노련한 연출이 새로운 플랫폼 안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기대할 만하다.


<파친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이민 한국인의 가족사를 서술한다. 뉴욕타임즈가 2017년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던 장편 소설이 애플TV플러스에서 시리즈로 제작된다. 이민호, 윤여정, 진하, 미나미 카호 등의 다국적 캐스팅을 이끌 공동 연출자는 저스틴 전과 <콜럼버스>의 코고나다다.


<리시 이야기>

베스트셀러 작가인 남편 스콧은 리시 랜던에게 안전한 울타리이자 극복하기 힘든 그늘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광적인 독자 한 명이 스콧의 유고를 요구하며 리시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설명하기 힘든 미스터리한 사건이 이어지게 된다. 한 페이지 뒤를 짐작하기 힘들 만큼 거침 없이 진행되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재키>의 파블로 라라인이 8부작 미니시리즈로 각색한다. 줄리안 무어, 조안 알렌, 제니퍼 제이슨 리, 데인 드한 등 캐스팅도 든든하다.



디즈니 플러스


코로나의 시대에도 마블의 영웅들은 건재할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더욱 확장된 마블 유니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완다비전> <팔콘 앤 더 윈터 솔저> <로키> <호크아이>

디즈니 플러스로 인해 마블 유니버스는 더 넓고 복잡해졌다. 이제 극장용 장편뿐만 아니라 TV 시리즈로도 스핀오프 프로젝트들이 꾸준히 공개될 예정이다. 첫 테이프는 1월에 공개될 <완다비전>이 끊는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완다 막시모프와 폴 베타니의 비전이 클래식 시트콤 같은 안락한 일상 이면에 감춰진 비밀을 의심하게 된다. 3월과 5월에는 안소니 맥키와 세바스찬 스탠의 <팔콘 앤 더 윈터솔저>, 톰 히들스톤의 <로키>를 각각 만날 수 있다. 특히 안티 히어로가 타이틀롤을 맡은 후자의 경우,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 될 거라고. 마지막으로 2021년 말 론칭할 <호크아이>는 클린트 바턴(제레미 레너)에 이어 새로운 캐릭터인 케이트 비숍(헤일리 스타인펠트)이 2대 호크아이가 되는 과정을 그릴 전망이다.




HBO 맥스


워너는 2021년의 모든 작품을 극장과 HBO 맥스를 통해 동시에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OTT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리그>

2017년 작 <저스티스리그>의 제작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연출을 맡았던 잭 스나이더가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촬영 도중 하차하게 되자, 스튜디오는 조스 웨던을 구원 투수로 긴급 투입하게 된다. 완성된 영화는 비평과 흥행, 모든 면에서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종 편집 과정에서 스나이더가 촬영한 소스의 대부분이 누락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SNS에서는 ‘#스나이더컷을공개하라(#ReleaseTheSnyderCut)’는 해시태그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열심히 리트윗을 했던 팬들은 2021년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HBO 맥스가 잭 스나이더가 재촬영과 편집을 지휘한 새로운 <저스티스리그>를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2시간 남짓한 장편 영화가 아닌 에피소드 네 개 분량의 시리즈로 제작된다고 하니, 2017년과는 아예 다른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듄>

2020년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드니 빌뇌브의 <듄>은 결국 개봉 시기를 2021년으로 조정했다. 워너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SF 대작 역시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미래의 사막 행성에서 벌어지는 방대한 원작의 서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옮겨 오는가가 작품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티모시 살라메, 젠다야, 하비에르 바르뎀, 오스카 아이작 등 캐스팅의 면면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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