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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The Ride of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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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에 휘발유를 마음껏 태우며 마지막 로망을 만끽할 것인가? 아니면 충전 시간을 미리 생각하고 움직이는 전기차적 습관을 들일 것인가?

Writer 신동헌: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 자동차 전문 블로거 '까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언제나 같은 자세로 임하지 않는다. 집처럼 심사숙고해서 평생 쓸 각오로 장만하는 게 있는가 하면, 냉장고처럼 꽤 큰돈을 들여서 이리저리 꼼꼼히 따져 구입하더라도 언젠가는 거대한 쓰레기로 돈을 내고 버려야 하는 것도 있다. 똑같은 용도의 물건이라도 생산된 시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있는데, 카메라가 그렇다. 필름 카메라는 앞으로도 구입 가격과 비슷한 가격을 받거나 상황에 따라 더 비싼 가격에 되팔 수도 있지만, 디지털카메라라면 제아무리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1억 화소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쓰레기가 되어버릴 뿐이다. 우리에게 ‘자동차’란 오랫동안 집 다음으로 비싼 재화였다. 가족의 구성원처럼 여기기도 하고, 제 몸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귀’금속’이자 사회적으로 자기 자신을 꾸미는 가장 비싼 패션 소품이었다. 언제 어느 때나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다준 덕분에 자동차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로 ‘모토리제이션’이라는 인문학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발명된 지 100년 남짓한 물건을 위해 전 세계 어딜 가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도로가 포장되었다는 사실만 봐도 이 물건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


디젤게이트 이후 화석 연료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매우 고무될 만한 일이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자동차의 연료와 효율성에 대한 토론과 연구는 계속되어왔다. 1973년 10월에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나면서 닥친 오일 쇼크 때문에 원유 가격이 4배 이상 올라가면서 ‘연비’라는 단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자동차란 어차피 부유한 층이나 타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기름값이나 효율성에 대한 걱정이 없었지만, 자동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이후에도 1980년 이란 혁명으로 제2차 오일 쇼크가 발발하면서 기름을 적게 사용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왔다. 지금에야 전기차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같은 대안이 우리 주변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일 같지만, 사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를 구동하는 연료를 바꾼다는 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만 바꾸면 되는 게 아니라 석유화학 산업 구조 전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섬유, 전자, 화학 산업 등 석유를 정제함으로써 원료를 수급하는 수많은 산업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휘발유 수요가 줄면 그에 따라 석유화학 산업의 이윤 구조가 바뀔 것이고, 그로 인해 비료 가격이 상승하면 식재료 가격이 상승한다. 섬유 가격 상승으로 옷도 비싸지고,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휘발유 가격의 56%는 세금이 차지하는데 자동차 연료가 바뀐다면 그 세금은 전기나 수소에 부과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은 쓸모가 없어서 생산량도 적은 전기나 수소를 모든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자가 필요하니 가격이 떨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인 시각에서야 주유소 가는 대신 전기 콘센트 꼽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모두가 동시에 그렇게 하려면 사회적인 인프라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거시적인 시각을 갖지 않더라도 전기차를 타려면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 탱크가 텅 빈 상황에서도 길어야 5분이면 꽉 채울 수 있다. 그리고 휘발유 차라면 500km, 디젤 차라면 1000km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최소 한 시간 이상 걸려야 충전이 가능하다. 그래 봤자 달릴 수 있는 거리는 200~300km 남짓이다. 500km 이상 달릴 수 있다고 광고하는 전기차를 본 기억이 날 텐데, 그건 당신의 스마트폰을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광고 문구와 마찬가지다.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열선 시트 켜고, 오디오 켜고, 와이퍼도 몇 번 움직이다 보면 주행 가능 거리가 휙휙 줄어든다. 옆 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끼어들려고 할 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앞차와의 간격을 줄이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럴 때마다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가령 20km 거리의 약속 장소에 빨리 가야 하는데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15km뿐이라고 할 때, 내연기관 자동차는 5분 들여 기름을 보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기차를 탄다면 전화해서 “한 시간 늦을 것 같아” 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물론 그것도 가는 길에 충전소가 있을 경우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충전소가 한가해야 한다. 충전소에 줄이라도 서 있다면 당신은 약속 장소에 갈 수가 없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남자 고등학교 동창회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취업 면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기차 오너들은 전기차의 놀라운 점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낸다. 1년 동안 절약한 기름 값이 얼마라느니, 가속력이 너무 뛰어나서 스포츠카가 무섭지 않다느니, 엔진 오일을 교환할 필요가 없어서 유지비가 놀랍다느니 하는 것들. 지금까지 3대의 전기차를 2년 이상 보유하면서 경험해본 바에 따르면 모두 맞는 이야기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주행 거리 강박증에 대한 보상 심리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랑이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나 주행 거리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매일 밤 주차하는 곳에 충전기가 있다거나, 근무처 주차장에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전기차는 훌륭한 선택일 수 있다. 장거리 주행이 잦지 않고 출퇴근 위주로 사용한다면 현재의 주행 거리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주차 위치를 걱정해야 하는 주거 환경이라거나, 매일 돌아다니면서 근무하는 영업직 사원이라면 기름 값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를 구매했다가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거나 줄어드는 주행 가능 거리를 보면서 가슴 졸이다 심장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전기차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사용 환경을 요구하는 탈것인 반면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5분 만에 주행 거리를 완벽하게 리셋해서 사용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를 충전한 후 그걸 분해할 때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로 달리는 원리다. 휘발유 넣듯 수소를 충전하고, 전기차와 같은 구조를 이용해 달린다. 액화수소를 저장하는 탱크와 수소를 분해하는 연료전지 등의 중량물이 차체 안에 장착된다는 점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하지만 모터를 이용해 달리기 때문에 주행 특성은 전기차에 가깝다. 이미 국내에서도 판매 중이지만, 수소를 충전하는 인프라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연구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상용화’라는 문구는 사실상 사기에 가깝다. 소비자건 정부 관계자건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문구다.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궁극적으로 대체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다. 그러나 실용화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거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주유소를 수소 충전소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인류 사회 전반의 산업 구조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그 사이를 잇는 ‘전환기’ 역할을 맡는다. 골인 지점이 아니다. 물론 자동차를 교체하는 주기가 짧게는 2년, 길어도 10년 정도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전환기’에 최소 두 대 이상의 전기차는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대는 변한다. 50년 전의 제임스 본드는 영화 속에서 본드 걸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남자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나가봐”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본드는 그런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 살인면허를 반납하고 실업자 신세가 되어버릴 거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에 휘발유를 마음껏 태우며 마지막 로망을 만끽할지, 아니면 이동 거리와 충전 시간을 미리 생각하고 움직이는 습관을 들일지. 분명한 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전기차의 시대를 거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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