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찌그러진 캐리어, CRASH BAGGAGE

조회수 2018. 7. 31. 10: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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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가방을 산다고?

엄마가 알면 어디서 주워 왔냐고 뭐라 할 수도 있는 가방이 있다. 애초부터 찌그러진 가방 '크래쉬 배기지'다.

공항에서 출입국 검사를 통과한 뒤 짐을 찾으러 갈 때마다 작은 한숨을 쉬게 된다. 여기 치이고 저기 치여서 캐리어가 항상 찌그러진 채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되는 거, 아예 찌그러진 가방을 가지고 다니면 어떨까?


"새 캐리어를 살 때 가장 큰 걱정은 곧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이탈리아의 가방 브랜드 크래쉬 배기지(Crash Baggage)는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됐다.

크래쉬 배기지를 만든 프란체스코 파비아는 고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만든 티셔츠를 반 친구들에게 팔 정도로 학업에는 관심이 없지만 호기심 많고 수완이 좋은 학생이었다. 성인이 된 그는 어느 날, 공항에서 두 친구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그들의 걱정은, 거칠기 짝이 없는 공항 직원들 때문에 새로 산 캐리어가 망가지지나 않을까 하는 거였다.

그렇게 찌그러진 가방 ‘크래쉬 배기지’가 탄생하게 됐다. 실제로 크래쉬 배기지 제품들은 브랜드명 그대로 다 찌그러졌다. 그리고 해졌으며 더러운 상태다. 심지어 백팩과 토트백 등은 사람 많은 곳에 들고 나갔다가 여기저기 치여서 구겨진 듯한 모습이다. 이름도 솔직하다. ‘부딪친 가방(Bump Bag)’이다. 이 가방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치일수록, 어딘가에 부딪힐수록, 바닥에 굴러 더러워질수록 더 멋스러워진다.

이들의 모토도 골 때린다. ‘케어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건 한 가지다. 아무렇게나 해도 되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자유다. 어차피 망가진 캐리어니, 찌그러지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이들의 홈페이지엔 마치 전 세계 모든 소심한 여행자들에게 여행 계시록을 전파하듯 이렇게 적혀 있다.


'두려움 없이 여행하라, 캐리어 따윈 걱정하지 말고.'

이들이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게 있다면 환경이다. 곧 내다버려야 할 것 같은 외관이지만 이들은 오래 쓸 수 있고 내구성 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도 그럴 것이 크래쉬 배기지의 제품이 망가졌다고 내다버릴 수는 없지 않나. 프란체스코 파비아는 사람들이 캐리어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느긋하고 여유롭게 여행 그 자체를 즐기길 바란다. 자, 이제 ‘Fragile(깨지기 쉬움)’ 사인은 넣어둬라. 당신의 캐리어를 막 대할수록 삶은 더 즐거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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