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게임 NEOGEO mini

조회수 2019. 2. 18. 16:15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20세기 소년 소녀들의 현란했던 손동작을 떠올리며,
네오지오 미니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키가 140cm도 안 되던 시절부터 동전 몇 개만 생기면 오락실로 뛰었다. 세상에 이곳보다 더 즐거운 곳은 없을 것이라 굳게 믿은 채로. 하지만 중학교 입학 후 세상이 조금 달라졌다. 사람들은 오락실에서 일대일로 싸우는 대신, PC방에서 종족 간의 대결을 즐기기 시작했다. 조이스틱을 누르던 20세기 소년들은 하루아침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기는 21세기 소년들이 되었다.



추억, 390g 무게로 돌아오다

오락실 기계 외관을 본뜬 '네오지오 미니'를 보자마자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랐다. 전원을 켜기 전 기계를 손바닥 위에 올려봤다. 어린 시절을 쥐고 흔들었던 추억의 무게가 이렇게 가벼울 수 있다니. 400g이 채 안 되는 네오지오 미니에는 SNK가 엄선한 게임 40개가 들어 있다. 박스 패키지에 수록 게임 이미지를 빼곡히 채웠다.

네오지오 미니는 격투 게임 명가였던 SNK다운 라인업을 자랑한다. 우선, 오락실 키드에겐 바이블과 다름없는 킹 오브 파이터(이하 ‘킹오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994년 버전부터 2003년 버전까지 킹오파 시리즈만 무려 10개다. 우리 동네는 97, 98년도 버전이 대세였다. 그래서 다른 숫자가 붙은 킹오파를 플레이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네오지오 미니로 10년 치 킹오파를 섭렵하고 싶은 도전 욕구가 절로 일었다.

SNK의 또 다른 명작 격투 게임 '아랑전설'과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도 눈에 띈다. 격투 장르 이외 주목해야 할 게임은 '메탈슬러그' 시리즈다. 어렸을 때도 이 게임은 좀 다르다고 느꼈다. 다른 게임보다 완성도가 몇 단계는 높아 보였다. 하지만 쉽게 도전하지는 못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은 찰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동전이 많지 않았던 나는 쉬이 참전하지 못했다. 20여 년의 인생 경험치가 쌓인 지금이라면 전장 속으로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 괜히 자신감이 차올랐다.



네오지오 미니, 언제 어디서든

네오지오 미니의 후면엔 차례대로 HDMI, 이어폰·스피커 그리고 USB C타입 단자가 있다. 게임기 자체엔 내장 배터리가 따로 없다. 전원을 켜려면 USB C타입 단자를 활용해 충전 포트에 연결해야 한다. 언뜻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요즘엔 보조 배터리 한두 개는 필수품 아닌가. 샤오미 배터리만 있다면 고속버스, 기차, 비행기 어디서든 추억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START와 SELECT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옵션 화면으로 전환하는데, 고맙게도 한글이 지원된다. 화면 밝기, 사운드, 게임 정렬 등을 조정할 수 있다. 게임기 내장 스피커는 볼륨을 최대로 올려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일단, '킹오파 97'을 실행했다. NEOGEO 로고와 함께 나오는 익숙한 인트로 사운드가 추억을 자극했다. 오래전 오락실에서 숱하게 들었던 이 사운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좋았던 여러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감상도 잠시. ‘이오리’ ‘베니마루’ ‘테리’를 고르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는데도 필살기까지 척척. 손이 게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게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3~4개 코인(크레디트)을 제공한다. 돈 주고 게임기를 샀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플레이하다가는 끝판왕을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신 게임마다 4개의 세이브 슬롯을 지원한다. 한정된 코인이 부담된다면 세이브 기능을 시기적절하게 이용하면 된다.




즐거움은 더 크게 더 쉽게


네오지오 미니를 붙잡고 앉아 꽤 오래 게임을 즐겼다. 목덜미가 조금 뻐근했다. 과몰입한 탓만은 아니다. 네오지오 미니 액정 크기는 3.5인치다. 요즘 웬만한 스마트폰 액정보다 작다. 고개를 숙인 채 작은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눈이 피로해질 수밖에. 게임기 자체 컨트롤러도 성인 손가락으로 조작하기엔 다소 앙증맞다. 네오지오 미니는 이름 그대로 작다.

사소한 불편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우선 별도로 판매하는 게임패드를 꽂고, HDMI 케이블을 이용해 네오지오 미니를 TV에 연결했다. 3.5인치 액정 속 게임이 TV 스크린에 ‘짠’ 하고 나타났다. 50인치 TV일 뿐인데도, 아이맥스 영화를 처음 봤을 때처럼 전율을 느꼈다. 과장이 아니다. 추억의 힘은 강하다. 게임기를 외부 디스플레이에 연결한 후 설정 화면에 들어가면 비율 조절(4대3, 16대9)과 그래픽 최적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네오지오 미니를 즐기는 모습을 사진 찍어 여러 카톡방에 공유했다. 이 기계는 오락실 키드들이 간직한 제각각의 추억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옛날에 어떤 게임의 고수였다는 둥, 어떤 오락실을 휩쓸었다는 둥 확인할 수 없는 무용담이 쏟아졌다. 내친김에 오래된 친구 몇몇과 20여 년 전에 끝내지 못한 킹오파 승부를 곧 마무리 짓기로 했다. 오락실로 함께 달렸던 그 친구들이, 그 시절의 그 표정 그대로 네오지오 미니가 있는 우리 집으로 뛰어오는 상상을 했다.



Review by 조성준 : <매일경제> 기자, 철권보다 킹오파를 좋아했음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