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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기업 한방에 살린 '결정적 아이템'

조회수 2019. 10. 14. 14: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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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조성준: 경제신문 기자. 소소한 재테크에서 재미를 느낀다.



캡콤, 삼양식품, 휠라, MS는 어떻게 제2의 전성기를 맞았을까.


작년 ‘밀라노 패션위크’에 휠라가 화려하게 데뷔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재’ 브랜드로 인식됐던 휠라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 브랜드가 됐다. 잘나가던 게임회사 캡콤도 한때는 퇴물이라며 손가락질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갓콤’으로 불린다. 삼양식품, 마이크로소프트도 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위기의 기업을 한방에 살린 결정적 아이템을 분석해봤다.




캡콤을 ‘갓콤’으로 만든 몬스터 헌터

‘스트리트 파이터’, ‘던전 앤 드래곤’, ‘록맨’. 모두캡콤이 만든 게임들로 90년대 오락실을 주름잡았던 작품이다. 오락실 게임 강자 캡콤은 콘솔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콘솔용 게임 ‘바이오 하자드’, ‘데빌 메이 크라이’, ‘귀무자’ 시리즈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캡콤은 대놓고 상업적인 정책을 펼치며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캡콤이 2012년에 발매한 ‘아수라의 분노’는 유저의 분노를 유발했다. 엔딩 장면을 보려면 추가로 DLC(확장팩)를 사야 했기 때문이다. 캡콤은 지나칠 정도로 ‘현질’을 유도했다. 과거 게임을 ‘완전판’이라는 이름만 붙여 재탕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 유저들은 캡콤을 ‘돈콤’으로 부르며 비난했다. 캡콤 이미지는 추락했고, 한물 간 게임사로 취급받았다.


반전은 2018년이었다. 캡콤이 ‘몬스터 헌터:월드’를 들고 나왔다. ‘몬스터 헌터’ 다섯 번째 시리즈였다. 그동안 ‘몬스터 헌터’는 마니아들만 즐기는 진입 장벽 높은 게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몬스터 헌터:월드’는 모든 유저를 끌어안겠다는 듯 대변신을 이뤘다. 인터페이스는 친절해졌고, 그래픽은 이전 시리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했다. 그동안 유저들이 지적했던 단점도 대폭 반영해 개선했다. 이 게임은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 장이 팔렸다. 오직 ‘몬스터 헌터:월드’를 즐기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결과 작년 중순쯤 플스4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캡콤의 2018년 2분기 영업이익은 512억 원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550% 급증했다. 한때 ‘돈콤’으로 추락했던 캡콤은 결국 초심을 찾았다. 요즘엔 ‘갓콤’으로 불리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화끈하게 부활한 삼양식품

출처: www.samyangfoods.com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86시간이다.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2,000시간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린 고단하다. OECD에 가입한 나라 중 한국보다 일을 많이 하는 곳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뿐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과 여유도 부족한 우리에겐 그나마 매운 음식이 위로다. ‘엽떡’을 먹으며 땀을 흘리고, 닭발을 뜯으며 쿨피스로 입가심을 하고, 마라탕 맛집을 찾아다닌다. 매운 음식이 건강에 나쁜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법이다.


요즘 라면 업계에서 매운맛을 주도하는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최근 몇 년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얻은 인기는 신드롬 수준이다. 인기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 짜장 불닭볶음면, 마라 불닭볶음면 등등.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이 처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건 아니다. 매운 음식 마니아 사이에서 호평을 얻었을 뿐이었다. 조금씩 SNS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인기 유튜버들도 가세했다. 이젠 유튜브에 불닭볶음면 먹방 동영상만 100만 개가 넘는다. 2016년부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5년 삼양식품 영업이익은 69억에 불과했다. 1년 후인 2016년엔 253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는 433억, 2018년엔 522억을 기록했다. 주가도 화끈하게 올랐다. 2015년 2만 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8만 원 수준이다.




이젠 밀레니얼 세대 브랜드, 휠라

출처: FILA 공식 스토어

몇 년 전만 해도 휠라는 ‘힙’ 근처에도 못 가는 브랜드였다. 패션에 관심 없는 ‘아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물론 휠라에게도 영광의 시절은 있었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브랜드다. 스타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다. 한때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위세를 떨쳤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휠라는 50개 국가에 1만 개 육박하는 매장을 둔 거대한 브랜드였다. 하지만 급격히 상황이 나빠졌다. 스포츠 브랜드 경쟁이 심해지며 유럽에서 휠라 판매량이 급감했다. 휠라는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지주사는 휠라를 매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쓰러져가는 브랜드를 선뜻 인수하려는 기업은 없었다. 휠라의 한국 지사였던 휠라코리아가 나섰다. 2007년 휠라코리아는 본사를 사들였다. 꼬리가 몸통을 삼킨 셈이다.


휠라코리아가 휠라를 인수한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미 시장에서 휠라는 ‘중장년층 브랜드’로 굳어져 있었다. 매출은 하락했고 반등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변화는 2016년부터였다. 휠라는 모두 버리고 다시 태어나기로 한다. 우선 목표 소비자 연령대를 10~20대로 확 낮췄다. 휠라는 아디다스의 ‘스탠스미스’처럼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코트화 개발에 몰두했다. 그렇게 ‘코트디럭스’라는 제품이 탄생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코트디럭스’는 금세 10대들의 머스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경쟁 제품의 반값으로 책정된 가격도 흥행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 신발은 15개월 만에 100만 족 이상 팔렸다. 휠라는 승리에 취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복고 열풍에 주목했다. 휠라는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어글리 슈즈 ‘디스럽터2’를 1000족 한정 판매했다. 하루 만에 품절됐다. 휠라는 공식 판매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1,000만 족 이상을 팔아 치웠다. 작년 미국에서 ‘디스럽터2’는 올해의 신발로 뽑혔다. 휠라코리아는 2010년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주가는 꽤 오랫동안 1만 원대를 못 벗어났다. 지금은? 제법 조정을 받고도 6만 원이 넘는다. 휠라는 ‘뉴트로 트렌드’ 최고 수혜자가 아닐까.




‘구름’ 타고 귀환한 황제 마이크로소프트

출처: www.microsoft.com

21세기에 등장한 발명품 중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대다수는 스마트폰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했다. 그 이후 기술 발전 속도는 상상력을 뛰어넘었다. 스마트폰은 일상생활 리듬 자체를 바꿨다. 아이폰을 내세운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반면 웃지 못한 기업도 있었다. IT업계 황제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후퇴했다.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OS 시장을 나눠 먹고,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처럼 모바일 콘텐츠 강자들이 득세했다. 거기에 MS가 낄 틈은 없었다. MS도 2013년 노키아를 인수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긴 했다. 하지만 MS의 강점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였다. 3년 만에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 오랫동안 미국 시가총액 1위였던 MS는 2010년 애플에게 1위 자리를 뺏겼고, 구글에게도 추월당했다. 한때 왕좌의 자리에 있었던 MS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변화는 2016년부터였다. 신임 CEO 사티아 나델리는 ‘MS=윈도’라는 공식부터 부쉈다. 이미 PC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MS는 새 영역에 도전했다. 아마존이 꽉 잡고 있던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 MS는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와 자신들이 보유한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했다. MS는 아마존을 뒤쫓으며 클라우드 강자로 떠올랐고,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았다.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윈도라는 둥지에서 벗어난 MS는 현재 다시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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