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칵테일, 진토닉

조회수 2019. 7. 29. 16: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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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gin)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Writer 신현호 : 여행, 음식, 그릇에 관심이 많은 푸드 칼럼니스트. 부업은 회사원.

진(gin)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리쿼샵 한 쪽 싸구려 독주들과 나란히 놓였던 술이었지만 이제 프리미엄 진들과 크래프트 진들이 당당히 진열대를 차지하고 점차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요 몇 년 사이 증류소들은 그들 자신의 개성과 지역의 특징을 반영하는 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바텐더들도 이런 진을 베이스로 새로운 칵테일을 보여준다. 이제 어떤 도시에 가면 하나쯤 그 지역의 진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교토에 가서 키노비(季の美)로 만든 진토닉을, 뉴욕에서는 브루클린(Brooklyn) 진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생 조지(St. George) 진을, 포틀랜드에서는 에이비에이션(Aviation) 진을 찾아 마시는 것이다.

여행지마다 굳이 그 지역의 진을 맛봐야 할 정도로 다른가 싶은 의문이 든다면 아직 비피터나 봄베이 사파이어진 이상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진의 핵심은 다채로움이다. 진이라는 술을 만드는 것은 주정에 어떤 향을 어떻게 입히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증류의 과정으로 얻어진 주정 자체에는 별다른 맛과 향이 없다. 그래서 술을 만드는 사람에게 주정은 일종의 흰 캔버스 같은 것이다. 진은 그 캔버스 위에 수 십 가지의 재료를 조합해 복잡한 식물향을 그려내는 술이다. 


어디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헨드릭스(Hendrick's) 진만 해도 제조 과정에서 더해진 장미향과 오이의 향이 특징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이 향 덕분에 토닉과 함께 마시면 여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칵테일이 된다. 몽키47(Monkey) 진은 47가지의 허브와 식물을 추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무것도 섞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꽃 향과 시트러스 향, 젖은 이끼 또는 숲의 향기, 후추, 매캐한 생강 향, 산딸기, 솔잎 향이 입안에서 휘몰아친다. 얼음과 토닉워터를 넣고 진토닉을 만들면 이 모든 향들이 시간에 따라 서서히 전개된다. 마시는 동안 마치 서늘한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클래식한 진토닉은 진과 토닉 워터, 레몬이 들어가는 단순한 레시피이지만 진의 특징을 잘 드러내 주는 칵테일이다. 토닉 워터도 가니시도 진의 맛과 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조합이 가능하다. 여름에는 너무 쓴맛보다는 과일향, 꽃 향, 허브향이 지배적인 진들이 더 잘 어울린다. 과일향이나 꽃 향이라면 굳이 가니시로 레몬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과일향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어줄 블루베리나 산딸기와의 조합도 훌륭하다. 허브향과 복잡한 식물향이 포함된 진에는 토마토나 바질, 샐러리도 잘 어울린다. 어떤 토닉 워터를 쓰는지도 역시 중요하다. 쓴맛을 줄이고 진의 식물향을 즐기고 싶다면 피코크의 토닉워터도 나쁘지 않다. 단맛과 쓴맛의 균형, 탄산의 강도를 생각하면 피버 트리 (Fever Tree) 토닉이 여름 칵테일에 가장 잘 어울린다.







추천 플레이스

런던 진 클럽 (The London Gin Club)

런던에 간다면 들러볼 만한 곳. 다양한 진을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진의 향과 특징에 따른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긴 테이스팅 키트를 사서 직접 시음해볼 수도 있다. 


+ 위치 : 22 Great Chapel St, Soho, London 

+ 홈페이지 : thelondonginclub.com



서울 연남동 허니 홀 (Honey Hole)

주기적으로 바뀌는 창작 칵테일로 알려진 곳이지만 다양한 진으로도 유명하다. 자리에 앉으면 바로 백바(backbar)에 놓인 수 십 가지의 다른 진들의 라벨이 눈에 들어온다. 대략 70여 가지 다른 종류의 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 위치 : 서울 마포구 동교로 39길 4-8 

+ 문의 : 02-335-2046



서울 청담동 화이트바 (White Bar)

보통 화이트 스피릿은 보드카나 진, 럼과 같은 무색의 증류주들을 의미한다. 이런 화이트 스피릿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바. 이곳 역시 70여 가지의 다양한 진을 맛볼 수 있다. 게다가 토닉 워터도 10가지나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둘의 무궁무진한 조합을 경험할 수 있는 곳. 


+ 위치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80길 30 

+ 문의 : 02-6207-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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