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웨어의 즐거움

조회수 2019. 7. 15.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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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용 작업복이 트렌드가 된 이유

Writer 박세진 : 패션과 옷에 대해 쓰는 칼럼니스트, <패션 vs 패션>의 저자.



dior_alyx : 디올 옴므와 알릭스 스튜디오 콜라보. 산업 현장의 세이프티 벨트를 가방끈, 벨트 등에 활용


스포츠 웨어, 애슬레저, 아웃도어 웨어와 함께 패션 트렌드에서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기 시작한 분야로 워크웨어가 있다. 워크웨어라는 건 말 그대로 작업복이다. 예컨대 농부, 공장이나 건설 현장, 벌목공, 정원사 등이 입던 옷을 말한다. 사실 이 옷들은 요즘 실제로 사용하는 작업복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그보다는 20세기 초 중반까지 입던 작업복의 복각 혹은 현대화 버전에 가깝다. 


이런 워크웨어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칼하트나 디키즈처럼 오래되고 일상복으로 이미 넓은 저변을 가진 브랜드도 있다. 또 엔지니어드 가먼츠나 사사프라스 같은 빈티지 복각 기반의 워크웨어 브랜드도 있다. 그런가 하면 디올 옴므나 루이 비통 같은 하이패션 브랜드에서도 도로 공사용 작업복이나 세이프티 벨트 같은 워크웨어 기반의 제품을 볼 수 있다.

drmartens : 닥터마틴의 부츠는 원래 공장 노동자용 안전화였다.


사실 워크웨어는 애초에 만들어진 이유가 작업의 효율성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즉 편안한 핏과 기능성을 중심으로 하고 그렇기 때문에 몸은 감춰지고 투박하게 보인다. 이런 모습은 보통 패셔너블하다고 말해지던 것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워크웨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패션의 메인스트림으로 들어가고 이유와 같다. 예컨대 패션은 광고에서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 왔다. 그렇게 만들어 가지 못하면 자기 관리에 소홀하고 게으른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인종 다양성, 문화 다양성, LGBTQ 등 성별 구분에 대한 의문, 남녀 역할에 대한 의문 속에서 기존에 패션이 멋지다고 말해온 것들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각자의 착장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는 법이고 겉모습을 보고 자세한 내막을 알 방법은 없다. 워크웨어의 무뚝뚝한 모습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같은 데 주목하지 말라는 신호다. 


또한 그동안 하이패션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일상복과의 괴리가 커졌다. 그러다 보니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옷, 행동을 제약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패션도 많아졌다. 또한 포멀 웨어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테일러드 슈트를 입는 건 물론 즐거운 경험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보다 집중하는 삶 역시 즐거운 인생이다. 불편한 옷을, 왜 멋지다는 건지도 잘 모르겠는데 트렌디하게 살아보겠다고 입어야 하는 걸까.



supreme_levis : 슈프림과 리바이스의 콜라보 커버올
carhartt : 칼하트의 덕 초어 재킷, heron_preston : 헤론 프레스톤의 소방복 재킷


워크웨어는 군더더기가 없다. 억지로 꾸민 장식과 부자재는 비능률적이고 심지어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이런 식으로 워크웨어는 보다 원초적인 옷의 역할과 가치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 자체가 패션이 되었다. 기능성과 견고함, 오랜 시절을 거치며 옷에 남겨져 있는 지혜와 역사가 곧 패셔너블함이다. 


사실 이런 거창한 생각을 떠나 워크웨어가 지니고 있는 단순함, 튼튼함, 견고함은 일단 옷장에 들어와 삶의 도구가 된 순간부터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낼 수 있도록 해 준다. 하나같이 수명이 길고 무심하게 입고 다닐수록 삶의 흔적을 남기며 점점 더 근사해진다. 트렌드에 조급해 하며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던 시절을 치워버리고 자기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데 매우 적합하다. 


장점을 덧붙이자면 지속 가능한 패션에도 도움이 된다. 불필요한 부자재 같은 게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튼튼한 옷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친환경성은 워크웨어를 사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입는 데서 온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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