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낮과 밤

조회수 2019. 7. 15. 16: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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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공평하게 즐거운 여행지

Writer 정준화 : 디지털 기획자. 틈나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쓴다.



같은 곳에 간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여행을 하는 건 아니다. 관심사나 성향, 예산의 규모, 혹은 (슬프게도) 체력의 수준에 따라 경험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다소 이른 여름 휴가를 치앙마이에서 보냈다. 어떤 사람들은 ‘디지털 노매드의 성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 도시를 방문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는 밤이 깊어질수록 활기를 띠는 야시장이나 풍미가 강한 태국 북부 음식인 란나 푸드에서 떠나온 보람을 찾게 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는 아니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고, 하나의 도시를 알아가는 방법은 한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만큼이나 다양하다. 


내가 겪은 치앙마이는 낮과 밤이 공평하게 즐거운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카페와 바가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문득 돌이켜 보니 이번 여행 중에는 단 한 번도 스타벅스에 들르지 않았다.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익숙하고 쾌적한 서비스보다 로컬숍의 낯선 개성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낮의 무더위가 수그러든 뒤에는 라이브 연주나 디제잉이 늦게까지 이어지는 재즈 클럽과 바를 차례대로 순례했다. 술보다는 낙천적인 열기와 여유로운 분위기에 취한 밤들이었다. 치앙마이의 정수라는 게 있다면, 내가 그걸 제대로 경험하고 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선택한 여행이 꽤 마음에 들었다. 


기억할 만한 휴식을 제공해준 치앙마이의 스폿 몇 곳을 소개한다. 모두를 위한 정답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통과 전통

DAY 퐁가네스 커피 로스터스


퐁가네스 커피 로스터스의 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의 액자가 걸려 있다. ‘영감을 주는 인용문은 필요 없다. 내게 필요한 건 커피다.’ 무뚝뚝한 유머 감각의 인테리어가 오너의 성향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제공되는 메뉴들도 색다른 플레이팅이나 레시피로 재미를 주기 보다 신선한 원두의 향과 맛에 꾸밈없이 집중하는 편이다. 진하고 고소한 플랫화이트의 인기가 특히 높다. 


+ 페이스북 : www.facebook.com/ponganesespressobar

NIGHT 노스게이트 재즈 코업

노스게이트 재즈 코업은 치앙마이의 재즈 클럽 중에서도 유독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이다. 그만큼 공연의 수준이 고르게 높고 공간을 채우는 활기도 특별하다. 아마추어 뮤지션들도 자유롭게 참여 가능한 잼 세션이 펼쳐지는 매주 화요일에는 특히 많은 관객이 몰린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불분명한 오붓한 구조, 스스럼없는 인사가 오고 가는 친근한 분위기, 더위를 식히는 맥주 등등이 이국에서의 밤을 흡족하게 만들어준다. 


+ 페이스북 : www.facebook.com/northgate.jazzcoop




젊은 실험

DAY 리스트레토

리스트레토는 세계 라테 아트 챔피언십 수상 경력의 오너가 운영 중인 공간이다. 화려한 플레이팅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선을 사로잡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반적인 콘셉트가 산들거리는 시티팝보다는 강렬한 하드록에 가깝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살얼음이 곁들여진 마키아토는 해골 문양이 부조로 새겨진 유리잔에, 달콤한 사케라토는 네 개의 시험관에 나눠 담아서 내놓는 식이다. 풍미가 진한 편이라 무더운 한낮에 마시면 카페인의 은총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기운을 바짝 끌어올릴 수 있다. 


+ 홈페이지 : www.ristr8to-coffee-chiangmai.com



NIGHT 타패 이스트

나이트 바자와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타패 이스트도 흥미로운 연주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스탠더드 재즈나 퓨전 재즈부터 블루스나 록까지, 여러 장르를 융통성 있게 포용한다. 치앙마이에서는 드물게도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 공연장 겸 바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이라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장점이다. 


+ 페이스북 : www.facebook.com/ThapaeEast


힙스터 필수 코스



DAY 그래프 카페

올드타운에 위치한 아담한 카페인 그래프는 칵테일처럼 다양한 재료를 창의적으로 배합한 커피 메뉴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인 모노크롬은 에스프레스, 바닐라, 우유, 그리고 숯가루의 조합이다. 내가 선택한 ‘보이 위드 걸프렌드’는 라임이 든 탄산수에 유기농 설탕을 한 숟가락 넣고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음료였다. 진열대를 채운 필름 카메라와 LP 특유의 소음의 섞인 음악까지, 킨포크 매거진의 한 페이지 같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담스러운 겉멋은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다. 


+ 페이스북 : www.facebook.com/graphcafe.chiangmai

NIGHT 노파부리 바

날이 저문 뒤에 올드타운 남쪽으로 이동하면 노파부리 바에서 알코올이 들어간 진짜 칵테일을 즐길 수도 있다. 인테리어는 세련되면서도 적당히 편안한 느낌이고 현지의 재료를 활용한 독창적인 메뉴들이 꽤나 만족스럽다. 디제잉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밤에는 파티 분위기가 요란하지 않게 무르익기도 한다. 


+ 페이스북 : www.facebook.com/Nophaburi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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