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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차트가 사라질 때.

조회수 2020. 12. 3. 14: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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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음원 차트는 여전히 유효할까. AI시대에 인기 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Writer 조진혁 : <아레나옴므플러스> 피처 에디터이자 테크 제품 전문가.


언젠가부터 유행가를 안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음원 차트 상위곡. 사실 음원 차트 상위에 있다고 해서 유행가가 될 수는 없다. 말그대로 유행해야 한다. 서너시간 반짝 상위권에 있다가 사라지는 곡들도 많다. 처음 듣는 가수의 처음 듣는 노래가 음원 차트 1위를 점령하면, 나만 과거에서 온 사람이 된 것 같다. 불편한 마음에 차트 인기곡은 안 듣기 시작한 게 몇 년이다. 아저씨가 되어서 음원차트와 멀어진 것은 아니고.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음원 스트리밍 앱의 큐레이팅이 아닐까 싶다. 음악 앱은 첫 화면에서부터 내 취향에 맞는 음악들을 선곡해준다. 내 귀에 맞는 노래들만 듣다 보니 굳이 새로운 음악에 몸을 맡기지 않는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곡, 그와 비슷한 곡을 제시한다. 여기에 길들여지면 새로운 사운드가 쉽게 적응 안된다. 새로운 음악은 낯설어서 더 안 듣게 되고, 그러다 보니 차트 인기곡들과는 거리 두게 됐다. 내가 안 듣는다고 해서 남들도 안 듣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기 순위라는 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과거와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시간 차트가 사라진다

완전히는 아니고 조금 사라졌다. 음원 차트 말이다. 최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이 새로운 차트 서비스를 공개했다.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음원 제목 옆에 표시되던 순위와 순위 등락 표시가 사라진다. 순위 경쟁에 대한 몰입도를 낮추고, 이용자들이 보다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시간 마다 집계하던 차트도 24시간 기준으로 변경된다고 한다. 차트 순위가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차트를 없앴건 멜론이 처음은 아니다. 네이버 바이브와 SK텔레콤의 플로는 지난 해 실시간 차트를 없앴다. 음원 사재기나, 차트 줄 세우기 등 음원 차트가 사회 문제로 이어져 과감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맞춤 서비스에 길들여지다


실시간 차트가 사라진 이유는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 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과거 차트는 인기 지표였다. 이용자들은 대중적인 순위에 자신의 취향을 맞추어야 했다면, 이제는 플랫폼이 이용자의 세세한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 가장 많이 재생되는 음악은 옵션으로 제공하면 된다. 수많은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면 된다는 거다. 유튜브 뮤직앱만 열어도 가장 상위에 표시되는 건 다시 듣기 목록이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음악들, 내 취향에 맞는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가장 먼저 표시된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플레이 리스트들이 나온다. 인기차트는 하단 어딘가에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맞춤형 서비스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다채로운 플레이리스트와 내 취향에 맞는 곡이 제공되는 것은 당연한 기능이다.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취향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애플 뮤직은 라디오를 운영한다. 장르, 분위기, 큐레이터에 따라 세심하게 구성됐다. 프랭크 오션이 추천한 음악, 더 위켄드가 추천한 음악 등 흥미를 돋우는 채널들이 많다. 주목할 점은 취향이다. 더 위켄드가 추천한 플레이리스트에는 그의 취향이 담겨있다. 애플 뮤직은 취향 공유를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지도 모르겠다. 뭐 굳이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더라도 애플뮤직 사용자인 친구들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받는 것도 좋겠다. 친구를 잘 안다고 해도 그의 음악 취향은 모르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물론 똑똑한 애플은 사용자에게 맞는 취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앱 하단의 ‘For You’탭을 누르면 애플뮤직이 분석한 내 취향에 맞는 곡들을 제시한다. 세상이 이렇게 편리해졌다. 검색하지 않아도, 일부러 찾지 않아도 보고 들을 거리가 눈앞에 나열된다. 그런점에서 차트란 것이 꼭 필요할까?


차트가 중요해?




기준은 필요하다. 인기 순위는 그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상징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20년 5월 넷째 주에 사람들은 이런 노래를 들었구나. 반추하는 정도가 될 거다. 더 큰 투자를 필요로 하는 화려한 무대, 비주얼, 스타일 등 음악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도 순위는 중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을 운집시킬 수 있는 공연을 위해서도 순위는 필요하다. 그 외의 다른 이유는 찾기 어렵다. 때로는 강한 화력을 지닌 팬덤에 의해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하는 경우도 있고, 전혀 모르는 가수가 느닷없이 1위를 하기도 한다. 음악 방송에서는 팬덤의 영향력이 더 크다. 그들만의 차트처럼 느껴진다. 차트는 위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중요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러니 플레이리스트 중에서도 ‘드라이브할 때 듣기 좋은 곡들’과 ‘출근할 때 듣기 좋은 노래들’에 밀리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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