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런던 쇼디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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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신현호 : 여행, 음식, 그릇에 관심이 많은 푸드 칼럼니스트. 부업은 회사원.
쇼디치(Shoreditch)가 속해 있는 런던의 이스트 엔드(East End)는 한 때 꽤 위험한 곳으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주말 저녁에는 시끄러운 취객들로 가득하고 여전히 자잘한 길거리 싸움이 벌어지는 동네입니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에이스 호텔과 흥미로운 상점들과 갤러리, 가스트로 펍과 클럽, 그리고 스타트업 기업들이 모여 있는 런던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마치 뉴욕 브룩클린과 샌프란시스코 소마(SOMA, South of Market)를 6:4 정도의 비율로 섞어 놓은 것 같습니다.
런던 정도 되는 대도시에는 더 이상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곳이란 없습니다. 하지만 명동과 연남동이 전혀 다른 것처럼 쇼디치는 런던의 다른 관광지와는 분명 다른 느낌입니다. 전세계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거대한 도시 안에서 또 다른 작은 도시를 만나는 느낌은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르로이 (Leroy)
모든 런던 사람들이 오래된 펍에서 피쉬 앤 칩스에 미지근한 에일 맥주를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쇼디치에서는 (다른 나라의 힙스터들처럼) 아보카도 토스트에 크래프트 맥주와 내츄럴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르로이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지만 거들먹거리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가 이 동네와 어울리는 곳입니다. 흰색 테이블보가 놓인 테이블에서 잘 차려 입고 테이스팅 메뉴를 즐기는 곳이라기보다는, 첫번째 데이트 상대와 어깨가 닿는 바에 앉아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친밀함을 쌓아가기에 더 적당한 곳입니다. 르로이의 메뉴판은 작은 종이 한 장이지만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부터 해산물, 영국식 묵직한 고기 요리까지 다양한 범위를 아우릅니다.
+ 위치 : 18 Phipp St, Hackney, London EC2A 4NU 영국
씨티 스파이스 (City Spice)
브릭 레인(Brick Lane) 거리는 이미 충분히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주말에 열리는 마켓은 여전히 중고 가구나 골동품, 유니클로에는 영원히 입고되지 않을 것 같은 특이한 빈티지 옷을 사러 오는 런던의 젊은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그려진 그래피티가 이곳의 표지판입니다. 벽화의 예술가 뱅크시(Banksy)도 여기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브릭 레인의 별명은 커리 마일(curry mile)입니다. 이 지역에 자리 잡은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이 만든 인도 레스토랑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사람들은 인도 음식을 자신들의 전통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씨티 스파이스는 인도 북부의 무굴 요리부터 벵갈리 요리까지 다양한 인도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작은 그릇에 담긴 탈리(Thali) 요리는 한국의 반찬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 위치 : 138 Brick Ln, Spitalfields, London E1 6RU 영국
컬페퍼 (Culpepper) 루프 가든
변덕스러운 런던의 날씨가 허락한다면 초저녁 루프탑에 올라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도심의 풍경은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야 제대로 볼 수 있으니까요. 옥상이 꾸며진 정원에서 초저녁 마천루 사이로 지는 해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기분은 특별합니다. 쇼디치도 다른 번화가들이 이미 지나온 흥망성쇠를 비슷하게 겪게 될 것입니다. 거킨 타워 (Gherkin Tower)와 마천루들이 마치 진격해오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거인들처럼 보입니다. 이 거인들이 이곳을 세련된 폐허로 만들기 직전 풍경의 마지막 목격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위치 : 40 Commercial St, Spitalfields, London E1 6LP 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