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애플

조회수 2020. 2. 10. 11: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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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도 사과 로고가 나오네?

애플 제품은 매끈한 디자인과 쓰임새 때문에 많은 영화와 TV 시리즈에 등장한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애플의 영리한 미디어 플레이 때문이지만, 그 등장이 극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딱히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그 몇 가지 사례를 모아봤다.


<미션 임파서블>, 1996 , 파워북 G3

지난 2018년 9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이날 공개될 애플 워치 4세대를 위해 애플은 재밌는 이벤트를 준비한다. 발표장 내에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이 흐르고, 한 여직원이 은색 트렁크를 들고 산과 들을 건너 팀 쿡에게 트렁크를 건넨다. 물론 그 안에는 애플 워치가 들어 있었다. 신제품을 위한 작은 이벤트였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애플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 관계의 시작은 1996년. 당시 애플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96년은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컴백하기 전이었고(그는 97년 애플로 컴백한다), 회사 상황은 한 해 순손실이 8억6700만 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당시 애플의 마케팅 담당은 작은 자구책 중 하나로 영화에 애플 제품을 등장시키기로 하는데 그 영화가 첩보 액션물의 대명사가 된 <미션 임파서블> 1편이다. 1편에서 톰 크루즈와 그의 동료가 사용하는 노트북은 모두 애플의 파워북 시리즈인데, 애플은 이 영화를 위해 많은 지원을 했다고 알려졌다. 자사의 제품을 지원한 것은 물론, 영화 촬영을 위해 본사 건물을 빌려줄 정도였다. 애플과 미션 임파서블의 돈독한 관계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데 2011년 개봉한 시리즈 4번째 작품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는 맥북에어와 아이패드가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섹스앤더시티>, 1998-2004, 맥북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는 수많은 상품을 유행시켰다. 마놀로 블라닉, 발레리나 스커트, 뉴욕의 들뜬 공기, 그리고 맥북. 섹스 칼럼니스트 캐리 브래드쇼는 맥북 앞에서 손톱을 손질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뉴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관계에 대한 칼럼을 써내려 간 것은 물론이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드라마의 주인공 옆에 항상 놓여있던 맥북이 ‘힙 아이템’으로 등극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금발이 너무해>, 2001, 아이북 G3

완벽한 금발 미녀 리즈 위더스푼이 하버드 법대에 진학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하게 그린 <금발이 너무해>.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유머를 가진 수작이다. 극 중 모두가 좋아하는 인기인으로 등장하는 리즈 위더스푼은 남자 친구에게 차이고 이렇게 말한다. “난 너한테 항상 부족한 사람이었지(I’m never gonna be good enough for you, am I)”. 그리고 곧바로 아이북을 사러 가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줬다. 극 중 위더스푼이 산 아이북 G3는 조개껍질을 닮은 외관 때문에 한국에서는 ‘조개북’으로 불리기도 했다. 블루와 오렌지 컬러 등 여러 가지 색깔은 물론, 무선 인터넷 확장 기능을 가진 첫 번째 애플 제품이기도 했다.


<데스노트>, 2003, 파워맥 G4

만화의 큰 히트로 인해 애니메이션과 영화로도 제작됐던 인기작 <데스노트>. 이름을 쓰면 특정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노트를 두고 두 주인공의 두뇌 싸움을 그렸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L의 PC로 등장하는 것이 파워맥 G4다. 주인공 L은 독특하게도 아무 것도 없는 바닥에 맥을 두고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 자체가 L이라는 캐릭터의 독특함을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작품의 곳곳에 맥이 등장하는 걸로 보아 작가가 애플 제품을 꽤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파워맥 G4는 클래식 맥 OS를 단독으로 부팅할 수 있는 마지막 기종이었다. 최근까지도 QuarkXpress(맥용 인쇄물 편집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인쇄소가 많았기 때문에 중고품이 꽤 오랫동안 고가에 거래됐다고 전해진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아이맥 G5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패션계와 패션 에디터라는 직종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라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유명 패션지 편집장 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비서 앤 해서웨이를 통해 뉴요커와 패션계의 모습을 그렸다. 이 화려해 보이는 세계를 그리는 데 애플 제품이 빠질 수 없다. 앤 해서웨이의 엄청난 업무량에 함께 하는 PC는 아이맥 G5. G5는 지난 애플의 일체형 제품들과 달리 네모난 화면, 화면을 지탱하는 알루미늄 받침대만 가져 심플한 외관을 자랑한다. 이는 현재도 팔리고 있는 아이맥 디자인의 원형이 됐다.


G5 모델은 애플이 프로세서 플랫폼을 Power PC에서 인텔로 옮긴 최초의 PC기도 하다. 이 제품 이후 맥 시리즈는 모두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성능도 올라갔다. 디자인만큼 성능에서도 큰 변화를 이룬 것이 바로 이 G5 모델이었다.

참고로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반짝이는 맥북 프로를 사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6, 애플 스토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내에서도 명작으로 인정 받는 작품이 윈터 솔져다.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를 동시에 잡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퓨리가 건넨 USB를 들고 도망치는 캡틴 솔져와 블랙 위도우. 추적을 피하기 위해 그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애플 스토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꽤나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가진 애플 스토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블록버스터에 애플 제품은 물론이고 애플 스토어까지 근 1분 가까이 등장한 셈이다. 애플이 누린 광고 효과를 산출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서치>, 2017



우리가 흔히 PPL이라고 부르는 홍보 활동은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 억지로 구겨 넣은 홍보 장면들은 극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거나,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제일 훌륭한 홍보 활동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미디어가 그 제품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일 지도 모른다. <서치>가 대표적인 예다.

<서치>는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딸의 SNS와 스마트폰, 맥북을 뒤지는 아빠의 눈물 겨운 스토리이자, 애플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영화다. 전화, 페이스타임(영상통화), 메시지, 사진, 캘린더 등 아이폰에서 하는 대부분의 작업을 맥북에서 할 수 있는 애플의 강력한 동기화 기능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검색 기능, 미리보기 기능 등 맥북만의 장점이 충분히 드러난다. 극의 재미를 전혀 놓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도 이 영화를 본 뒤 맥북을 구입한 친구가 두 명 있다. 잘 만든 홍보 영상 아니냐고? 그렇게 보이기 십상이지만 애플이 이 영화를 지원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니, 사실 이 영화는 첨단 IT 기기를 이용해 딸을 찾는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애플의 지원이 아니라 해도 이 영화를 어떻게든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애플이 제작비 전액을 지원했다 해도 아깝지 않은 영화긴 하지만.




<그레이스 앤 프랭키>, 2015-현재

넷플릭스에는 근사한 드라마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젊은 청춘남녀가 아닌, 70대 노인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드라마기 때문이다. 왠지 고리타분하고 시시할 것 같지만, 아니다. 잘 짜여진 스토리 덕분에 미국에서는 현재 시즌 6가 방영되고 있다. 주인공인 제인 폰다와 그 친구들은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다소 어려워 하는) 아이폰과 맥북을 참 잘 사용한다. 사실 애플 제품의 특징인 높은 직관성은 IT에 취약한 아이들이나 노년들에게 더 편리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희끗한 머리칼을 가진 주인공들이 맥북을 사용하는 모습은 상당히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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