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삶을 뒤바꿔 놓은 돼지, 에스더

조회수 2019. 1. 2.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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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돼지 에스더>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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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개나 고양이가 반려동물에 포함되기 때문에 돼지를 가족처럼 각별히 생각하지 않으면 돼지는 그저 가축이나 동물이 된다. 누군가 집에서 돼지를 키운다고 하면 '그게 가능해?'라는 반응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걱정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동물애호가인 나도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진 같은 생각을 했다.

"이런, 우리 집에 돼지가 있네.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대단한 돼지 에스더>의 반려인 스티브는 미니돼지라는 말만 들어도 설레하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또다른 등장인물 데릭은 동물과 반려동물을 구분한다. 그러니까 그에게 사랑할 수 있는 건 '반려동물' 뿐이다. 


데릭이 마음 속에서 돼지도 반려동물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처음엔 자신이 돼지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부정하지만, 이후 데릭은 자신이 돼지에 입덕(?)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기 돼지 에스더가 데릭의 품에서 꿀꿀 하고 애교를 부리는 그 순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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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망치고, 또 구원하는 돼지 에스더

돼지와 함께 산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미니돼지라면 몰라도...) 그렇기에 이 책은 돼지를 입양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완독 후에는 '역시 돼지는 안 되겠어...'라고 확신할지도 모르겠다.


돼지는 개나 고양이와 달라서 배변 교육이 쉽지 않고 탱크가 지나가는 듯한 데시벨로 울부짓는다. 돼지 에스더 역시 다르지 않아서 온 집안을 오줌으로 도배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더는 정말 사랑스럽다. 두 아빠 스티브와 데릭이 에스더 때문에 휴가를 가지 못하는 일이 있어도 그들은 에스더를 매우 아끼고 사랑한다. 더불어 에스더는 두 아빠의 삶을 완전히 뒤바꾼다.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던 두 남자는 에스더를 만난 뒤 동물을 구조하고 보살피는 활동가가 되었다. 게다가 채식주의자로 변하기 까지 했다. 에스더는 그들의 삶을 망치면서도 동시에 구원하는 대단한 돼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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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옥자'(Okja, 2017)가 떠올랐다. 육류가 될 운명을 타고난 슈퍼 돼지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미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욕심 가득한 글로벌 기업에 의해 옥자가 잡혀가고 미자는 옥자를 구출하러 떠난다. 영화 속에서는 직접적이진 않아도 돼지를 도살하는 장면이 잔인하게 묘사된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이 느껴졌고 동시에 영화 자체에도 약간의 거부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스티브는 에스더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에스더의 일상 사진과 채식 레시피를 올렸다. 페이지는 순식간에 약 140만 명의 팔로워를 얻었다. 팔로워들은 에스더 페이지를 통해 채식주의자로 변했고, 이를 '에스더 효과'라고 불렀다. 에스더 효과가 특정한 사상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들은 에스더 페이지의 게시글을 통해 에스더와 돼지고기를 연결시켰고,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채식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참 따뜻한 움직임이다. 


나비 효과처럼 에스더라는 귀여운 돼지 한 마리가 수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았다. 생명은 그런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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