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 묶여 버려진 은동이 이야기

조회수 2020. 12. 8.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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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은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며칠째 날씨가 무척 춥네요. 문득 6년 전에 주인이 이사하면서 폐가에 묶어놓은 채 버려진 개 은동이가 생각이 납니다.


은동이는 2014년 1월 날씨가 몹시 추웠고 그날 따라 진눈개비가 무척 많이 내리던 날 구조했던 강아지입니다.

당시 한 포털 사이트에 이런 사연이 올라왔어요. 어떤 분이 등산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폐가가 많이 몰려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고, 그곳에 강아지 한 마리가 묶여있는데 앞에 사료도 없고 물도 없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그 강아지를 책임질 수 없어서 그냥 왔는데 누가 구해주실 분이 있으면 구해달라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사연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주인이 버리고 간 빈 집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묶여있는 그 강아지를 생각하니 정말 한달음에 가서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글을 쓴 분을 물어물어 알아내서 그 장소의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그리고는 내비게이션을 찍고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가는 길에 진눈깨비가 어찌나 많이 내리던지 날씨가 더욱 을씨년스러웠어요.


가면서 내내 "가엾은 강아지야.. 내가 갈 때까지만 무사히 잘 있어 다오." 그런 마음으로 차를 몰고 그곳을 향했습니다.


제보자가 알려준 주소를 내비를 찍고 가는데 제대로 주소를 찾지 못하고 계속 엉뚱한 곳을 가게 되더군요.


도심의 건물들 같은 경우는 내비가 정확히 찾지만 시골의 외딴 곳은 내비가 잘 못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30분 이상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정말 우연히 폐가에 묶여있는 그 강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도 이렇게나 반가웠는데 이 녀석은 얼마나 반가워했을까요? 저를 간절히 쳐다보는 이 강아지의 눈망울을 보니 가슴이 찌릿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왜 이제야 오셨어요. 너무 힘들고 배고팠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옆에 물그릇이 하나 있긴 한데 물이 땡땡 얼어있고, 강아지는 노끈에 묶여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방치를 해놓을 수가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굶었을지도 모를 강아지에게 준비해간 먹을 것을 챙겨주었습니다.

혹시라도 허겁지겁 먹다가 체할까봐 잘게 잘라서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강아지는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였습니다. 보시다시피 너무도 오랫동안 방치를 하고 관리를 안 한 모습이었어요.

아마도 재개발 지역인듯한 이곳에 주인이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개가 분명하지만,


그냥 데리고 갔다가 나중에 불필요한 시비가 붙을 것 같아,


대문 앞에 "이 강아지가 너무 춥고 배고픈 것 같아 데리고 가서 먹을 것을 먹이니 혹시라도 주인이 있으면 연락하시라" 고 글을 써서 붙였습니다.


정말 나중에 연락이 오면 동물학대죄로 신고라도 하고픈 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강아지를 데리고 평소 다니던 팅커벨 협력 동물병원으로 와서 검진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심장사상충 등 다른 질병은 없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관리를 안 한 탓에 눈에 안충이 잔뜩 끼어 있었습니다.


안충은 눈에 사는 벌레인데 아주 가는 실지렁이 같이 생겼습니다. 그런 안충을 12마리나 눈에서 뽑아낸 거였어요.


이제 이 강아지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곳에서의 휴식과 충분한 먹을 것, 그리고 보살펴줄 좋은 마음씨의 주인이었습니다.


건강검진을 마친 강아지를 미용을 말끔하게 시켰습니다. 털이 너무 심하게 엉켜서 좀 더 예쁘게 잘라주고 싶었는데 빡빡 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강아지에게는 우리 팅커벨 프로젝트 회원들의 공모로 은혜로운 아이라는 뜻의 '은동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주인을 만나서 입양갈 때까지 임시보호를 하게 되었어요.


우리 회원들은 그동안 추운 곳에서 고생을 했을 가엾은 은동이가 다시는 고생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에서 옷, 강아지 방석 등 많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은동이는 만난 지 불과 하루밖에 안 되었을 뿐인데 저를 많이 믿고 의지했습니다.


왜 안그렇겠어요. 그 추운 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눈과 비를 피할 곳도 없던 그곳에 방치되며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랬던 은동이였기에 저를 더욱 믿고 의지하고 싶었을 겁니다.

은동이는 그 후 안정적으로 가정임보를 할 수 있는 우리 팅커벨 회원인 피피님 댁으로 가서 3개월간 편안히 가정임보를 했습니다.


그곳에는 피피라는 작은 치와와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두 녀석이 사이좋게 잘 지냈어요.

은동이의 임보맘인 피피님은 동물보호분야의 베스트셀러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창비)'의 하재영 작가입니다.


피피는 팅커벨 회원 닉네임이지요. 하재영 작가님은 은동이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시키며 최선을 다해서 임보를 했답니다. 


그리고 은동이가 서서히 안정을 찾고 이제 입양을 보내도 되겠구나 싶어 입양공고를 한 첫날에 은동이가 구조될 때부터 지켜봤던 한 가족이 은동이의 입양신청을 했어요.


엄마, 아빠, 딸.. 이렇게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분당에 사는 레이나님이라는 분이셨어요.


레이나 님께서는 은동이를 간절하게 입양하고 싶어했고, 우리는 입양 심사를 꼼꼼히 한 후 그분께 입양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은동이는 레이나님 가정에서 정말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레이나님 댁으로 입양 가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은동이!

입양 가족 아빠 품에 안겨서 행복한 표정 짓고 있는 은동이 :)


여러분, 혹시 강아지가 사랑을 받으며 지내면 어떻게 변하는지 아세요?

폐가에 묶여 있던 은동이의 사진과 입양 후의 사진을 한 번 비교해봐주세요. 두 강아지는 서로 다른 강아지가 아닌 같은 강아지랍니다.


폐가에 묶여서 굶어 죽을 뻔했던 은동이.


사랑은 정말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답니다. 그것이 사람이건, 혹은 말을 못 하는 동물이건 마찬가지예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라는 모토로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늘 애쓰는 우리 팅커벨 프로젝트 회원들은 은동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정말 사람에게 버림을 받아 죽을뻔했던 한 생명을 구조해내는 그 소중한 일의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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