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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올무 줄이 걸린 채 떠돌던 유기견 장군이의 견생역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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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꽤 추웠던 작년 1월 초의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경기도 양주 집에서 차를 타고 나와 서울 화곡동 팅커벨 입양센터로 가는 길에 건너편 도로에 개가 한 마리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차를 운전하며 가느라 자세히는 못 봤지만 얼핏 보기에도 온 몸에 피부병이 심해 보이는 개였습니다. 그 이후로 그 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유기되어 떠돌아다니던 개였던 것 같습니다.

도로를 위험하게 돌아다니던 떠돌이 개 장군이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흘러 날씨가 따뜻한 5월이 됐습니다. 그날도 차를 타고 입양센터를 가는 길인데 집에서 막 나와서 얼마 못 간 지점에 그 개가 나무 그늘 밑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얼른 차를 세워서 차에 늘 놓고 다니는 간식을 챙겨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 개는 몹시 지쳐 보였는데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조심스럽게 몸을 피해서 도로가로 갔습니다. 더 가까이 가면 도망갈 것 같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그 개는 도로에서 나와 작은 개천을 잇는 다리에 있었습니다. 나로부터 10미터쯤 되는 거리였습니다.


목에 올무줄이 걸려있고 피부는 모낭충으로 몹시 상해있고 배가 고파 보였던 그 개에게 멀찌감치 간식을 던져줬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주춤하다가 간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허기져있는 상태가 틀림없었습니다. 그렇게 갖고 있던 간식을 다 던져주고는 약속 시간이 있기에 이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차를 타고 볼일을 보러 떠났습니다.

(좌) 던져준 간식을 먹는 장군이. (우) 목에 올무줄이 걸린 채 피부는 모낭충으로 몹시 상해있는 장군이.


하지만 다시 오후 늦게 그 자리에 왔을 때는 그 개는 떠나고 안보였습니다. 영 마음이 아팠습니다. “ 그 목에 걸린 올무줄이라도 풀어줬으면, 모낭충으로 얼마나 가려울까, 먹을 것은 어떻게 챙겨 먹고 다니는지”..


그 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 대문 앞마당에 개집을 설치해놓고 사료와 개가 좋아하는 냄새가 많이 나는 강아지 시저캔을 놨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통 덫을 갖다 놓았는데 의심을 피하도록 작동은 하지 않게 그냥 설치만 해놨습니다. 사람보다 몇백 배가 뛰어난 후각을 가진 개이니 도로를 돌아다니다가도 이 냄새를 맡을 것이고 그러면 도로에서 몇십 미터 떨어진 곳이지만 여기로 먹을 것을 찾아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밖에 나가보니 사료는 조금 비워져있고, 그릇에 담아놓은 시저캔이 없어졌는데 한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그릇이 싹싹 비워진 채 놓여있었습니다. 그 개가 와서 먹은 걸까? 아니면 길고양이들이 먹은 걸까?

사료와 물그릇

닭가슴살과 시저캔을 섞은 장군이 특식


​마침 집에 설치해놓은 CC-TV를 시간대별로 검색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저쪽 도로에서 집 대문 앞마당까지 다가오는 물체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그 개였습니다. 배고팠던 그 개는 시저캔의 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와서 먹은 것입니다. “아. 이젠 됐습니다”

저 멀리 도로에서부터 먹을 것을 챙겨둔 곳으로 다가오는 한 물체

바로 장군이였습니다.

장군이가 다가와서 먹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앞마당의 흰돌이.


다음 날까지 같은 방식으로 사료와 캔을 놔두고, 3일째 되는 날 시저캔을 담은 그릇을 통덫 안에 놔두고 먹으러 들어오면 잡을 수 있도록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날은 부모님의 제사가 있는 날이라 시흥의 형님댁에서 제사를 지내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습니다. “잡혔을까? 제발 무사히 잡혔으면 좋겠는데”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통덫을 설치해놓은 마당에 도착했습니다. 멀리서부터도 뭔가 검은 물체가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까이 갔더니 바로 그 녀석이었습니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 이 녀석은 치료도 할 수 있고, 먹을 것도 제대로 챙겨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포획틀에 잡힌 장군이


다음날 일찍 개를 데리고 팅커벨 협력동물병원에 갔습니다. 목에 걸려있는 올무줄을 끊어내고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개는 길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서 경계심은 있었지만 몹시 심하게 사납지는 않았습니다. 검진 결과 몸은 심한 모낭충으로 피부는 엉망이었지만 다행히도 가장 걱정했던 심장사상충은 걸려있지 않았습니다.

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데리고 온 첫날의 장군이


​그리고는 그 개의 이름을 장군이라고 지었습니다. 오랜 길생활에 몹시 추레해보였지만 골격이 튼튼하고 듬직한 개였습니다.


사실 이런 중대형견은 구조를 하더라도 그 이후가 더 문제였습니다. 처음에는 올무줄 만이라도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구조를 하고 마당 밖에 먹을 것을 챙겨주려 했지만 그렇게 이왕에 포획해서 구조를 했는데 올무줄만 풀어서 내보내기에는 장군이의 몹시 상한 피부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 이 피부병을 싹 고칠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더 돌봐주자”라는 생각을 하고 마당에 짐을 놔뒀던 견사를 하나 비워 장군이의 거처를 그곳에 마련을 하고 팅커벨 회원들과 장군이의 구조 소식을 공유했습니다.


팅커벨에는 유기견 구조시스템이 있어 이렇게 떠돌이 개를 발견해서 구조할 경우 구조자와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분담을 해서 개의 치료비 및 입양갈 때까지의 관리비를 함께 분담합니다.


이렇게 구조한 장군이는 팅커벨 회원들의 전폭적인 동의를 얻게 되었고, 든든한 후원자가 생긴 덕분에 맘 놓고 치료에 전념하고 돌봐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돌보기 시작한 장군이는 처음에는 피부가 마치 코끼리 가죽처럼 뻣뻣하고 각질화된 상태였습니다. 보기에도 너무 딱했고, 그런 장군이의 표정은 뭔가 불안하고 우울해 보였습니다.

아직은 많이 지치고 불안해 보이는 표정의 장군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피부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늘 울적해 보이던 장군이의 얼굴이 점차 환해지면서 웃는 얼굴로 변했습니다. 장군이를 돌봐주던 지난 몇 개월간 교감을 하면서 장군이는 뚱아저씨를 믿고 의지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덩치는 커다란 녀석이 나름대로 애교도 부리고, 말도 잘 듣습니다.

처음에 잿빛 털 계통이 아닐까 생각했던 장군이의 모색은 윤이 나는 황금빛으로 변했고, 혓바닥은 차우차우처럼 보라색이었습니다. 장군이는 진돗개와 차우차우의 믹스견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피부병이 다 나은 후에는 목덜미의 털이 풍성합니다.

장군이 간식을 챙겨주는 뚱아저씨

점점 좋아지고 있는 장군이 1

점점 좋아지고 있는 장군이 2

점점 좋아지고 있는 장군이 3

점점 좋아지고 있는 장군이 4

점점 좋아지고 있는 장군이 5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장군이 6

​장군이는 이제 이름이 잘 어울리는 멋지고 당당한 체격의 개가 되었습니다. 지난날 거리를 떠돌며 피부는 형편없이 망가지고 추레해 보이던 개에서 지금은 사랑을 받으며 지내는 개처럼 얼굴이 환합니다. 예전의 우울해 보였던 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장군이를 구조해서 돌본지 이제 8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요즘 장군이의 하루는 눈물 자국을 닦아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모낭충은 다 치료가 되어 피부는 몰라보게 좋아졌는데 눈물 자국이 남아 있어서 매일 같이 닦아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몇 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닦아주니 이제는 눈물자국도 거의 없어졌네요.


​저는 유기견을 구조할 때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 유기견 한 마리를 구조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유기견의 세상 만큼은 온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도 뚱아저씨 집에서 지내는 장군이이지만 언젠가는 인연이 닿는 마당 넓은 전원주택에 사는 좋은 분 댁에 입양 가서 한 가정의 온전한 반려견으로 산책도 자주 하며 평생 행복하게 살 그날이 올 것을 믿습니다.

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http://cafe.daum.net/T-PJT)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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