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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 넣은 이 음악이 소름돋는 이유

조회수 2020. 8. 20. 14: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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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달성한 영화 〈기생충〉.

전반적인 영화적 요소도 좋았지만, 삽입된 음악도 역시 탁월했습니다.

출처: 영화 〈기생충〉 포스터

처음에는 클래식 음악이 세 번 삽입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두 번이었습니다.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동익(이선균)의 집에서 일하기 위해 모략을 꾸미는 부분에 등장하는 첫 번째 음악. 외제차 전시장에서 기우(최우식)와 기택이 차를 살피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출처: 영화 〈기생충〉 스틸컷

처음 이 음악을 듣는다면 유명한 18세기 바로크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음악은 ‘가짜 바로크’였지요. 정재일 음악감독이 바로크 스타일을 모방해 만든 음악입니다.

바흐가 들었다면 깜짝 놀랄
엉터리 바로크 음악입니다.
- 정재일(음악감독)

‘진짜 클래식’ 음악은 영화 중간쯤에서 나옵니다. 바로 헨델의 3막 오페라 〈로델린다〉(Rodelinda, 1725)입니다.


어머니 충숙(장혜진)마저 가정부로 입성한 뒤, 과외 시간에 과일을 깎아주는 장면부터, 다송이가 기택과 기정(박소담)에게서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 장면에 깔리는 노래입니다.

출처: 영화 〈기생충〉 스틸컷

〈로델린다〉 2막 4장에 등장하는 왕비 ‘로델린다’의 소프라노 아리아 ‘내 사랑은 오직 아들을 위한 것!(spietati, io vi giurai, 용서받지 못할 자여, 나는 맹세했노라)’이죠.


이 부분은 ‘로델린다’가 자신의 남편인 '베르타리도' 왕을 몰아낸 ‘그리모알도’ 공작이 자신까지 탐하려 하자 “내 사랑은 오직 아들을 위한 것”이라며, 남편과 아들을 위해 절개를 지키려는 내용입니다.

아들 기우에 대한 충숙의 모정, 몰래 충숙의 엉덩이를 꼬집는 기택의 모습 등에 헨델의 아리아를 대치시킨 아이디어. 역시 ‘봉테일!’이라 할 만합니다.

출처: Ken Howard / Metropolitan Opera
오페라 〈로델린다〉 중 배우 르네 플레밍(로델린다)과 안드레아스 숄(베르타리도)

〈기생충〉에 등장하는 두 번째 클래식 음악은 영화의 절정에서 등장합니다.

지하실에서 은둔하던 근세(박명훈)가 칼부림을 벌이기 전이죠. 다송의 생일 가든파티에서 첼로 반주에 따라 한 여성이 노래를 부릅니다.

출처: 영화 〈기생충〉 스틸컷

이 역시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 중 3막 17장 아리아 ‘나의 사랑하는 이여(mio caro, caro bene)’입니다. 오페라의 피날레에 해당하는 음악이지요.


영화에서는 칼부림 전에 이 노래가 흐르지만, 오페라 속에서는 칼부림 후 왕비 ‘로델린다’가 왕위를 되찾은 ‘베르타리도’와의 재회를 기뻐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두 작품의 엔딩은 다르지만, 두 가족의 대조적 구조를 이렇게 음악적으로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 놀랍지 않으세요?

음악 들어보기

저자. 김태용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90일 밤의 클래식》 출간.
이렇게 감상해보세요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 역시 사랑하는 이와의 재회로 부부의 사랑을 보여주는 오페라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헨델 〈로델린다〉와 비교해서 감상해보세요.

헨델 전문가들이 〈로델린다〉의 주인공 로델린다를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 꼽을 정도로 이 캐릭터의 연기와 노래는 진한 여운을 전달합니다.
이 음반을 추천해요
레이블 : DECCA(1DVD)
노래 :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외
연주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지휘 : 해리 비케트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클래식에 숨은 다채로운 이야기,
QR코드로 바로 감상하는
90곡의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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