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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이 인구 과소 지역에 출점하는 이유

[TREND 글로벌 현장]

홋카이도 토종 편의점 ‘세이코마트’…60대 이상 고령층 타깃 등 ‘역발상 승부수’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최저임금 인상 논란으로 편의점의 생존 갈등이 치열해졌다. 포인트는 약간 다르지만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선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과 급증한 출점 경쟁에 따른 포화 논쟁이 장기 생존의 걸림돌로 부각된다. 그 와중에 새로운 위기 돌파 노력도 증가세다. 새로운 키워드의 선점·공략 작업은 물론 생활 욕구의 해소 전략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상식을 깬 역발상의 승부수도 소개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과소 지역의 출점 전략이 대표적이다. 인구 감소와 상권 붕괴로 쇼핑 난민이 양산되는 지방 권역의 농촌 지역에 편의점을 오픈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혁신적인 사업 계산서가 깔리는 것은 물론이다. 손해일 수밖에 없는 것을 이익으로 치환하는 마법의 한 수인 셈이다.


‘편의점=젊은 유통’ 공식 깨진 지 오래

실제로 편의점의 치열한 경쟁은 일상적이다. 당장 무서운 기세로 세를 확장 중인 경쟁 상대의 도전이 매섭고 잦아졌다. 기존 점포로선 새롭게 오픈하는 신규 라이벌이 부담스럽다. 코앞에 새로운 편의점이 개점해 100m 안에 2~3개는 일반적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편의점 개점 행렬뿐만 아니라 이종 점포의 도전장도 잦다.


드럭스토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파는 대형 점포의 신규 출점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슈퍼마켓처럼 온갖 것을 내다 파는 무서운 경쟁 상대다. 편의점의 주력 상품인 도시락에 특화된 가게는 물론 신선식품을 강조한 소매 점포도 적지 않다. 불황을 비웃는 ‘열면 팔리고 두면 팔린다’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창업 카드로 연결된다.


고객의 소비 행동도 변화한다. 매일 편의점을 찾던 단골손님이 금방 사라지는 경험은 흔해졌다. 손님 뺏기에 성공한 곳은 인터넷 쇼핑이다. 저가 공세와 배달 편리에 힘입어 반복 소비가 발생하는 일상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곳이 늘어났다.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굳이 편의점은 선호 카드가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나서지만 쉽지 않다. 신규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해도 일손 부족이 눈앞의 장벽이다. 가령 점원이 직접 조리해 바로 제공하는 먹거리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확대하기가 어렵다. 조리 상품을 늘리면 인터넷과 비교해도 상당한 소구 가치가 있지만 일손 부족이 뒷덜미를 잡는다.


편의점업계의 공통적인 생존 키워드 중 압권은 가계 금융자산의 60%를 독점한 60대 이상 ‘고령 인구’다. 그동안 편의점은 청년 인구가 타깃인 ‘젊은 유통’으로 불렸다. 즉 젊음 취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다만 이제는 옛이야기로 전락했다. 한참 전에 이 가설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그 대신 등장한 게 고령 인구의 파워풀한 구매 확대에 힘입은 ‘편의점=고령자’의 등식이다.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전면 등장 덕분이다.


30년 전 한 자릿수도 안 되던 50대 이상 고객이 지금은 30~40%까지 비율을 높였다. 어른 눈높이에 맞춘 상품·서비스가 대거 진열되면서부터 구매 난민으로 전락하기 십상인 중년 이상 고령 인구의 편의점 방문 발길이 늘어났다. 자동차로 교외 지역 대형 쇼핑몰을 이용하기엔 여러모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편의점의 생존 전략으로 ‘해외’라는 키워드도 대안으로 급부상한다. 블루오션을 찾자면 적어도 포화 논쟁이 없는 해외시장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일본산 특유의 고품질 경쟁력도 해외에선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일본 상품·서비스의 특화 장점이 해외 고객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일손 부족 해소 차원에서는 ‘무인화’가 거론된다. 계산 직원이 없고 손님이 직접 상품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형태다. 점원은 계산대가 아닌 다른 곳에 배치된다. 신선 재료를 직접 조리해 제공하는 음식 담당이다. 포장마차처럼 차별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판단에서다. 로손은 2018년 4월부터 무인 계산 시스템을 시범·도입,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체제를 시작했다. 접객 소홀 염려로 아직은 무인화 시도가 일부에 한정된다. 현재는 새로운 음식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수제 샌드위치 등 편의점만의 획기적인 상품 제공을 위한 공정 혁신에 나섰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지만 경영진의 추진 열정은 뜨겁다.


‘해외·무인화’ 등 키워드 대안으로 급부상

한편 키워드 ‘과소 지역’은 역발상적인 틈새 전략이다. 경쟁 격화가 한창인데 사람이 줄어드는 과소 지역을 노린다는 것은 꽤 도전적인 과제다. 과소 지역은 중심 상점가의 셔터가 닫힌 지 오래로 기초 생필품조차 구하지 못하는 구매 난민이 줄을 잇는 곳이다. 개점보다 폐점의 철퇴 행렬이 일상적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편의점이 있다. 지자체의 80%가 과소 지역인 홋카이도를 거점으로 하는 ‘세이코마트’가 대표적이다. 섬 전역에 1100개 점포를 보유한 토종 메이커다. 회사는 최근 인구 900명에 불과한 홋카이도 동부지역에 점포 3곳을 오픈했다. 삿포로 등 도시지역은 이미 전국구 체인이 진출, 경쟁 격화에 휘말린 상태였다.


그 와중에 과소 지역 주민 조직의 출점 의뢰는 고민거리였다. 차 없이는 일상 구매가 불가능한 지역이지만 주민 고충과 신규 출점은 역학 관계의 판단이 필요했다. 경영진은 출점을 결정했다.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전략 수립 덕분이다. 확실하게 지역에 착근해 깊은 유대 관계를 다진다면 되레 경쟁 위협이 없는 불모지를 개척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채산성은 재고됐다. 그렇다고 적자를 볼 수는 없어 이익에 맞춘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회사에 따르면 임대료·인건비 등 하루 비용은 7만5000엔대지만 매출액은 17만 엔에 불과하다. 원가를 뺀 이익은 4만 엔으로 하루 3만 엔 이상이 적자다.


그래서 운영 체계를 손봤다. 24시간 영업이 상식인 편의점이지만 과감하게 저녁 8시 폐점해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였다. 임대료 중 일부는 지자체에 분담을 요구해 받아들여졌다. 단순한 구매 공간을 넘어 인구 유출을 막는 장치라고 설득, 행정 존속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지자체와 손을 잡는 데 성공했다. 지자체가 빈 점포를 1000만 엔에 사들여 편의점에 월 1만 엔이라는 저가에 임대해 줌으로써 하루 평균 330엔만으로 공간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되면 하루 4만 엔의 순이익만으로 적자 해소가 실현된다.


기업가에게 적자 해소는 의미가 없다. 흑자 달성이 당면 과제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편의점은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 증진에 돌입했다. 성공 열쇠는 지역민이자 점원의 고객 만족 서비스다. 생활양식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세심한 고객 대응이 가능하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세일하고 세세한 니즈를 챙긴다. 모든 것을 진열하면 그것도 비용이기 때문에 일단 비슷한 대체재를 권유하고 추후 배치하는 식이다. 고객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세세한 서비스는 기적을 일으킨다. 점포의 1인당 구매 금액(1048엔)은 전국 평균(629엔)을 웃도는 1.7배로 확대, 과소 지역에서 돈 버는 성공 모델로 거론된다. 지역이라는 한정 공간을 깊게 파는 전략을 통해 다양한 니즈에 호응함으로써 지역과 함께 존속하는 가능성을 증명해 줬다는 평가다. 세금 투입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그게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이길 수는 없다.


성공 모델은 곧 분석·차용된다. 대형 편의점도 과소 지역 공략에 나선다. 우선 이동 판매 차량의 도입이다. 세븐일레븐은 전국에서 58대의 이동 판매차를 운영한다. 지자체가 의뢰하면 파견하는 구조로 향후 증차할 예정이다. 패밀리마트는 토종 농협과의 일체형 점포로 가능성을 타진한다. 신선식품·반찬 등은 농협이 제공하고 그 외는 편의점이 파는 형태로 협력·출점한다. 로손은 제4차 산업혁명에 힘입은 드론 배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은 실험 단계로 대형 인터넷 쇼핑몰과 제휴해 점포에서 이동 판매차로 수송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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