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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승자의 저주’ 우려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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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빅 체인지의 시대, 리스크 관리가 핵심…‘창업자 정신’ 잃은 애플, 저성장의 늪 위기 

[한경비즈니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흔히 요즘을 ‘규범의 혼돈’ 시대라고 부른다.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그렇다. 각국의 이기주의와 보호주의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을 목표로 지향해 왔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GATT·WTO 체제를 주도했던 미국이 이탈한다면 다른 국가가 지키기는 더 어렵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파리기후협약 등이 미국을 배제한 차선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적 실리에 의해 좌우되는 국제 관계에서는 철저하게 ‘그레샴의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지속됨에 따라 일본에 이어 ‘트리핀 딜레마’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던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핀 딜레마는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처음 주장한 것으로, 국제 유동성과 달러 신뢰성 간 상충 관계를 말한다.


규범과 체제가 흔들리면 관행과 경륜에 의존해야 혼돈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아웃사이더 전성시대’다. 오히려 경륜이 많은 최고경영자(CEO)일수록 수난을 겪고 있다. 한국도 현 정부의 비우호적인 기업 정책에다 노조와 시민단체의 힘이 부쩍 커져 그 어느 국가보다 심하다.


규범과 관행에 의존하지 못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더 혼돈에 빠지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케네스 갤브레이스)’가 나온 지 40년이 지났지만 ‘초불확실성 시대(배리 아이켄그린)’에 접어들었다. 이전보다 더 커진 심리적인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뉴 앱노멀 시대, 개혁과 혁신이 생존 열쇠


금융 위기 이후 기업 경영 환경은 ‘뉴 노멀’로 요약된다. ‘노멀’ 시대 통했던 이론과 규범,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점에 착안해 붙여진 용어다. 요즘 들어서는 ‘뉴 노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고 해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뉴 앱노멀(new abnormal)’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초불확실성 시대가 무서운 것은 어느 날 갑자기 ‘큰 변화(big change)’가 온다는 점이다. 규범과 관행에 의존하다 보면 과감한 개혁과 혁신을 줄 수 없어 ‘작은 변화(small change)’만 생긴다. 하지만 의존하고 참고할 만한 규범과 관행이 없으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개혁과 혁신을 생존 차원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어 어느 순간에 큰 변화가 닥친다.


‘빅 체인지’, 즉 큰 변화에 성공한다면 그에 따르는 보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세계가 하나’로 시장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10대 부호에 들어가려면 노멀 시대에는 최소한 30년이 걸렸지만 뉴 노멀 혹은 뉴 앱노멀 시대에는 10년 이내도 가능하다. 애플과 구글 창업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빅 체인지와 초불확실성 시대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리스크 관리’다. 세계 일등 기업이 됐다고 승리에 도취돼 있으면 곧바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보복을 앞두고 면세 사업권을 따내 성공을 자축했던 국내 백화점업계가 지금은 대부분이 사업권을 반납했거나 아직도 고민하는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속 가능한 흑자 경영’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은 성장 동력을 개발하고 고객 가치 창출과 전략을 설계하고 경영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한다. 하지만 베인앤드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 목표를 달성해 생존한 기업은 10%도 채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실적 부진, 내부 요인에서 찾아야


종전에는 지속 가능한 흑자 경영 달성에 실패하는 것을 시장점유율 하락, 경쟁 격화, 기술 진보 부진 등과 같은 외부 요인에서 찾았다. 하지만 뉴 앱노멀, 빅 체인지 시대에는 오너십 약화, 의사결정 지연, 현장과의 괴리 등 내부 요인에 더 문제가 있다.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내부적인 복잡성이 증가하고 초창기 왕성했던 창조적인 문화, 임직원의 주인의식이 약화되는 ‘성장의 함정’과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기업은 성장할수록 가장 먼저 ‘과부하(overload)’ 위기가 찾아오면서 급속한 사업 팽창에 따라 신생 기업이 겪는 내부적인 기능 장애에 봉착한다. 과부하 위기는 ‘속도 저하(stall-out)’ 위기로 전이돼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조직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초창기 조직을 이끌었던 명확한 창업자적 미션이 희미해짐에 따라 성장 둔화를 겪게 된다.


속도 저하 위기가 무서운 것은 곧바로 ‘자유낙하(free fall)’ 위기로 악화돼 창업자 정신을 상실한 기업일수록 주력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을 잃게 되고 핵심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 일류 기업인 애플이 ‘실적 부진’에 빠져 성장 미래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실적 부진 요인을 중국의 추격, 달러 강세 등과 같은 외부 요인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 ‘스스로의 도피’다. 내부적으로 애플의 강점인 ‘창업자 정신’에 기반해 모든 조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지, 철저하게 현장 중심적 의사결정과 사고 체계를 갖고 있는지, 뚜렷한 고객층을 위한 반역적 미션을 갖고 있는지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창업자 정신은 ‘반역적 사명의식’과 ‘현장 중시’, ‘주인의식’이라는 세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정신은 성장을 막 시작한 기업이 자신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경영 여건이 잘 갖춰진 기존 기업에 도전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창업자가 직접 이끄는 기업이나 직원이 일상적인 결정과 행동 방식에 준거의 틀로 삼는 규범과 가치에 창업자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기업일수록 흑자 경영을 달성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애플은 바로 이 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모든 한국 기업도 창업자 정신이 얼마가 강한지 점검해 봐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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