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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성장한 IT업계, ‘노동’문제는 뒷전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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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카카오 노조 초대 지회장 인터뷰

-지난해 10월 노조 설립한 카카오...“유연근무제 도입하며 노조 필요성 느껴”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훗날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역사를 정리한 출판물이 발간된다면 아마도 2018년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IT업계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등장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 출발점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가 사내 노조 출범을 공식화하며 IT업계 첫 노조 설립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이후 9월에는 넥슨·스마일게이트 등 게임 업체들이 노조를 설립했고 10월에는 안랩·카카오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흔히 IT 기업 하면 ‘혁신’이나 ‘소통’이 잘 이뤄지는 젊은 조직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런 IT업계에서 왜 갑작스럽게 ‘노조 설립’이라는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일까. 서승욱(40) 카카오 노조 초대 지회장을 만나 그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서 지회장은 2008년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검색 서비스 기획’ 업무를 맡아 왔다. 지난 3년간 카카오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활약하며 노사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번에 첫 지회장이 됐다.


-카카오에도 마침내 노조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10월 24일 노조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공식적인 노조를 출범시켰습니다. 노조 명칭은 ‘크루 유니언’으로 정했어요. 카카오 종사자를 뜻하는 ‘크루(Krew)’와 노종조합인 유니언 두 단어를 합쳐 노조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이전까지 카카오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동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해 왔어요.


노사협의회는 보통 노조가 없는 곳에서 노사 쌍방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기구를 의미합니다. 다만 노조와 달리 단체교섭권·단결권·단체행동권 등에 제약을 갖고 있죠. 따라서 노사협의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회사들도 많아요. 물론 카카오가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젊고 밝은 분위기의 회사입니다. 노사협의회 역시 다양한 문제들을 활발하게 논의하며 운영돼 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보통 회사 내부에서 정리해고나 인수·합병 같은 큰 폭의 변화가 있을 때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가 만들어질 때가 많아요. 카카오에서는 이 같은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어느 순간부터 내부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공론화되기 시작했죠.


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지난해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였죠. 카카오 역시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노사협의회보다 전문적인 노조의 필요성이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죠. 또 다른 원인은 주변 IT 업체들의 행보였어요. 때마침 네이버 등 IT업계에서 잇달아 노조를 설립한 상태였죠. 결국 지난해 10월 우리도 노조를 만들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카카오 노조가 탄생했습니다.”


-IT업계에서 노조가 잇달아 출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간 IT업계는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어요. 카카오만 하더라도 10년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 직원이 수백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빠른 사세 확장을 통해 이제는 직원 수가 수천 명 단위로 불어났죠. 많은 IT 기업들도 카카오와 비슷한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처럼 성장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과도한 노동시간이나 야근·특근수당 등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포괄임금제와 같은 ‘노동’ 문제는 뒷전이 돼버렸죠.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노동시간 단축 등이 도입되면서 노동문제가 사회적으로 화두가 됐습니다. 카카오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IT 기업들 역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발맞춰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노조의 필요성을 실감했던 것 같아요. 노동과 관련된 문제들은 노조와 같이 명확한 주체가 없으면 사 측과 대화를 꾸준하게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된 것이죠.”


-IT업계의 노동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닙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IT업계는 직원들의 결속력이 약한 편이어서 그동안 노조와 같은 단체의 설립 또한 지지부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게 IT업계는 일반적인 제조업과 달리 각자도생 체제입니다.


개발자·프로그래머·디자이너 등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구조죠. 또 이직도 잦아요. 언제든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으면 쉽게 직장을 옮길 수 있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형성된 상태죠. 다만 점차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IT업계 직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IT업계 노조가 연이어 민노총 산하 화학섬유식품산업 노조에 소속된 배경도 궁금합니다.


“IT업계에서 첫 노동조합을 만든 네이버가 화학섬유식품산업 노조를 선택한 영향이 컸어요. 화학섬유식품산업 노조는 파리바게뜨 등 젊은 직원들이 많은 기업들이 여럿 소속된 곳이에요. 네이버는 이런 점을 고려해 화학섬유식품산업 노조에 소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노조를 만든 기업들 역시 아무래도 같은 업계 회사들이 함께 모여 있어야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네이버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됐죠.


카카오도 마찬가지고요. 안랩만 한노총에 소속된 상황이에요. 기업마다 선택하는 것은 자유죠. IT 기업들이 다수 화학섬유식품산업 노조에 포함되면서 향후 노조 명칭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화학섬유산업 노조라는 명칭을 썼어요. 그러다 2017년 파리바게뜨 노조가 들어가면서 이름에도 ‘식품’을 추가해 지금의 화학섬유식품산업 노조로 변경됐죠. 향후 ‘IT’라는 단어가 추가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봅니다.”


-IT업계의 노조 설립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조의 쟁의행위가 유독 부각되다 보니 이와 관련한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은 곳곳에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유연하고 폭넓은 시각으로 노동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노조의 의사결정 체계는 조합원들의 투표나 의견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런 시스템에 기반해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환경을 조금씩 새로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여러 활동들을 통해 IT업계의 노조 활동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도 털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올해 카카오 노조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노조가 만들어진 지 약 3개월이 지났습니다. 출범 초기인 만큼 우선 노조 체계를 안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노조 정관을 만들기 위한 총회를 진행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열 계획입니다.


이를 마련한 뒤 회사의 주요한 협의 대상 파트너가 노조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많은 내부 직원들 또한 카카오에서 노조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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