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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증가에 공급난’… 배터리, ‘제2의 반도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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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공격적 증설 투자, 화학업체 강점 살려 소재 자체 생산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해 초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경기가 예년보다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계는 ‘제2의 반도체 찾기’에 분주하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전기차 배터리’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함께 경쟁자가 적다는 점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들의 앞날을 밝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삼성SDI와 함께 국내 배터리 생산 ‘3대장’으로 불린다. 이들은 화학 기업으로서의 노하우를 발휘해 고도의 생산기술을 앞세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국-미국-유럽-한국 잇는 ‘생산 4각편대’


LG화학은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0조원을 거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선제적인 연구·개발(R&D)로 가격·성능·안전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 3세대 전기차(500km 이상)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확실한 1위를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주요 고객사만 해도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폭스바겐·아우디·다임러·르노 등이 있다.


LG화학은 지난 1월 9일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에 1조2000억원의 증설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난징 신장경제개발구에 자리한 전기차 배터리 1공장과 소형 배터리 공장에 2020년까지 각각 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번 투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용 파우치 배터리를 비롯해 LEV, 전동공구, 무선청소기 등 비정보기술(non-IT)용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 업체인 B3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 세계 수요는 2015년 23억 개 수준에서 신시장 확대에 따라 연평균 27% 성장, 2019년 60억 개 수준에 다다를 전망이다. LG화학은 난징 신장경제개발구에 자리한 두 개의 배터리 공장 외에도 빈장경제개발구에 지난해 10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다.


난징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은 축구장 24배 크기인 19만8347㎡(6만 평) 부지에 지상 3층으로 건설된다.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주행거리 320km 기준) 50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오창(한국)-홀랜드(미국)-난징(중국)-브로츠와프(폴란드)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 체제를 구축해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연간 58만 대 이상(2018년 기준 35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 60조원을 돌파하며 2020년 말까지 생산능력을 100~110GWh 수준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정유·화학·윤활유 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터리·소재 사업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새해부터 서산과 증평에 있는 배터리·소재 공장을 방문했다.


과거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들이 정유·화학 사업의 핵심 생산 거점인 울산CLX를 방문해 구성원들을 격려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에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월 8일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었다. 김 사장은 CES 2019에서 전기차 배터리 잠재 고객사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부스를 방문해 기술 트렌드를 둘러보고 주요 완성차·자율주행 업체 등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작년 한 해에만 유럽(헝가리)·중국·미국 등 총 3곳의 글로벌 주요 시장에 생산 설비 증설을 결정하며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2022년께 세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국내 서산 공장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총생산 규모는 3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이끄는 전기차 시장, ‘수요는 막대해’


그동안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에 비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뎌 예상보다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가 급성장하며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 시장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19년 610만 대에서 2025년 2200만 대 규모로 성장하며 전체 판매 차량의 2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하반기부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3세대 전기차를 출시한다. 중심에 선 것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다. 테슬라는 이미 모델3를 통해 미국에서 지난해에만 14만 대를 판매함으로써 단일 전기차 모델로는 가장 많은 판매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36만6000대로 2017년 대비 81.5% 증가해 2013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테슬라는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과 중국 공장 건설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견인 중이다.


유럽의 환경 규제도 전기차 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완성차 업체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37.5% 감축하기로 지난해 12월 합의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생산 비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예상보다 늘지 않는 점도 유리하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업체들이 증설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양산 능력은 2~3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 중인 미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오히려 부족하다.


국내 배터리 업체엔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안정적 품질과 양산 능력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를 포함해 파나소닉·CATL 등 한·중·일 5~6개 업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자체적인 소재 생산으로 원가절감도 가능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3대 배터리 생산 기업들은 기존 저가 수주 전략 대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중에서도 화학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뛰어난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사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특허를 획득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적용했다. 배터리의 형태가 ‘캔(can) 타입’이 아닌 ‘파우치(pouch) 타입’이어서 폭발의 위험도 없다. 또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용이해 배터리 수명도 길다는 장점이 있다. 


‘라미네이션&스태킹(Lamination&Stacking) 구조’라는 자체 개발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실현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8월 국내외 배터리업계 최초로 중대형 파우치 니켈·코발트·망간(NCM) 8 대 1 대 1 비율의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중대형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며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또 NCM 811 배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분리막 제작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축차 연신 공정’으로 분리막의 두께를 균일하게 만들고 고객사별로 원하는 다양한 특질의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을 맞춤형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은 일본 아사히카세이에 이어 세계 시장점유율 2위이며 안정성 측면에 강점을 갖고 있다.


화학사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때 유리한 점 하나는 자체적으로 소재를 생산해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가 갖춰야 할 3가지 요소로 안전성·성능·원가경쟁력을 꼽는다.


전 세계 배터리 메이커 중 유일한 화학 기반의 회사인 LG화학은 소재 내재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리막 제작 기술에 힘입어 업계 최초로 양산한 NCM 811 배터리는 니켈의 비율이 높아 코발트 등 양극재 소재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절감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전해질과 양극재·음극재를 활용해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에는 화학사가 특화돼 있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시황도 화학사들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두르게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정유 사업 위주의 사업 구조를 화학 등 비정유 부문으로 확대하고 있다.


LG화학도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전기차 배터리·바이오·신소재 등 다양한 신성장 동력을 발굴 중이다. 석유화학 산업이 유가나 공급과잉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주춤한 상황에서도 기업의 ‘먹거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가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생산 기지를 철수하는 반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타격을 입은 유통업계가 제일 먼저 중국 기지를 철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관세 폭탄이 우려되자 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반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생산 공장에 대한 투자 폭을 늘리고 있다. LG화학은 중국에서 2004년 완공된 소형 배터리 공장(신장), 2015년 준공된 전기차 배터리 1공장(신장)을 운영하며 빈장경제개발구에 올 4분기를 목표로 완공 예정인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리튬이온전지 분리막과 세라믹 코팅 분리막 생산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약 4000억원의 투자 규모로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 4기와 세라믹 코팅 분리막 생산 설비 3기가 건설된다.


배터리 생산사들은 왜 중국 투자를 지속하는 걸까. 우선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소비국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전기차 육성 계획’을 밝히면서 전기차 소비에 불을 지폈고 2020년까지 전기차 운행 대수를 500만 대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배터리 생산사들은 최대 전기차 소비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생산 기지 편대’를 구축하고자 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외에도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미국과 유럽도 역시 전기차 소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업체들 중 중국 기업의 비율이 높다는 것도 생산 기지를 중국에 마련하는 이유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를 생산할 때는 원재료의 원활한 수급이 매우 중요한데 코발트 등 원재료를 정련하는 기업들 중 중국 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이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합작한 양극재 생산 법인도 중국 장쑤성 우시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 법인은 2020년부터 연간 4만 톤의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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