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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때리기’ 나선 빌 게이츠, 진짜 속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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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작성일자2018.07.06. | 25,068 읽음

[비트코인 A to Z]

-마이크로소프트, 블록체인 사업 본격화…산업 주도권 노린 포석인 듯

(사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스마트 콘트랙 : 신뢰혁명’ 저자] 2018년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비트코인이 마약 거래 암시장에 사용된다고 우려했다. 5월에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한 대담에서 할 수만 있다면 비트코인을 공매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게이츠 창업자의 이 발언은 실제로 시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 직전까지 1만 달러 회복을 바라보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게이츠 창업자의 공매도 발언 이후 맥없이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일찍이 그는 비트코인은 흥미 있는 발명이며 어떤 면에서는 달러보다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긍정론자로 알려진 게이츠 창업자가 갑자기 비트코인 회의론자로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등 로열티 관리에 블록체인 활용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회사는 6월 21일 컨설팅 회사인 언스트앤드영(EY)과 블록체인 파트너십을 선언했다. 기본 네트워크는 쿼럼(Quorum) 블록체인 프로토콜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구축된다. 세계적인 게임 퍼블리셔 중 하나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파트너인 유비소프트가 테스트하고 있다.


두 회사가 만드는 플랫폼은 하루 수백만 건의 로열티 관련 트랜잭션을 스마트 콘트랙트 아키텍처를 활용해 자동으로 정산한다. 우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퍼블리셔들의 로열티를 처리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지만 범용적인 활용을 기대하며 구축했다고 한다. 작가·가수·작곡가·작사가·제작사·개발자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모든 거래를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이 솔루션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가자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판매 현황을 알려주고 참가자가 시장 요구 사항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파트너들은 최대 45일 이상 소요됐던 기존 프로세스와 비교하면서 블록체인이 주는 가시성의 힘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영세한 프로바이더로서 매일 정산 받으면 그 자체도 이익이지만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반응을 적시에 파악하면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2015년 10월 영국 가수이면서 작곡가인 이모젠 힙은 자신의 신곡을 이더리움 기반의 우조뮤직에 올려 다운로드당 0.6달러를 지불하도록 했다. 최초로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한 저작권 관리로 널리 알려졌지만 매출은 초라했다. 2016년 중단될 때까지 그의 신곡 ‘타이니 휴먼’의 총판매량은 13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의 동기는 수익이 아니라 창작자를 소외하는 음반업계의 현실을 세상에 폭로하는 데 있었다.


음원은 가장 활발하게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저작물이지만 가수나 작곡가들의 몫은 크지 않다.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유통구조의 속성상 유통망을 관리하는 업체의 몫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강남스타일’의 국내 저작료가 고작 3000만원 정도였다. 유료 콘텐츠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음원 시장의 현실이 이렇다. 무료 사용이 뿌리 깊은 콘텐츠 산업에서 정당한 보상을 통해 창작의 수준을 높이고 시장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이모젠 힙은 일단 노래를 만들어 공개하면 가수나 제작자로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며 음원 유통구조의 불투명성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중앙 서버가 없어 누군가가 변경할 수 없는 블록체인의 속성 때문에 이해 당사자 간의 신뢰가 높다. 또 로열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 로열티의 가치는 매월 수십억 달러에 달하지만 하루 수백만 건의 거래를 통해 생성된다. 로열티 계산은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데이터 소스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관리 비용이 높아 수익성이 낮은권리들이 방치된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이 과정이 자동화되면 긴 꼬리에 해당하는 비인기 콘텐츠들이 효자 노릇을 할 가능성이 높다. 변경하기 어려운 블록체인의 속성상 콘텐츠의 무단 사용도 어렵다. 무단 사용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데 역할이 있었던 중개업자나 플랫폼의 몫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레이스 라오 마이크로소프트 재무담당 본부장은 자사의 블록체인 스마트 콘트랙트 기술이 유연하고 확장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는 또 다른 재무 프로세스를 위한 블록체인 응용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솔루션을 들고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해에 회사의 창업자가 가장 큰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비트코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응용과 확장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은 비밀이 아니다. 게이츠 창업자의 비트코인 때리기는 어쩌면 비트코인보다 더 큰 블록체인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싶은 야망 때문인지 모른다.


[돋보기] ‘10년 비판’에도 건재한 비트코인


국제결제은행(BIS)은 비트코인과 암호자산이 구동되는 블록체인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용량 확장이 어려워 신용카드와 같은 기존의 전자 지불 시스템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용카드 결제가 생활화돼 있는 사회에서 일상적인 결제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여지는 별로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아예 결제가 불가능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 소액의 로열티 지불, 외환을 통제하는 베네수엘라 주민들의 국경을 넘는 온라인 쇼핑, 필리핀 섬에 있는 가족에게로의 송금, 내전 중인 아프리카 농부와의 무역, 이슬람 여성들을 위한 금융 상품 같이 기존 금융망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위한 혁신 기술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혁신 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져간 기업들의 실패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성공적인 기업들의 실패는 관료주의나 무사안일주의 같은 악덕 때문이 아니라 고객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던 바로 그 성공 공식 때문이다.


혁신 기술은 하던 게임을 잘하게 하는 기술이 아니다. 게임의 법칙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다. 혁신 기술들은 완성도가 떨어진 채 등장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고객들은 불편을 느낀다. 기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진 기준으로 파괴적 혁신 기술의 잠재력을 측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장의 강자들은 고객에게 올바르게 반응해 신기술보다 기존 기술의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크리스텐슨 석좌교수의 이론을 적용하면 기존의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폄하하는 것은 타당하다. 현상 위주로 분석하면 암호화폐는 기술 마니아들의 괴팍한 실험 정도일 뿐이다. 용량도 작고 변동성도 크고 규제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산업의 역사는 기존 고객과 기업들이 놓친 혁신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새롭게 부상해 그간 성공적이던 기업들을 한순간에 퇴출시키는 이야기의 반복이다.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창작되고 있는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건재하다. 이 상황 자체가 바로 비트코인이 파괴적인 혁신 기술이라는 명제의 강력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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