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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타르 확대해석해 논란 키운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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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작성일자2018.07.04. | 4,658 읽음

[스페셜 리포트]

-“타르 함유량 높은 만큼 유해 성분도 더 많을 것” vs “발암물질 감소”…진실은?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6월 7일 충북 오송 식약처 담배연기포집실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분석 실험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흡연자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좀처럼 끊지 못한다.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 때문이다. 니코틴은 담뱃잎을 포함한 가지과 식물이 초식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배출하는 성분이다.


과거에는 니코틴을 살충제로도 사용했다. 담배 연기에는 니코틴을 비롯해 70종 이상의 발암물질과 7000종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국내 흡연 트렌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한국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제작한 담배 제품을 불에 태우지 않고 열기로 데우는 전자 기기다. 흰 연기 대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증기가 발생한다.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돼 있다”는 한국필립모리스의 주장에 수많은 애연가가 아이코스로 갈아탔다. 2개월 후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이하 BAT코리아)가 ‘글로’를, 11월 KT&G가 ‘릴’을 출시하며 판이 더욱 커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누적 기준 7870만 갑이던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담배의 판매량은 올 들어 1~4월까지 4개월 동안 9700만 갑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유해성 조사 결과가 애연가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더 많은 유해 물질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제조사들은 일반 담배보다 발암물질이 적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담배 회사가 자체 임상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설픈 발표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논란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타르 함량 일반 담배보다 높아


(사진) 김장열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이 6월 7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식약처는 6월 7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에 포함된 11가지 유해 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부터 아이코스의 전용 담배인 ‘히츠 앰버’, 글로의 ‘던힐 네오스틱 브라이트 토바코’, 릴의 ‘핏 체인지’ 등 3개 제품을 분석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발생하는 평균 니코틴 함유량은 아이코스가 0.5mg, 릴 0.3mg, 글로는 0.1mg이었다. 디스플러스, 에쎄 프라임, 던힐, 메비우스 스카이블루, 팔리아먼트 아쿠아5 등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5개 제품의 니코틴 함유량은 0.4~0.5mg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평균 타르 함유량은 아이코스 9.3mg, 릴 9.1mg, 글로 4.8mg으로 일반 담배 5개 제품의 4.3~5.8mg보다 높았다. 타르는 담배에서 배출되는 연기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해 물질을 총칭한다. 일반 담배 5개 제품 타르의 양을 100%로 봤을 때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151.6% 수준의 타르가 들어있는 셈이다.


식약처는 “일반적으로 타르에는 다양한 유해 물질이 혼합돼 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에 비해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유해 성분도 더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또한 벤조피렌·포름알데히드·벤젠 등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5종의 물질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검출됐다고 경고했다. 다만 1급 발암물질의 함유량은 일반 담배 5개 제품의 0.3~26.4% 수준이었다.


일반 담배 대비 궐련형 전자담배의 1급 발암물질 함유량은 △벤조피렌 3.3% △니트로소노르니코틴 20.8%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 26.4% △포름알데히드 20.3% △벤젠 0.3% 수준이다.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28.0% 수준이었고 1급 발암물질인 1,3-부타디엔은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담배의 유해성은 흡연 기간이나 흡연량, 흡입 횟수, 흡입 깊이 등 흡연 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아예 피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국 연구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타르 함량 단순 비교는 부적절”


제조사들은 식약처의 조사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 발표 직후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 담배와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 담배의 연기는 구성 성분이 질적으로 달라 배출 총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6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유해하다는 결론은 과학적으로 틀렸다고 재차 반박했다.


마누엘 피치 PMI 과학연구 최고책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에 포함된 유해 성분 9종의 함유량이 일반 담배에 비해 평균 90% 적은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배제하고 타르 수치 비교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을 비롯한 해외 보건 기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가 일반 담배 연기와 다르기 때문에 타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정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마누엘 피취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과학연구 최고책임자가 6월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체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PMI는 이날 미국에서 흡연자 9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했다. 일반 담배 흡연자(488명)와 아이코스로 전환한 흡연자(496명)로 나눠 6개월 동안 암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등 8개 건강지표를 비교한 결과 아이코스 전환자들의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PMI는 이번 연구 결과를 6월 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데 이어 조만간 식약처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BAT코리아도 보건 당국의 발표에 반발했다. BAT코리아는 6월 11일 “식약처 조사 결과 글로에서는 궐련의 연소 과정에서 검출되는 성분(일산화탄소·부타디엔)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연소 과정이 아닌 찌는 과정만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의 타르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BAT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영국 내 흡연자를 대상으로 최소 12개월 이상의 장기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최근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KT&G는 “정부의 유해성 조사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 담배의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


전문가들은 식약처의 조사 및 발표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허점이 논란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는 수분 함량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식약처가 타르 측정 과정에서 이 부분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담배 연기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해 물질이 타르인 만큼 실험에 앞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 속 수분이 타르 수치로 둔갑하지 않도록 제대로 보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에 비해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유해 성분도 더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약처의 발표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 교수는 “타르 속 수천 종의 물질 중 9종의 유해 성분을 제외한 나머지 물질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으니 유해 성분도 많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은 섣부른 태도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은 팩트이고 담배 회사들이 인용하는 각국 보건 당국의 연구 결과는 전체의 일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덜 해로운 담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기업들의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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