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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너의 질문은.] 왜 여당은 1번, 야당은 2번인가요?

조회수 2017. 3. 8. 10: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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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이름 석자 앞에 숫자 6이 놓이던 시절도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흔해지는 풍경이 있다.
선거 유세 차량 앞에 선 사람들이 
손가락 하나, 혹은 둘이나 셋을 펴고
열심히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다.
출처: 뉴스원

“1번을 뽑아주세요.”

"2번 뽑으실거죠?"

(....글쎄요...)

그런데 여기서 번지는 의문 하나.

왜 눈에 익은 정당의 후보자만 1번, 2번, 3번을 차지할까?

(....1번은 빨강 2번은 노랑....고정인가요.?)

공직선거법 제 150조 3항은
‘후보자의 게재순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후보자등록마감일 현재 국회에서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국회에서 의석을 갖고 있지 아니한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의 순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출처: 연합뉴스

즉,

의석 많은 정당 후보자>의석 적은 정당 후보자>의석 없는 정당 후보자>무소속 후보자

순으로 게재된다.

출처: 다음뉴스


원내 의석이 많은 정당일수록 빠른 번호를 가져가게 되는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곧 있을 대선에서 1번을 가져갈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된다.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이 2번, 국민의당이 3번, 바른정당과 정의당이 각각 4, 5번을 차지한다. 무소속 후보는 아무리 빠른 번호를 부여받아도 6번을 받는다.


출처: 한국일보

정당기호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9년 대통령 선거법 개정 때부터다. 선거법 개정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3선 개헌과 흐름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의 사망 이후 1980년 12월, 대통령 선거법이 재개정되며 정당기호제는 추첨제로 바뀌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출처: 오픈아카이브
1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시민들

1984년 1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정당기호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한국당에 의해 제기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은 찬성, 소수당이었던 한국국민당은 반대했다. 


기존 원내세력에 의해 다음 선거가 영향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그러나 국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당기호제는 재도입되었다.

출처: 조선일보
(....이분도 교육감 선거에 나오셨죠)

정당기호제는 시장, 도지사 등 정당과 관련된 선거에는 모두 적용된다. 


단 하나, 교육감 선거만 예외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정당 추천과 무관하기에, 추첨을 통해 기호를 정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자 앞에 붙은 ‘숫자’의 의미를 오해했다.


교육감 선거의 유권자들은 숫자를 보고 자연스레 후보자와 정당을 연관 지었다. 기호 추첨만 잘 하면 당선에 유리하다는 풍문이 퍼지며 교육감 선거는 ‘로또 선거’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후보자들은 자연스레 앞 번호를 선호하게 됐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고자 2014년 6월 4일 교육감 선거부터는 투표용지에서 기호를 삭제해왔다. 뿐만 아니라 투표용지에 적힌 후보자의 순서도 공정하게 분배하게 됐다. 매번 같은 후보자가 처음에 나오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순환배열 방식으로 투표용지를 제작하는 식이다. 이를 ‘교호순번제’라고 한다.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학계에서는 투표용지 우선 순서에 따른 편견과 유불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미국과 호주·영국 등을 사례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작게는 1%에서 크게는 4%까지 순서에 따라 득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모든 나라가 정당기호제를 채택하지는 않는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에는 정당기호제가 없다. 후보자 이름을 표기하는 순서도 순환제에 따른다.


투표용지에서 정당과 후보자의 순위를 정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13년 1월, 녹색당더하기는 공직선거법 150조 제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근거는 크게 네 가지였다.

① 해당 조항은 사실상 다수의석의 정당 후보자에게 득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순서효과’를 발생시킨다.

② 그로 인해 소수의석 정당과 소속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들에게 초래되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한 반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달성정도는 미미하다.

③ 이 조항은 효율적 선거관리와 유권자의 혼동 방지 등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인데, 정당대표자 추첨제도 등으로도 위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④ 이 조항은 신생정당의 성장을 막아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과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상 복수정당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그러나 헌재는 녹색당더하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3년 12월 1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조항이 후보자선택을 제한하거나,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후보자 이외의 후보자나 무소속후보자의 당선기회를 봉쇄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총 여섯 번째이지만 


헌재는 여섯 번 모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당기호제가 폐지된다면, 이분이 맨 1번으로 출마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철마다 정당기호제 존폐 논란은 꾸준히 수면 위로 올라온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도 안철수, 심상정 의원 등이 정당공천제와 더불어 정당기호제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진다면, 언젠가 무소속 후보가 기호 1번을 달고 출마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혹은 사발통문처럼 공평한 투표용지에 기표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제작 / 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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