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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이냐 아니냐", 명성교회의 선택은

조회수 2017. 5. 31. 18: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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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목사' 시대에 종언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두 사람이 감옥에 가 있는 사건은 상징적입니다.

박정희 시대를 상징하는 동맹 체제의 두 축인
제왕적 대통령제왕적 제벌총수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명한 신호죠.

박정희 시대를 끌고 온 나머지 한 축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형 교회의 '제왕적 목회'입니다.


여기 한 교회가 있습니다.

등록교인 10만 명, 출석교인 5만 명의 초대형 교회.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명성교회는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대물림하는 세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은퇴한 김삼환(72) 원로목사는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과 세계교회협의회 대회장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출처: 한겨레
정상적인 교회 합병이다. 아버지의 교회가 아들의 교회를 합병하고, 아들이 담임목사직을 맡는 것.
(명성교회 측 주장)

아들인 김하나 목사는 2014년 3월 명성교회에서 5km 떨어진 경기도 하남 덕풍동에 새노래명성교회를 세웠습니다. 명성교회에서 수백억원대의 설립자금을 대주고 1천 명 이상 교인도 보내줬죠. 법적 소유권자도 명성교회입니다.


출처: 매일종교신문
김삼환 목사는 2015년 말 일흔을 넘기며 공식적으로 은퇴했는데요. 명성교회는 김 목사 은퇴를 석 달 앞둔 2015년 9월 27일 후임 담임목사 청빙위원회 구성을 발표했습니다.

청빙이란 '부탁하여 부름'이라는 의미로, 교회법에서 개교회나 총회 산하 기관이 목사를 구하는 행위입니다. 3월 8일 열린 청빙위원회에서는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 청빙안과 두 교회 합병안을 결의했습니다. 의원 18명 중 15명이 찬성했습니다. 국민투표에 해당하는 공동의회 투표에서는 70%의 찬성으로 통과됐죠.

이런 합병 세습은 기업 인수·합병(M&A)와 유사합니다. 아들에게 경기도 과천 왕성교회를 지어준 뒤 왕성교회의 담임목사로 데려와 2012년 합병한 길자연 목사가 대표 사례입니다.

"우리 교회의 후임 목사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다. 우리 교인들이 똑똑하고 겸손한
김하나 목사를 원한다. 두 분이 희생하는
일이다.
(명성교회 김태우 장로)
출처: 세반연
"해당 교회에서 사임 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9월 총회에서 발표한 세습 금지 헌법 개정안에서 '세습 금지'를 못박았습니다. 하지만 '은퇴하는' 이라는 표현이 이미 은퇴한 목사가 제3의 인물을 청빙하거나 몇 년 지난 뒤 다시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징검다리 변칙 세습'의 빌미를 남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를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가족재벌체제로 키워왔다는 자체가 심각한 문제"
(익명의 명성교회 교인)
출처: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김삼환 목사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오른쪽). 지난해 11월에는 최순실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명성교회의 표어는 ‘오직 주님’이다.

명성교회는 방대한 경제공동체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방송국 C채널, 경북 영주 영광여중고, 안동 성소병원 등 언론·교육·병원·복지에서 여러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민영 교도소인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도 운영합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어서 에티오피아의 종합병원인 명성기독병원, 캄보디아 신학대학, 필리핀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마닐라 한국아카데미 등을 세웠죠.


이한명 대외협력국장은 "모르는 외부인에게 맡기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게 교회 내부의 공감대"라고 말했습니다. 명성교회 공동체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아들 목사가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현실 논리죠.


출처: 위키백과

“그들은 돈이 헌금함에 짤랑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순간 영혼이 연옥에서 벗어난다고 말한다.”(제27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교황이 자신의 돈으로 성베드로 성당을 건축하지 않고 가난한 신자들의 돈으로 건축하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제86조) 


1517년 10월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의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습니다. 루터는 이 글에서 면죄부를 판매하는 교회의 타락을 적나라하게 질타했습니다. 돈에 찌든 당시 교회는 성직 매매와 세습을 일삼았죠.

출처: 시정일보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는 한 달 전 '공동목회'로 교회를 이끌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공동목회도, (혈연관계가 없는) 내부 선임도 한국 교회에서는 파격적인 일입니다.


이재철 목사는 “100주년기념교회는 퇴임한 원로목사가 죽을 때까지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명성교회는 어디로 갈까요


제왕적 목회 시대의 유산인 세습의 덫으로 빠져들까요,

 좁은 문으로 들어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될까요.

글 / 김현대 선임기자

제작 / 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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