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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조작'을 세상에 알린 그 사람

조회수 2017. 7. 18. 20: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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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제보했다가 삶이 파괴된 국정원 전 직원 김상욱씨

‘국정원’ 하면 어떤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적어도 2012년 이후로는 ‘댓글’이라는 단어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을 것 같습니다. 

출처: 한겨레 이종근 기자

그렇습니다. 2012년 12월 세상에 알려진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정원이라는 기관의 존재이유에 대해 다시금 묻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그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상욱, 2009년에 3급 부이사관으로 국정원을 퇴직했습니다. 퇴직 이후에도 국정원 소식을 전해주는 후배들이 있어, 김씨는 2012년 5월경 국정원이 인터넷에서 여론을 조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출처: 박승화 기자
“아무리 봐도 그냥 둬서는 안 되겠더라.”

그렇게 김씨가 국정원 댓글조작 의혹을 민주당과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전모가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댓글 사건 재판이 시작된 이후 한 번도 실명을 드러낸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를 <한겨레21>이 인터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발 국정원 개혁의 신호탄이 쏘아지면서, 그 또한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출처: 한겨레 자료사진
국정원.

김씨가 국정원의 치부를 제보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1997년 국정원의 전신 안전기획부가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벌인 ‘북풍 공작’을 외부에 알린 것도 그입니다. 그때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조직의 선배로 나를 존경하지 마라. 나는 조직원의 의무를 저버렸다. 하지만 야당 유력 후보를 용공 조작해 빨갱이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려) 시민의 의무는 지켰다. 그것만 평가해달라.”
출처: 한겨레신문

댓글 사건 제보 당시 그는 민주당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수언론과 국정원은 그를 인격적으로 매도하고 ‘어느 자리를 약속받았더라’ 하는 사실무근의 이야기들을 퍼뜨렸습니다. 이에 대해 김상욱씨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당원이 아니라도 불법행위를 알면 고발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 만약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였다면 더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다. 내가 직접 기자회견을 하거나 댓글 작업이 벌어진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심리전단 직원의 노트북을 확보해 공을 세우려 했을 것이다. 국정원 감찰실에서 직원을 조사한 경험이 많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불법행위를 했더라도 전직 선배가 같은 (조직에 몸담은) 후배한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출처: 뉴스타파

제보 이후 그의 삶은 “파괴”됐습니다. 각종 고발, 그에 따른 자택 압수수색, 보수언론과 국정원의 인격 매도, 국정원 친목모임에서의 제명…. 하지만 결국 2016년 12월 그는 대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무죄를 확정 받았습니다. 


“죄를 저지른 건 내가 아니라 국정원이란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국정원은 이제라도 나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고발했던 것을 사과해주기 바란다”고 말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국정원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보였습니다.

출처: 박승화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는 데 국정원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치하한 적이 있다. 그때는 국정원이란 조직에 몸담은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지금 국정원은 음습한 정치공작을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굳어버렸다. 빨리 (예전 같은) 밝고 유능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국정원 직원들은 현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저력이 있다. 정보기관원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 자랑스럽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김상욱씨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국정원이 잘 운영될 것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건을 달았습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개혁의 핵심은 대통령이 나쁘더라도 국정원을 악용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 다음, 그리고 그다음 대통령 때에도 잘 운영되려면 뼈를 깎는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출처: 민중의소리

우리는 이제껏 ‘김하영’은 잘 알지만 ‘김상욱’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더 오래, 더 잘 기억돼야 하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한 작은 영웅들 아닐까요? 김상욱씨가 국정원과 댓글 사건에 대해 못 다한 이야기, 인터뷰 전문을 통해 들어보세요!


인터뷰 전문 읽으러 가기 >> 클릭!



인터뷰/ 정환봉 기자

편집 및 제작 / 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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