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한국 정치, 끝나기 전엔 모른다

조회수 2017. 3. 1. 17:21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선거 결과 좌우하는 경선의 룰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지지자를 빼면 누구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지지자들조차도. 


대선이 있던 해 1월,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10% 남짓. 반면 당내 경쟁자인 이인제 후보는 지지율 40%를 웃돌며 ‘대세론’를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새천년민주당의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이 된 것은 결국 노무현 후보였다.

출처: MBC
이불킥 팡팡!

드라마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여러 분기가 있지만, 역시 2002년 1월 새천년민주당이 경선방식으로 당원 50%+국민 50%의 ‘국민경선제’를 도입한 날이 발단이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변수가 노사모의 활약과 결합해 노무현을 새천년민주당의 후보로 이끌어낸 것이다.


이처럼 정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인 경선의 룰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경선방식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출처: 한겨레21
2000년 12월의 조사결과
대선 2년 전 노무현은 그저 '이색후보'였다.

경선방식은 대권주자들끼리 합의하기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마련이다. 여기서는 심플하게 당원과 비당원에 대한 개방성을 기준 삼아 네 가지로 분류해보자.

출처: 이동윤, 한국정당학회보 제7권 제1호
1) 완전국민경선

‘오픈 프라이머리’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당원이든 비당원이든 상관없이 국민 일반에게 후보선출과정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므로 본선에서의 경쟁력도 저절로 점쳐진다는 장점이 있다. 변수가 극대화돼 반전 드라마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반전은 그 자체로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반면 정당정치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 주된 단점이다. 정당의 이념성보다는 후보의 이미지 등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경쟁이 과열되면 선거자금이 금방 고갈될 수 있다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출처: the300
2) 제한개방

앞서 새천년민주당의 사례처럼 당원 경선과 국민 경선을 혼합하는 방식이다. 당원·국민의 비율부터 국민의사 반영 방식까지, 대권주자들끼리 조율하기에 따라 온갖 방식이 가능하다.


당에서 입지가 탄탄한 후보는 당원 비율을 높이려 할 것이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는 국민 비율을 높이려 할 것이다.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후보는 모바일 투표를 선호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후보는 집 전화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출처: the300
비율 조정에도 논쟁이 치열하다.
3) 전당대회/당원투표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의원들의 투표로 선출하거나 전 당원의 총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당원들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정당의 개성을 대표하는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정당 책임정치를 강화하는 것. 다만 당내 파벌 등의 문제가 있다면 정당정치의 폐단을 반영하게 될 수도 있다.

4) 킹 코커스

당의 대표가 자연스럽게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거나, 지도자(보스)와 일부 간부들이 직접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좀 더 익숙한 말로는 ‘밀실정치’라고 하겠다. 신속하고 안정적이지만, 대단히 비민주적이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구시대의 후보선출방식.

출처: 연합뉴스
이런 거!

각 당들은 대외 지지율이나 당내 경쟁률 등을 고려해 제각각의 경선방식을 채택한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유효한 전략을 선택하기 마련이며, 꼭 완전국민경선이 옳다고만은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

1)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 네 후보가 출마한다. 가장 먼저(1월25일) 경선방식을 확정지었다. 완전국민경선을 뼈대 삼아 현장투표·ARS·인터넷으로 모두 투표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1차 투표에서 과반후보가 없을 시 1·2위 후보가 2차 투표를 치르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지난 2월27일 선거인단 수가 100만을 돌파하면서 순항 중이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2) 국민의당

안철수·손학규·천정배 세 후보가 출마한다.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경선 룰을 합의하지 못했다. 조직력이 강한 손학규 후보는 현장투표와 배심원단 토론 결과를 결합한 방안을, 대중적 인지도가 강한 안철수 후보는 현장투표(30%)+여론조사(30%)+공론조사(40%)를 실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출처: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3) 바른정당

유승민·남경필 두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바른정당도 경선 룰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좀 심각하다. 남경필 후보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경선 보이콧도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남 후보가 요구하는 방식은 선거인단(60%)+문자투표(20%)+여론조사(20%). 반면 유승민 후보는 여론조사(50%)+당원투표(25%)+문자투표(25%)를 주장한다.

출처: 연합뉴스
4) 정의당

지난 2월16일 일찌감치 심상정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지었다. 정의당은 당원총투표 방식으로 경선을 치렀다. 강상구 후보가 대항마로 나온 선거에서 심 후보는 1만239표 중 8209표를 받아 승리했다. 

출처: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5) 자유한국당

이쪽은 아직 경선 룰을 논의할 생각이 없다. 기본적으로 탄핵 기각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인제·원유철·안상수·김진 네 후보가 벌써 출마를 선언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20일 내로 후보자를 선출하겠다고 한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어떤 경선 룰이 드라마를 연출해낼까? 우위를 점한 후보가 철옹성을 지켜낼까? 아니면 약세 후보가 바람을 타고 승리하는 일이 일어날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알고, 한국 정치도 끝나기 전엔 모른다.


제작 / 강남규


참고논문_

「정당의 후보선출제도와 정당정치의 문제점」, 이동윤,

<한국정당학회보> 제7권 제1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