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H21

박근혜 대통령도 일어나 들은 노래

5.18을 상징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은 왜 논란이 되나

195,204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오늘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36주년입니다. 1997년 국가 공식 기념일로 제정된 지도 20년 가까이 지난 2016년이지만, 5.18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뜨거운 논쟁의 대상입니다. 

항쟁기간 전남도청앞 광장. 시민들로 가득합니다.

출처5.18 기념재단
올해도 '님을 위한 행진곡' 이라는 노래를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5.18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 중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6일, 국가보훈처가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앞서 13일 야당 원내대표들은 청와대 회동에서 '제창 허용'을 요청했었는데요. 다시 말해 이 요청을 정부가 결국 거절한 겁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어떤 노래이기에 자꾸만 이런 논쟁이 발생하는 걸까요? 제창합창에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를 두고 보훈처가 방침을 낸 걸까요? 왜 청와대와 보수단체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에 이렇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걸까요?

'님을 위한 행진곡'의 탄생
잘 알려져 있듯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을 상징하는 노래이자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입니다. 김종률씨가 작곡했고, 작가 황석영씨가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개작해 가사를 붙였습니다.

이 노래는 어떤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창작됐습니다.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서 전남도청에 끝까지 남아 죽음을 맞이한 윤상원씨와, 광주에서 노동운동과 야학운동을 하다 1978년 12월 운명한 박기순씨가 그 두 사람입니다.

윤상원, 박기순 열사 기념비

이 노래는 1982년 테잎으로 녹음돼 민중의 바다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진보운동의 상징적인 곡으로 불려왔죠.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도 이 노래를 개사해 부를 정도로 대표적인 민중가입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고 시작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님'은 김일성을 뜻한다?
이렇게 진보진영의 대표적 민중가요로 불려온 까닭에, 노래를 둘러싼 온갖 오해와 논란들도 많습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작사가인 황석영씨가 김일성을 만난 전력이 있는 '종북세력'이며, 따라서 '님'은 북한 김일성을 뜻한다고 매도해 왔습니다. 보훈처가 이번에 내놓은 보도자료에도 이 같은 시각이 깃들어 있죠.

“‘임을 위한 행진곡’은 특정단체의 ‘민중의례’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께서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에서 부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함.”

“북한이 1991년 5·18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에 나오는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

광주 시민군은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출처5.18 기념재단
과연 그럴까요? 이러한 논란에 대해서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김일성대에서 배웠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적었습니다. 주성하 기자는 북한에서 출생,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했으나 탈북해 남한으로 들어와 2003년부터 북한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학 시절에 '님을 위한 행진곡'을 배웠고, 곧 이 노래의 비장함에 물들었다고 말합니다. 이윽고 이 노래는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지만, 북한 당국은 1998년 이 곡을 금지곡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정말로 북한을 '찬양'하는 노래라면 금지될 리 있을까요? 주 기자는 이 노래에 깃든 추억을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중국 농민공 밴드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릅니다.

출처한겨레TV 영상 캡처
지금 당장 북에 갈 수 있다면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과 같은 허울뿐인 멍에에 갇혀 노예로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임을 위한 행진곡과 불나비를 가르쳐주고 싶다. 동독에서 외쳤던 ‘우리가 인민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오늘날 이 노래가 가장 필요한 곳은 다름 아닌 북한이다. 진압군과 대치한 평양 시위대의 맨 앞줄에서 다른 이들과 어깨를 겯고 “산자여 따르라”를 목청껏 부르는 상상을 하면. 오! 내 마음은 터질 것 같다.
또한 '님을 위한 행진곡'의 원작사가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도 가사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묏비나리’는 스스로를 단단히 하는 달구질과 힘을 내라고 을러대는 내용을 뼈대로 지었"으며, "새날은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들을 군대의 총칼로 죽인 잘못된 유신독재 체제를 없애는 시대를 이룩하는 날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5년 기념식.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습니다. 2013년엔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들고 노래를 경청하기도 했죠.

출처한겨레 이정용 선임기자
제창과 합창,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같이 보수진영 일각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편해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 이래 지금까지 정부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매년 흔들어 왔습니다. 

발단은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 1년차인 2008년엔 기념식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엔 기념식에 불참했습니다. 그리고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본행사 식순에서 빠집니다. 식전에 합창단이 합창하는 것으로 축소된 거죠. 그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념식에 가지 않았습니다. 

출처연합뉴스
2011년부터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다시 본행사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제창이 아닌 합창의 방식으로였죠. 야당과 시민단체는 매년 노래를 제창할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2013년에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님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고요. 결과는 보시다시피입니다. 2016년 올해까지도 보훈처는 합창 방침을 고수해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야당과 시민단체는 제창을 요구하는 걸까요? 음악적 의미에서 합창과 제창은 별 차이가 없지만, 보훈처는 합창과 제창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봅니다.
“제창은 참석한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부르는 노래이고, 합창은 무대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대신 참석자들은 부르고 싶은 사람이 따라 부르는 선택적인 사항”

5.18 때 아버지를 잃은 아이가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 독일 슈피겔지에 실려 5.18을 타국에 널리 알린 상징적 사진입니다.

출처독일 슈피겔

이같은 차이는 현실에서 큰 차이를 낳습니다. "제창을 하면 카메라가 주요 참석 인사의 입을 향한다. 합창을 하면 카메라는 합창단을 비춘다. 즉 참석자에게 노래 부를 의무가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된다." (한겨레,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과 제창 사이") 


여기에 한 가지 또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보훈처가 2009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님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새로운 기념곡을 만들려다 계획을 철회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 주관 행사에서 몰아내려는 시도가 반복돼 왔다는 것은, 합창과 제창의 문제 또한 단순한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노래를 몰아내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모를까요? 다들 알고 있다고 봅니다.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불순한 선동가가 아니에요. 이 노래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까지 무릅쓴 광주시민에 대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오늘은 5.18. 사랑의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구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기획 및 제작 / 강남규

*이미지를 누르시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바로 이동합니다.

작성자 정보

H21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